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미니즘: 2018년 '미투 운동'이 한국 사회에 일으킨 3가지 변화

서울 혜화동 마로니에 공원 앞에서 열린 '미투' 운동 집회 Image copyright 뉴스1
이미지 캡션 서울 혜화동 마로니에 공원 앞에서 열린 '미투' 운동 집회

2018년은 그 어떤 것보다 여성 인권과 젠더 이슈가 주목받은 해였다.

올해 트위터 상에서 가장 많이 거론된 4개의 키워드 '스쿨미투', '페미니즘', '몰카', '혐오' 모두 미투와 연관있다.

미투로 촉발된 여성 운동이 2018년 한국 사회를 어떻게 바꿨는지 정리했다.

공론화

지난 1월 서지현 검사의 검찰태 성추행 폭로로 촉발한 '미투 운동'은 한국 사회에서 페미니즘을 공론화시켰다.

서 검사의 폭로 이후 성범죄 피해자들의 미투운동이 본격화했다.

문화 예술계에서 폭로가 시작되면서 노벨문학상 후보로 거론됐던 고은 시인, 연극계의 대부 이윤택 감독 등 문화계 인사들이 줄줄이 도마 위에 올랐다.

정치계로도 미투 운동이 번졌다. 안희정 전 충남지사 비서였던 김지은 씨는 업무상 위력에 의한 성폭행을 당했다고 안 전 지사를 고발했고 현재 2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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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투 그 후 서지현 검사: "무죄판결 예상하지만, 끝까지 진실 밝힐 것"

미투는 학교 내로도 번졌다.

심각한 성폭력 문제를 공론화한 '스쿨미투' 운동이 대표적이다.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학생들의 성희롱 폭로 등으로 교수 3명이 징계를 받게 됐다.

미투 운동의 서막을 알렸던 서지현 검사는 폭로 이후 이런 변화를 두고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며 "이어진 폭로들이 '미투'를 넘어 '위드유' 같았고 함께한다는 소리로 들렸다"는 심경을 BBC 코리아에 밝혔다.

'미투 운동'은 페미니즘을 한국 사회 담론으로 확장했다.

5월에는 이른바 '홍대 몰카 사건'을 계기로 오프라인 페미니즘 운동이 본격화된다.

성 편파 수사를 규탄하며 열렸던 혜화역 시위는 1만~6만 명이 결집했다.

이후, 여성을 대상으로 한 몰카 촬영 등 디지털 성범죄를 제대로 처벌해야 한다는 집회가 열렸고, 외모 중심으로 여성을 보는 시선에서 벗어나자는 '탈코르셋' 운동도 전개됐다.

특히, 혜화역 시위는 한국에서 여성들만 참여한 시위 중 역대 최대 규모며, 주최가 대규모 동원을 주도하는 형태가 아니라 대부분이 인터넷 카페, SNS 등을 통해 자발적으로 참여한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이미지 캡션 혜화역 시위

'불편한 용기' 운영진은 BBC 코리아와의 인터뷰에서 "시위를 통해 상황이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는 크지 않지만, 피해자들에게 '목소리'가 되어 줄 수 있다고 믿는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시위 측의 피켓 문구 등 '남성 혐오적' 태도가 과격하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일부 과격하게 펼쳐지는 운동을 두고 '백래시'(backlash·반발) 현상이 생기기도 했다.

워마드와 일베 등의 사이트 등에서는 남녀 성을 비하하는 혐오 표현들이 온라인에서 오가기 시작했다.

11월 이수역 폭행 사건처럼 '젠더 혐오' 현상이 오프라인 공간에서 폭력으로 표출되기도 했다.

논란이 커지자 남녀간 젠더 대립 관련해 문재인 대통령은 "극단적인 대립이나 혐오 양상으로 표출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을 밝혔다.

인식 변화

올해 미투 운동과 페미니즘이 공론화 되면서 성폭력 문제를 대하는 우리 사회 태도가 바뀌고 있다.

또 실제 성희롱, 데이트폭력 등 그동안 신고율이 낮아 검거가 어려웠던 범죄의 신고 건수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투 운동이 본격화된 지난 1월부터 8월까지 검찰청에 접수된 성폭행 사건은 총 3,744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4.3% 증가했다.

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 혐의로 기소된 이들도 2016년 대비 3배 이상 증가했다.

이는 우리 사회에서 성폭력 범죄가 늘었다는 증거로 볼 수도 있지만, 점차 국민 인식이 변화해 성폭력 피해자가 숨지 않는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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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캡션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14일 서울 서부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에서 무죄를 선고 받은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

검찰도 전담인력을 늘려 검찰청 성범죄 전담부서를 확대하고, 성범죄 수사 매뉴얼도 개정했다.

여가부에서는 '직장 내 성희롱·성폭력 피해자를 위한 신고센터'를 신설했다. 그 외 교육부는 '스쿨미투' 관련 신고센터를 개설했고, 문화체육관광부는 문화예술계 성폭력 신고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법제화

이런 움직임 속에서 성폭력, 성희롱, 성차별 대책을 담은 법안도 많이 만들어졌다.

서지현 검사 폭로 이후 3개월동안에만 쏟아진 관련 법은 100여 건에 이른다.

대표적으로 공포된 법률은 권력형 성폭력 범죄처벌강화를 목적으로 하는 이른바 '미투법률'로 지난 10월 16일 공포됐다.

업무상 위계·위력에 의한 간음죄의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의 벌금에서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상향되는 등 처벌이 강화됐다.

셀프 촬영물을 동의 없이 유포하는 행위를 처벌하는 '디지털 성범죄 근절을 위한 주요 법률'도 개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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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캡션 국회 여성가족위원회위원들이 22일 국회 정론관에서 각 상임위별 미투(MeToo) 관련 법안 처리를 촉구하고 있다

그러나 쏟아진 법률 중에서 실제로 국회를 통과한 법안은 10여 건에 지나지 않는다.

동의 없는 성관계를 성폭행으로 처벌하거나 직장 내 성희롱이나 스토킹 범죄 처벌 강화 법안들은 모두 계류 중이다.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의원들은 그 이유를 '사회적 합의 부재'에서 찾고 있다.

여성가족위원회 전혜숙 위원장은 "(국회에서) 미투 법안을 여성들의 문제로만 인식해 통과되기 어려운 문제가 있다"고 지난 8월 '미투 법안 처리 촉구' 기자회견 자리에서 지적한 바 있다.

미투 법안은 '여러 부처가 얽혀있기에' 진행 속도가 느리다는 평도 있다.

여가위뿐만 아니라 환경노동위원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교육위원회, 국방위원회, 정무위원회 등 관련 상임위가 각기 심사하기 때문이다.

찬반이 첨예한 법안의 경우 '사회 공론화 과정'도 거쳐야 한다.

이에 대해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의원들은 "계류된 어느 법안 하나라도 더 중요하고 덜 중요한 것이 없다"며 "각 부처마다 관련 법안들이 통과됐을 때 전국의 여성들이 해방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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