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니콜라스 바버가 뽑은 2018년 걸작 영화 10선

콰이어트 플레이스 Image copyright Platinum Dunes

영화 평론가 니콜라스 바버가 꼽은 올해 걸작 영화 10선을 소개한다. 공포, 영웅물, 서부극 등 다양한 분야가 포함됐다.

콰이어트 플레이스(A Quiet Place)

존 크래신스키가 공동 각본과 감독 및 주연을 맡았다.

그의 아내이기도 한 배우 에밀리 블런트도 함께 주연을 맡아 활약했다.

<콰이어트 플레이스>는 손에 땀을 쥐게하는 서바이벌 공포 영화로 무서운 컨셉을 정교하게 사용한다.

이 영화에서 외계 괴물들은 인류를 몰살해버린다. 그러나 외계 괴물들은 눈이 보이지 않기 때문에 소리를 듣고 사냥감을 찾으러다닌다.

영화에 등장하는 일가족은 수화로 대화를 나누고 맨발로 걸어다닌다. 컵을 떨어뜨리거나 크게 웃으면 죽을 수도 있다.

크래신스키는 B급 영화 컨셉을 진지한 모드로 차용해 가족을 향한 위협이라는 내용과 버무려냈다.

새로운 방식으로 등장인물과 관객을 계속 공포감으로 몰아넣지만, 영화 대전제와 배경을 통해 논리적으로 사건이 등장한다.

끊임없는 긴장감 뿐 아니라 영민함도 가지고 있는 영화다.

Image copyright AOI Promotion

어느 가족(Shoplifters)

일본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로 올해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영화다.

이 영화 영문 제목은 '좀도둑(Shoplifers)'이지만 등장인물들은 단순히 좀도둑만은 아니다. 이들은 사기꾼이기도 하고, 유괴범이기도 하다.

사회적으로 열악한 환경을 그린 이 영화는 좀 더 동정적인 시선으로 이들을 바라본다.

영화에는 사무(릴리 프랭키)와 노부요(안도 사쿠라)를 중심으로 가족 삼대가 등장한다.

비좁은 도쿄 단독주택에서 연금을 받아가며 사는 이들은 사기와 절도 등으로 수입을 보충한다.

이 영화는 이들의 범죄를 로맨틱하게 그려내지는 않는다.

그러나 촘촘한 각본과 연기를 따라가다보면 이 가족이 얼마나 친절하고 선의가 있는 사람들이지 알게 된다.

결국 이들의 행동은 필연적이었으며 어떤 면에선 영웅적이라는 면모가 드러난다. 이들이 겪는 좌절을 보고 있노라면 냉정한 관객이라 할지라도 코를 훌쩍거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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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드 워(Cold War)

감독은 오스카 수상작이었던 <이다> 이후 후속작으로 그의 부모와 관련한 기억을 기반으로 한 영화를 내놓았다. (감독은 "두분 다 강하고 멋진 분들이었지만 커플로 함께하는 것은 끝없는 불행이었다"고 말한 바 있다.)

이 영화는 함께 할 수는 없지만 서로 없이는 살 수 없는 연인에 대한 이야기다.

1950년대 폴란드를 배경으로 빅토르(토마시 코트)와 줄라(요안나 쿨리크)가 등장한다.

빅토르는 정부 후원 민속 음악 앙상블에서 가수와 연주가들을 모집하던 중 줄라를 만난다.

그들의 열정적인 사랑은 철의 장막(제 2차 세계대전 후 소련 진영에 속하는 국가들)을 여기저기 가로지르며 이어진다.

그러나 그들은 재즈클럽이나 콘서트 홀에서 느꼈던 것처럼 즐겁지 않았고, 만족할 수 없었다.

좀 더 넓은 시선으로 보면 이 영화는 역사적 시기를 예리하게 검토하고 당시 이민자들의 삶을 이야기한다고 볼 수 있다.

올해 이렇게 황홀한 흑백 사진과 매혹적인 노래를 담은 영화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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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프 빌 스트리트 쿠드 토크(If Beale Street Could Talk)

가난, 경찰의 잔혹함, 제도화된 인종 차별에 괴로워하는 젊은 부부(스테판 제임스, 키키 레인)의 이야기다.

제임스 볼드윈의 소설을 베리 젠킨스가 각색한 이 영화는 분노에 가득찬 논쟁 이야기가 될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영화는 부드러운 발라드에 가깝다. 로맨틱한 연인, 가족, 친구들에게서 나오는 치유의 힘을 가진 사랑 때문이다.

데이브 프랭코가 연기한 영화 속 레비는 "서로를 사랑하는 가족들이 정말 좋다"며 "검정색, 흰색, 초록색, 보라색은 나에게 중요하지 않다"라고 말한다.

베리 젠킨스는 기존 영화 속 음악이나 영상 연출과는 다른 한 편의 꿈같고 재즈같은 영화를 만들어냈다.

Image copyright Film4

더 페이버릿(The Favourite)

데보라 데이비스와 토니 맥나마라가 각본을 쓴 영화다.

감독인 요고스 란티모스는 그 동안 동시대 일그러진 시선을 기반으로 한 <킬링 디어(The Killing of a Sacred Deer)>나 <더 랍스터(The Lobster)> 같은 영화들을 다뤄왔기 때문에 영국 왕족에 관한 역사적인 드라마를 어떻게 묘사할지 예측하기 어려웠다.

이 영화는 그의 전작 영화들처럼 독특했다. 그러나 이렇게 웃기고 화려하고 감동적인 영화는 그 동안 없었다.

1700년대 영국을 배경으로 한다.

병든 앤 여왕(올리비아 콜먼)은 귀족들과 협상을 진행하기 위해 친구 말버러 공작 부인 사라(레이첼 와이즈)에 의지를 하고 있다.

그러던 중 야심에 찬 사라의 사촌 애비게일(엠마 스톤)이 성으로 오게 되면서 펼쳐지는 상황을 다룬 영화다.

Image copyright Marvel Entertainment

스파이더 맨: 인투더스파이더버스 (Spider-Man: Into the Spider-Verse)

올해는 슈퍼 히어로 영화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해였다.

최초의 흑인 영웅물인 <블랙 팬서>가 나왔고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에서는 수십명의 영웅들이 한 영화에 등장한다.

하지만 <스파이더맨: 인투더스파이더버스>만큼 특별하진 않았다.

이 영화는 디지털 이미지와 손 그림을 혼합해 만든 팝아트성의 영화로 볼 수 있는데 분할 화면, 자막 등을 이용했다.

다른 슈퍼 영웅 영화들보다 만화책에 가까운 느낌이지만 영화적 요소도 강하다.

다양한 대체 현실에서 거미를 테마로 한 슈퍼 영웅들이 등장하는데 이 영화는 포스트모던적이긴하지만 들여다보면 사랑스러운 브루클린 십대의 이야기라고 볼 수 있다.

스패이더맨 창시자인 스탠 리와 스티브 딧코는 둘 다 2018년 별세했다.

Image copyright Highwayman Films

라이더 (The Rider)

클리오 자오가 극본과 연출을 맡은 두 번째 영화로 젊은 로데오 선수의 이야기를 다룬 서부극 스타일 영화다. 젊은 로데오 선수 브레이디 잰드로는 말을 타다가 머리에 부상을 입었다. 그가 다시 로데로를 하게 되면 생명이 위험해질 수도 있다. 그러나 그 외의 다른 일을 하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다. 마초 동료들의 압박, 야생 서부의 상징, 주변에 넓은 공간이 있어도 갈 곳이 없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이 영화에서 경외심을 느끼게 하는 부분은 바로 자오가 사실과 허구를 결합하는 방식에 있다. 잰드로의 실제 이야기를 바탕으로 탄탄한 기반을 두고 있으며 대부분 실제 인물들이 자기 자신을 연기한다. 다큐가 가지고 있는 사실성과 극적인 장엄함이 이렇게 잘 결합돼 있는 경우는 드물다.

Image copyright Topic Studios

흔적 없는 삶(Leave No Space)

8년 전 <윈터스 본>이라는 영화를 내놓았던 감독이자 극본가 데브라 그라닉이 미국 아웃사이더들의 소외된 삶을 그린 영화로 돌아왔다.

벤 포스터는 부상을 입었던 참전 용사로 10대 딸과 국립 공원 숲속에 살고 있다.

이 영화는 팽팽한 사건들로 가득 차 있지만 따뜻하고 차분한 내용도 있다.

아버지의 생존 수단이 딸에게는 적용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아가는 이야기다.

딸이 마지막 인사로 남기는 말은 다음과 같다. "아빠, 할 수만 있다면 아빠가 이 상태에 머무를 것이라는 걸 난 알아"

Image copyright Daniel McFadden/Universal Studios and Storyteller

퍼스트맨 (First Man)

<라라랜드>의 감독 데이미언 셔젤과 배우 라이언 고슬링이 달에 첫 발을 디딘 닐 암스트롱의 이야기를 영화화하기 위해 다시 뭉쳤다.

이 영화는 1960년 당시 우주 개척자가 되는 일이 얼마나 큰 압박이었는지 당시의 상황과 그 과정에서 필요했던 용기에 대해 이야기 한다.

그러나 이 영화는 닐 암스트롱을 미국인 영웅으로 묘사하지는 않는다.

평이 엇갈리기도 하지만 개인적 비극과 직업적 도전 앞에서 암스트롱이 보여주는 겸손과 침착함은 가슴을 울린다.

모호했던 승리를 우울하게 재현하는 이 영화는 달에 최초로 착륙한 사람이 지구에서도 행복할 수 있는지를 묻고 있다.

Image copyright Credit: Bunya Productions

스위트 컨트리 (Sweet Country)

1920년대 호주를 배경으로 한 워윅 쏜톤 감독의 서부극 스타일 영화다.

주인공 샘(해밀턴 모리스)는 원주민 농장 일꾼으로 자기 방어를 하다가 아내의 강간범을 살해하고 만다. 그 후 방대한 사막으로 도망을 친다.

그를 뒤쫒는 추격 장면이 예술적으로 편집됐다.

영화속 모든 장면과 대사에 의미를 담았다.

백인 출신 호주인들이 환호하고 소리치는 동안에 원주민들은 침묵을 지킨다.

이 영화는 노예, 흡수정책, 종교, 군대, 법치 등의 주제를 보여준다. 그러나 영화 자체 만으로도 초기 호주 역사의 정의와 불의를 다룬 좋은 대서사시라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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