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 영국 한인들, '노딜 브렉시트' 여부에 촉각

브렉시트 합의안이 하원에서 부결된 15일(현지시간) 브렉시트를 찬성하는 영국 시민들이 ‘노딜 브렉시트도 문제없다’ ‘영국을 믿는다’ 등의 문구가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 시위를 벌였다 Image copyright Getty Images
이미지 캡션 브렉시트 합의안이 하원에서 부결된 15일(현지시간) 브렉시트를 찬성하는 영국 시민들이 ‘노딜 브렉시트도 문제없다’ ‘영국을 믿는다’ 등의 문구가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 시위를 벌였다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합의안'이 영국 하원의 문턱을 넘지 못하면서 영국 사회가 혼란에 빠졌다.

오는 3월 말 아무런 계획 없이 브렉시트가 강행되는 '노딜(No Deal) 브렉시트'가 현실화 된다면, 영국이 유럽연합 관세동맹에서 빠지게 돼 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영국의 한인 사회도 예외는 아니다. 특히 한인 상인들은 이번 브렉시트 합의안 부결이 불러올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런던 스위스 코티지((Swiss Cottage))에서 일식집을 운영하는 권옥경 씨는 BBC 코리아에 "영국 대부분의 음식 재료는 유럽에서 수입해오고 있는데 브렉시트 협상 여파로 식자재 가격이 급상승하지는 않을지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노딜 브렉시트 우려가 확산하면서 식품과 의약품 공급 차질에 대비한 사재기 현상도 일부 나타나고 있다.

권 씨도 "수입 제한 때문에 대부분의 한식 재료는 한국이 아닌 독일에서 수입해 온다"면서 "브렉시트 파장으로 관세가 더 붙어 가격이 급상승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있어 평소 소량으로 구매하던 고춧가루 등을 대량으로 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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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캡션 최근 영국의 아마존 사이트에는 '브렉시트 생존 키트'라는 생활필수품 패키지가 등장했다. 가격은 34.90파운드(약 5만원)로 초콜릿과 과자 등 비상식량을 비롯해 맥주와 올리브유 등이 담겼다

런던 시내 중심에서 한식집을 운영하는 신명순 씨는 브렉시트로 인한 인건비 상승을 우려했다.

신 씨는 "우리 식당에서 일하는 분 중에는 동유럽 사람이나 서유럽 사람들이 많다"며 "이번 파장으로 이런 사람들이 본국으로 돌아가게 될까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런던에서 20여 년 동안 거주한 김모 씨는 "영국이 유럽연합에서 탈퇴하면 관세가 붙어 모든 물가가 올라가게 되고, 결국 경제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점을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인 사회에서도 이번 브렉시트 합의안 부결 과정을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며 "특히 한인 중에서 식당 운영 등 사업하는 사람들은 브렉시트에 더 예민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노딜 브렉시트로 인한 반사이익을 기대하는 목소리도 있다.

한 달 전 런던으로 이주해 취업 준비 중인 김단비 씨는 "노딜 브렉시트로 이민법이 강화되고, 그로 인해 유럽 구직자들의 진입 장벽이 높아진다면 혹시 저에게 일자리가 돌아오지는 않을지 내심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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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캡션 '브렉시트 합의안'이 영국 하원의 문턱을 넘지 못하면서 영국 사회가 혼란에 빠진 모양새다

영국인들도 이번 브렉시트 부결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영국 남부 항구 도시 포츠머스에서 물류업 일을 하는 한 남성은 BBC에 "아무런 합의안이 없는 상태로 브렉시트를 하는 것은 저와 같은 물류업 종사자들에게는 최악의 시나리오"라고 지적했다.

브렉시트 지지파 사이에서도 이번 합의안에 대한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있다.

런던에서 브렉시트 투표 부결을 지켜보던 한 시민은 "브렉시트 합의안을 쓰레기통에 버려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루한 브렉시트 과정을 조속히 매듭지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글로스터셔에 거주하는 루시는 "'브렉시트'라는 말만 들어도 답답할 정도"라며 "이제는 할 만큼 했으니 빨리 결론을 냈으면 좋겠다"고 진저리를 쳤다.

한편, 영국 중앙은행은 노딜 브렉시트가 현실화하면 영국 국내총생산(GDP)이 최대 8%까지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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