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철도 착공식: 철도 연결의 숨은 의미는?

26일 개성에서 열린 남북 철도·도로 착공식 Image copyright Chang-Hyun Kim
이미지 캡션 26일 개성에서 열린 남북 철도·도로 착공식

남북 간 철도 연결 착공식이 26일 북측 개성 판문역에서 열렸다.

앞서 미국이 지난 21일 서울에서 열린 한·미 워킹그룹 회의에서 착공식에 대한 제재 면제를 결정했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도 25일 착공식에 대한 대북 제재 면제를 승인했다.

철도 연결사업은 남북한 정상이 4.27 판문점 선언에서 합의한 내용으로,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최근 8.15 경축사 이르기까지 꾸준히 철도 연결사업에 대한 강한 의지를 밝혔다.

천문학적인 비용을 들여 굳이 철도를 연결하려는 이유가 뭘까? 항공과 해상로보다 철도가 더 경제력이 있을까?

철도 연결사업을 통해 한국과 북한이 얻는 이익은 무엇일까?

대륙으로의 진출

한국의 일부 정치인들은 부산에서 시베리아를 횡단해 유럽까지 가는 일명 '철의 실크로드' 개념에 주목해 왔다. 나아가 철도길이 끊겨 남한은 섬(island)이라고도 주장하기도 했다.

실제로 유엔 안보리가 지난달 남북철도 연결 공동 조사에 대해 제재 면제 조치를 승인하자, 임종석 비서실장은 페이스북을 통해 "하얗게 쌓인 눈을 보면서 엉뚱하게 만주와 대륙을 떠올렸다"라며 "당장 2022년에 경의선을 타고 신의주까지 가서 단둥에서 갈아타고 베이징으로 동계올림픽 응원을 하러 갈 수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청와대 김의겸 대변인도 "이 사업이 국제사회로부터 인정과 지지를 받았다는 의미가 크다"며 "오래 기다려온 일인 만큼 앞으로 조국 산천의 혈맥이 빠르게 이어지길 기대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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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캡션 26일 개성에서 열린 남북 철도·도로 착공식

김정은의 최대 관심사

북한의 철도 현대화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최대 관심사로 널리 알려져 있다.

북한은 지난 2014년 중국과 고속철도 건설에 합의한 바 있다. 올해 6월 북·중 정상회담에서도 시진핑 중국 주석은 김정은 위원장에게 신의주-개성 간 철도 및 도로 개·보수를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때 김정은 위원장은 별도로 시간을 내 베이징의 철도 인프라 기업을 방문하기도 했다.

올해 2월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식 참석을 위해 강릉선 KTX를 탄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도 김정은 위원장에게 KTX 탑승 보고서를 김 위원장에게 제출한 것으로 알려진다.

김 위원장은 지난 4월 판문점 정상회담에서 "평창 고속열차가 다 좋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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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캡션 지난 2월 인천공항에서 KTX 공항역으로 이동하고 있는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

'일제 강점기' 수준

한국개발연구원(KDI) '북한경제리뷰 11월호'에 실린 김두얼 명지대 교수의 '북한의 철도 건설, 1900~2015 : 산업화와 장기 경제침체에 대한 함의'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은 군사적·정치적 목적으로 철도 시설을 방치했다.

보고서는 북한의 철도는 '일제 강점기'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유로는 대외적 단절을 대비해 각 지역마다 경제적으로 자립하게 했다는 것과, 지역 간 인구 이동을 막으려고 했다는 것을 꼽았다.

북한의 철도는 약 5300km로 남한의 4100km보다 노선이 길다. 하지만 98%가 복선화 작업이 되지 않았다. 즉 왕복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현재 진행 중인 공동조사에 따르면 가동중인 노선도 시속 20~40㎞에 불과하다. 시속 250~300㎞인 한국의 KTX와 대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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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캡션 1954년 4월 27일 북한에서 촬영된 것으로 전쟁으로 파괴된 철로를 복구하는 모습. 국사편찬위원회 제공

비핵화 유도할 수 있나?

윤성학 고려대 러시아CIS연구소 교수는 신동아에 "문재인 정부로서는 남북 철도 연결은 대륙으로의 진출이라는 명분도 있지만 대규모 인프라 건설 사업에 따른 부대효과도 기대하는 것 같다"고 썼다.

"침체에 빠진 한국 건설업계에 큰 일감이 주어진다. 한국 토목기업이 설계와 엔지니어링에 참여하고 건설을 주도하면 고용 창출 효과가 나타난다. 또한 기계 및 플랜트 기업들도 수주 호기를 맞는다"라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경제적 효과 외에도 북한의 철도 현대화 의지가 확고한 가운데 문재인 정부가 철도 연결사업을 이용해 북한이 비핵화 협상에 나오게 유도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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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캡션 경기도 파주시 임진강역

하지만 비핵화 '미끼'로 철도 현대화를 이용하려면 실질적으로 철도를 개보수하고 연결해야 한다.

하지만, 유엔의 대북제재가 아직 완전히 풀리지 않은 상태다. 공사를 위해 각종 자재와 중장비를 북한으로 반출하는 것도 남측 돈이 북한에 가는 것도 제재 위반 소지가 있다.

이번 공동조사 착공식을 유엔 안보리가 제재 면제 조치를 승인한 것처럼, 유엔의 심사와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뜻이다.

천문학적 비용

비용이 천문학적일 것으로 보이고 상당수 남측이 부담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과연 국민적 합의를 끌어낼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도 있다.

예상되는 비용은 연구기관마다 천차만별이다.

개성-의주를 잇는 경의선의 경우, 코레일은 선로 개량에 2000억 원 안팎의 비용이 든다고 추산했지만, 국회 예산정책처는 경의선을 시속 110~180㎞로 운행 가능한 복선철도로 바꾸는 데 13조1600억 원이 든다고 예상했다.

장도성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선로 인프라 비용 91조 원, 차량비용 11조 원, 철도 시스템 비용 11조 원을 포함해 114조 원의 건설비용이 투입돼야 한다"고 분석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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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캡션 올해 6월 북·중 정상회담에서 시진핑 중국 주석은 김정은 위원장에게 신의주-개성 간 철도 및 도로 개·보수를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사업성에도 의문이 제기된다.

윤 교수는 "현대 철도에서 가장 큰 수익은 화물 수송이 아닌 여객 수송에서 나온다"며 "북한 구간 철도 이용의 자유가 보장되지 않는다면, 큰 폭의 적자가 불가피하다. 여행의 자유가 충분히 보장되더라도 서울-신의주 고속철이 항공편 등에 비해 가격·시간 경쟁력을 얼마나 가질지 알 수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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