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투: 왜 그동안 체육계는 '미투'에 침묵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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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트트랙 국가대표 심석희 선수가 조재범 전 코치에게 폭력 외에도 상습적으로 성폭행을 당했다며 추가 고소했다.

심 선수는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 조 전코치에게 성폭행을 당했고, 평창 동계올림픽 한 달 전까지도 한체대 빙상장 지도자 라커룸 등에서 성폭행이 이어졌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조재범 전 코치 측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며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에서 심 선수의 폭로가 체육계 '미투(#MeToo)'로 이어질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미투'열풍에도 조용했던 체육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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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한국은 문화, 예술, 사회 각 분야에서 미투 폭로가 쏟아져 나왔다. 하지만 체육계는 상대적으로 찾아보기 힘들었다.

체육계 특유의 폐쇄성과 집단의식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피해자들은 체육 특성상 가해자와 피해자가 지도자와 선수 등 일종의 권력관계에 있기 때문에 피해 사실을 쉽게 털어놓기 어렵다고 한다.

심 선수 역시 '운동을 계속할 생각이 없느냐'는 등 협박과 폭행에 시달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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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캡션 심석희 선수 폭행 및 성폭행 혐의를 받고 있는 조재범 전 코치

폭로가 있기 직전, 대한체육회는 8일 2년마다 실시하는 '스포츠 폭력 및 성폭력 실태조사(2018년도)' 결과를 발표했다.

자료에 따르면 최근 1년 동안 국가대표 선수가 당한 성폭력 경험 비율은 1.7%로 예전과 비교해 계속 줄고 있는 추세다.

그러나 현실은 이와 다르다는 말이 나온다.

심석희 선수의 변호인 측은 SBS 뉴스 인터뷰에서 심석희가 "선수 본인에게는 자기가 이렇게 용기를 내서 얘기함으로써 어딘가에 있을 다른 피해자들도 더 용기 내서 앞으로 나올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으로 고소하게 됐다고 전했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안민석 의원은 지난 2월 CBS 라디오 인터뷰에 출연해 "미투 운동이 확산되고 있는데 아직 체육계가 터지지 않고 있다"며 "다른 어떤 분야보다도 체육계의 어떤 성추행, 성폭행이 더 심각하다고 보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체육계가 성폭력 실태를 제대로 파악하고 있지 못하고, 음지에선 여전히 많은 선수들이 성폭력에 노출돼 있다는 사실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피해자 보호 장치 부족

막상 용기를 내 폭로를 해도, 처벌이 미비하고 피해자를 보호하는 장치가 부족하다.

지금으로부터 12년 전, 여자 프로농구 우리은행 박명수 감독은 미국 전지훈련 도중 한 선수를 호텔로 불러들여 옷을 벗기고 추행했다. 그러나 집행유예로 풀려나 공분을 샀다.

지난 2014년 국가대표 리듬체조 단체팀 이경희 코치 역시 협회 임원에게서 성추행 당했다고 탄원서를 냈지만, 해당 임원은 2년 뒤 체조협회 고위직 임원이 돼서 돌아왔다.

테니스 선수 출신 김은희 씨는 초등학생 시절 코치로부터 네 차례 성폭행을 당했다.

학교와 교육청에 피해 사실이 알려졌지만, 가해 코치는 다른 여러 학교에서 코치 생활을 계속했다.

대회장에서 여러 번 코치를 마주쳐야 했던 김 씨는 성인이 돼 미투 운동 열풍에 용기를 얻어 코치를 강간치상 혐의로 고소했다.

해외는 어떨까

스포츠 성폭력 문제는 해외 등에서도 벌어졌다. 그러나 처벌과 대처는 대조적이다.

1년 전 미국 스포츠계를 흔든 미국 리본체조 선수 집단 성폭력 피해 사건이 대표적인 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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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캡션 전 미국 국가대표 체조팀 주치의 래리 나사르(55)

팀 주치의로 일했던 래리 나사르가 어린 선수들을 강제 추행하고 성폭행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피해자만 150명이 넘었다.

그는 재판 결과 징역 175년 형을 받았고 미국 체조협회는 미국 올림픽 위원회에 의해 자격이 박탈됐다.

소송과 보상금을 감당할 수 없어 미국 체조협회는 결국 파산했다.

이미지 캡션 BBC에 출연해 성폭행 피해 사실을 밝히고 있는 앤디 우드워드

2016년 영국에서는 축구선수 출신 앤드 우드워드의 성추행 폭로가 유소년 축구계를 흔들었다.

자신을 포함해 6명이 어린 시절 코치 배리 베넬에게서 성추행 당했다는 사실을 BBC와의 인터뷰에서 밝힌 것이다.

이 일로 영국에서는 유소년 축구 전체에 수사가 이뤄졌다.

영국 축구협회는 2년 동안 3000박스 분량, 6000개가 넘는 파일 자료를 조사했고, 밝혀낸 성범죄 피해자만 100명에 이르렀다.

하루만에 대책 내놓은 문체부

문화체육관광부는 심석희 선수 폭로 후 하루 만에 긴급 브리핑을 열고 관련 대책을 내놨다.

브리핑한 노태강 문체부 제 2차관은 "죄송스럽지만 이 사건에 대해 인지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올 3월까지 성폭력 등 체육 분야 비위근절 전수조사를 하겠다고 밝혔다.

또, 성폭력 처벌 범위도 확대해 영구제명 조치 대상이 되는 성폭력 범위를 강간, 유사강간에서 '중대한 성추행'으로 바꾸겠다고 설명했다.

노 차관은 "체육계의 눈높이가 아닌 일반 국민들과 시민단체의 눈높이에 맞춰 나가기 위해 민관합동으로 구체적 계획을 세워나갈 것"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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