태안화력발전소 사고: '죽음의 외주화' 길을 피할 수 없는 청년들

태안의료원에 마련된 한국서부발전 태안화력발전소 협력업체 직원 고 김용균 군의 빈소 Image copyright 뉴스1
이미지 캡션 태안의료원에 마련된 한국서부발전 태안화력발전소 협력업체 직원 고 김용균 군의 빈소

안정된 직장을 꿈꾸던 비정규직 청년들이 '죽음이 외주화된 사회'에서 희생되고 있다.

지난 11일 오전 3시 경, 태안화력발전소에서 24세 청년이 컨베이어 벨트에 끼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다.

사망한 김용균 군은 한국발전기술이라는 외주하청업체에 소속된 1년 계약직 노동자였다.

김 군은 현장 운전원으로 사고 당시 야간 석탄운송설비 점검중이었다.

그는 옥외 저탄장에서 하루 12시간씩 2교대로 3개월 동안 석탄을 날랐다.

하청업체 소속으로 월급 160만원을 받는 비정규직. 이른바 '이중의 비정규직'이었지만, 그에게는 '희망의 디딤돌' 이었다.

극심한 취업난 속, 6개월 구직활동 끝에 힘들게 구한 첫 직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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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캡션 11일 오전 충남 태안화력 하청업체 비정규직으로 일하다 숨진 김용균 군

힘들고 불안정한 일이지만 이 경력을 발판 삼아 안정적인 정규직으로 갈 날을 꿈꿨다.

고 김용균 군 어머니는 빈소를 찾은 기자들에게 "(아들에게서) 힘들다는 소리를 들었다"며 "원래 한전을 생각하고 경력을 쌓으려고 들어간 데라서 참아내겠다고 그랬다"고 말했다.

산업재해 내몰린 청년들

이번 사고는 2016년 5월28일 일어난 '구의역 사고'를 연상케 한다.

당시 19살 비정규직 정비용역 노동자 김 모군은 스크린도어 오작동 신고를 받고 서울 지하철 구의역에서 점검을 하다가 참변을 당했다.

갓 수습사원을 벗어난 사회 초년생이던 김 군은 밀려드는 일감 탓에 컵라면으로 끼니를 때웠다.

김 군은 서울 공고에 재학 중 은성 PSD에 입사했지만 공기업 자회사 정직원을 꿈꾸며 격무도 마다하지 않았다고 한다. 월급은 160만원이었다.

사고 5일전에는 서울메트로 본사 앞에서 협력업체 직원 전원을 자회사에 고용 승계해달라고 요구하는 집회에 참석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꿈을 이루지 못하고 위험한 환경에서 홀로 일하다가 세상을 떠나야만 했다.

지난해 제주도 음료 공장에서 프레스기에 압사해 숨진 이민호 군 역시 향후 안정적인 자리에 취업을 꿈꾸던 어린 청춘이었다.

제주도 특성화 고등학생던 그는 현장실습을 위해 생산라인에서 포장된 음료를 지게차로 나르는 업무를 했다.

실습생었지만 하루 14시간 씩 일하는 날도 많았다. 불법이었지만 주말근무도 맡아서 해야했다.

그러던 어느 날, 공장 컨테이너벨트가 갑자기 역방향으로 작동하는 바람에 그 힘에 김 군은 쓰러졌고, 그 위로 프레스기가 작동하면서 압사 당했다.

힘든 작업환경있었지만 이 군에게 이 직장은 중요했다.

이 군의 부모는 그가 힘들어했지만 "배운다 생각하고 조금만 더 버티자"고 스스로에게 다짐을 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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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캡션 구의역 사고 1주기 당시 사고 현장에는 꽃과 케이크가 놓여졌다

청년층의 삼중고: 고용 불안, 저임금, 산재

취업난 속, 대기업 신입 공채를 보면 경력직 같은 신입을 원하는 곳이 많다. 산업계도 예외는 아니다.

그러다보니 생계 위협을 받는 청년들 가운데는 2,3차 하청업체로 눈을 돌리는 이들이 있다.

계약직이나 하청업체라도 먼저 경력을 쌓기 위해 힘든 일자리를 택하기도 한다.

청년층 임금노동자 비정규직 비율은 2003년 31.8%에서 2017년 35.7%로 높아졌다. 14년전보다 비정규직 비율이 늘어난 연령층은 청년과 은퇴 연령인 60세 이상 뿐이다.

청년들이 어쩔수 없는 선택을 한 하청업체 계약직은 주로 3D 업종이라고 부르는 일자리가 많다.

3D업종은 기업들이 직접 고용을 하면 연차 수당, 퇴직금, 4대 보험료 같은 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에 주로 하청업체에 도급을 준다.

문제는 이러한 하청업체들이 비용 절감이나 인력 부족등을 이유로 최소한의 인력 규정조차 소홀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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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캡션 음료공장에서 현장실습 도중 기계에 끼어 숨진 이민호군의 영결식

태안화력 발전소 사고, 구의역 사고, 제주도 음료 공장 사고에서 목숨을 잃은 청년들은 모두 2인 1조로 일해야하는 원칙이 지켜지지 않은 곳에서 목숨을 잃었다.

결국, 고용불안에 떠는 청년들은 저임금을 감내하지만 산재까지 삼중고를 겪는 셈이다.

'죽음의 외주화 방지 법안'

이런 상황을 개선하기 위한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이 지난달 국회에 발의됐다.

안전보건 조치를 위반했거나, 하청노동자가 사망했을 때 원청 사업주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이 법안은 제대로 논의되지도 못한 상황에서 정기 국회는 문을 닫았다.

이미 주52시간 및 최저임금 상승 등이 실행되고 있는 가운데 산업계에 또 다른 부담이 될 수 있다는 반론이 컸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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