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동영상: 웹하드 불법 동영상 여전히 규제하기 어려운 이유

'불편한 용기' 집회 Image copyright Getty Images

극히 사적인 모습을 동의 없이 촬영 후 유포해 인격을 침해하는 이른바 '불법촬영물' 문제는 2018년을 달군 주요 이슈 중 하나였다.

불법촬영에 대한 당국의 수사가 편파적이라고 비판하면서 2018년 5월 시작된 '불편한 용기' 여성 집회는 총 여섯 차례 이뤄지면서 수만 명의 참여를 이끌었다.

불법촬영물의 주된 유통 경로로 지목되는 웹하드 업체를 소유한 양진호 한국미래기술 회장이 구속되면서 불법촬영물 문제는 잠잠해지는 듯 보였다.

그러나 웹하드에서는 여전히 불법촬영물이 범람하고 있다고 활동가들은 말한다.

모바일 웹하드, 사실상 '무법지대'

웹하드에서 유통되는 불법 콘텐츠에 대한 규제는 주로 불법 콘텐츠에 해당하는 자료들을 걸러내는 '필터링' 조치를 통해 이뤄진다.

파일 이름과 같은 기초적인 정보부터 해시값과 영상 DNA 같은 보다 복잡한 수단까지 활용된다.

그런데 모바일 웹하드에서는 이러한 조치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활동가들은 지적한다.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한사성)는 모바일 웹하드에서 불법촬영물로 의심되는 영상들을 쉽게 찾을 수 있다고 한다.

한사성이 유튜브에 올린 영상에서 활동가들은 '국산' 등의 검색어를 사용하여 '몰래 찍음' 등의 제목이 담긴 영상들을 모바일 웹하드에서 찾아냈다.

일반 웹하드에서는 '국산'과 같은 검색어는 '금칙어'로 지정돼 검색되지 않지만, 모바일 웹하드에서는 이런 기초적인 제재조차 적용되지 않고 있다고 활동가들은 지적한다.

규정의 틈

한국의 저작권법은 웹하드 업체에 "저작물 등의 불법적인 전송을 차단하는 기술적인 조치"를 할 의무를 부과한다.

일반 웹하드에서는 이러한 필터링 조치가 적용되고 있는 반면 모바일 웹하드에서는 적용이 되지 않고 있다.

규정의 틈을 이용하기 때문이다.

저작권법 104조는 '특수한 유형의 온라인서비스제공자'에게 기술적 조치의 의무를 부과하는데 여기에 해당하는 사업자의 범위는 문화체육관광부가 지정하게 돼 있다.

그러나 문체부의 고시 내용은 해석하기에 따라 모바일 웹하드가 조치의 대상에 포함되지 않을 여지를 남긴다.

문체부 고시는 콘텐츠를 "업로드 한 자에게 상업적 이익" 등을 제공하는 서비스와 "다운로드 할 수 있도록 기능을 제공하고 다운로드 받는 자가 비용을 지불하는" 서비스를 '특수한 유형의 온라인서비스제공자'로 규정한다.

모바일 웹하드는 스트리밍이 가능하게 기존의 일반 웹하드 자료를 단순 변환하여 제공할 뿐이라는 게 업체들의 논리였다고 한사성은 지적한다.

문체부와 과기부의 책임 논란

작년 10월 권미혁 의원(더불어민주당)이 공개한 문서에 따르면 문체부는 2016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모바일 웹하드에 대한 필터링 등록을 "별도의 등록 요청 시까지" 연기를 요청했다.

"모바일 웹하드 업체, 저작권자 등의 의견수렴 요청"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 이후 2년이 넘게 아무런 규제 조치가 취해지지 않았다고 권미혁 의원은 지적했다.

한사성은 모바일 웹하드도 처음부터 단속할 수 있었지만 업체 관계자들의 항의로 정부가 단속 하지 않았고, 그 와중에 불법촬영물들이 감시가 강해진 일반 웹하드를 떠나 모바일 웹하드로 이동하고 있다고 BBC 코리아에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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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캡션 '불편한 용기' 집회는 작년 12월 여섯 번째를 끝으로 무기한 연기됐다

필터링의 문제는 크게 저작권 침해 자료에 대한 것과 불법촬영물을 비롯한 음란물에 대한 것으로 나뉘는데, 당국의 책임 소재를 불분명하게 만드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문체부는 저작권이 있는 콘텐츠만이 부처의 소관이며, 불법촬영물과 같은 음란물은 과기부의 담당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과기부는 문체부 고시를 근거로 모바일 웹하드 또한 '필터링 적용 대상'이라고 말한다.

과기부 소속의 중앙전파관리소는 작년 10월 모바일 웹하드가 '기술적 조치'의 대상이 되는지에 대한 권미혁 의원의 질의에 다음과 같이 답했다.

"온라인 뿐만 아니라 모바일 웹하드사업자도 문화체육관광부고시 '특수한 유형의 온라인서비스제공자의 범위'에 해당되어... 기술적 조치 적용 대상임."

그러나 중앙전파관리소는 "다만, 기존 온라인 웹하드사업자의 모바일 웹하드서비스에 대한 기술적 조치 적용에 대해서는 문화체육관광부에서 현재 검토 중임"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문체부의 저작권 담당 부서 관계자는 BBC 코리아에 "불법·음란물 문제는 우리 소관이 아니다"라고 답했다.

활동가 단체 사이의 갈등으로 비화

불법촬영물 근절을 위해 활동하는 활동가들은 모바일 웹하드도 필터링이 의무화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권미혁 의원이 작년 12월 발의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도 이러한 요청을 반영하고 있다.

기술적 조치의 대상을 모든 불법정보로 확대하는 것이 그 골자인데 여기에 대해서는 표현의 자유와 정보접근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한 시민단체는 이 개정안이 실효성은 없는 반면 합법적인 정보의 공유를 크게 제한한다고 비판했다.

인터넷 관련 시민권을 다루는 시민단체인 오픈넷은 권 의원이 대표 발의한 개정안이 "인터넷 이용자의 표현의 자유와 정보접근권 그리고 사업자의 영업수행의 자유를 침해하며 사적 검열을 조장하는 일반적 감시의무를 부과하는 것"이라며 반대 의견을 표명한 바 있다.

당시 오픈넷의 이사장이었던 남희섭 변리사는 대부분의 국가에서 모든 정보에 대한 '일반적 감시의무'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점과 웹하드 업체들이 형사 처벌을 두려워하지 않아 법안의 실효성이 없다고 BBC에 말했다.

이는 사이버 성폭력 근절을 위해 활동하는 시민단체 간 갈등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한사성은 오픈넷과 남씨가 "웹하드 규제를 통해 피해촬영물 유통을 막고자 하는 법안을 반대"해왔다고 말한다.

남씨는 다른 활동가 단체인 디지털성범죄아웃(DSO)과 함께 디지털성폭력클린센터를 설립, 불법촬영물을 모니터링하고 이에 대한 삭제 요청을 하는 협약을 웹하드 협회와 체결했다.

그러나 한사성은 이를 두고 웹하드 협회가 정부의 규제에 대해 클린센터를 '방패막이'로 사용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남씨는 이에 대해 클린센터는 "오히려 웹하드 카르텔을 깨기 위해 활동해 왔다"며 원활한 모니터링 효과를 위해 웹하드 협회와 합당한 협조 요청을 했을 뿐이라고 반박한다.

"정부의 요청에 따라 부가통신사업자가 협조를 한다고 하여 정부가 사업자와 유착되었다고 의심하지 않는 것처럼 클린센터도 웹하드와 유착되었다는 의심을 받을 이유가 없습니다."

남씨는 소위 '웹하드 카르텔' 논란에 대한 입장문에서 이렇게 말했다.

사이버 성범죄 전담조직 신설, 사법부의 인식 개선 촉구

모니터링과 필터링만으로는 불법촬영물을 근절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데에는 큰 이견이 없다.

남희섭 전 오픈넷 이사장은 필터링 등의 강제가 이미 불법촬영물 유통으로 많은 이윤을 챙겨본 웹하드 업체들에게 충분한 자정 유인이 되지 못하고, 경찰이 수사에 소극적일 수 있는 상황이라 사이버 성범죄 전담 조직을 신설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 것이라고 지적한다.

남씨는 그러면서 여성가족부 산하에 사이버 성범죄를 전담으로 하는 특별사법경찰 조직을 신설하는 것을 제안했다. 특별사법경찰이란 근로감독관과 같이 '경찰권을 가진 행정공무원'을 가리킨다.

한사성은 검찰과 법원을 비롯한 사법부가 불법촬영물 관련 사안을 소홀하게 다루고 있다고 말한다.

"요즘에는 경찰은 조금이나마 나아지는 기색이 보이는데 검찰과 재판부가 더 문제입니다."

한사성은 BBC 코리아에 "지난해 고발한 포르노 사이트 처분 결과를 보면, 230건 중 재판까지 간 사례가 겨우 30건이다"며 이는 "플랫폼의 피해촬영물 유통 문제를 심각하게 보는 의식이 아직 없는 것이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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