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육계 성폭력: 합숙소 폐지, 비상벨...쏟아지는 성폭행 근절 대책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10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조재범 성폭력 사건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진상규명, 재발방지를 촉구하고 있다 Image copyright 뉴스1
이미지 캡션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10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조재범 성폭력 사건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진상규명, 재발방지를 촉구하고 있다

전·현직 선수들의 체육계 성폭행 폭로가 이어지는 가운데 정부 및 관계 기관들이 사과에 이어 실태 조사 등 대책을 내놓고 있다.

우선 실태 파악이 대규모로 이뤄진다.

22일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는 '스포츠인권 특별조사단'을 신설해 진정사건을 조사하고 제도개선 업무를 수행하기로 했다. 이번 조사는 인권위의 역대 체육계 실태 조사 가운데 최대규모다.

특별조사단은 특히 성범죄가 많이 발생하는 장소로 꼽히는 운동 단체와 합숙시설 등에 대해서도 점검에 들어간다.

이후 민간전문가들로 구성된 정책 포럼을 통해 '스포츠인권 종합 제도개선 방안'을 내놓을 예정이다.

여성가족부 역시 17일 긴급대책을 내놓고 실태 파악뿐 아니라 제대로 된 '신고시스템'을 확립하겠다고 말했다.

이숙진 여성가족부 차관은 브리핑을 통해 "체육계 도제식, 폐쇄적 운영 시스템을 고려해 피해자 익명 상담 창구를 마련하겠다"며 "피해자가 안심하고 상담과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이어 성폭력 사건을 은폐, 축소하려는 경우도 처벌 조항이 되도록 관련 법령 개정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덧붙였다.

체육계 성범죄 피해자가 대체으로 어린 선수였다는 점이 많았다는 점은 교육계도 움직이게 했다.

경기도교육청은 '스포츠 미투' 신고센터 앱을 개발해 운동부에서 벌어지는 각종 비위와 폭행, 성범죄 등을 실시간으로 제보받는다고 밝혔다.

그동안 운용해오던 학생선수고충처리센터 활용도가 떨어진다는 지적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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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캡션 조재범 전 국가대표 코치

이재정 경기교육감은 "기존 학생선수고충처리센터를 보완하는 익명 스마트폰 앱을 만들어 선수 지도자 학부모 등 누구나 신고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학교 합숙소 단계적 폐지안도 나왔다.

현재 고교 운동부 합숙소는 90여 곳이 있으며, 약 9,700여 명의 학생이 생활하고 있다.

CCTV, 미봉책, 비상벨...뒷북 대책이라는 지적도

심석희 선수 폭로 이후 쏟아지는 정책들을 두고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한국 체육계 단체를 통괄 지도하는 대한체육회는 비판의 도마에 올랐다.

대한최육회는 지난 15일 이기흥 회장이 직접 나서 사과문을 발표하며 특별조사팀을 꾸려 폭력, 성폭력, 횡령 배임 등을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성폭행 예방을 위해 선수촌 내 여성부촌장과 여성 훈련관리관을 채용하는 등 시스템도 개선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또 주요 사각지대에 CCTV를 설치하고, 남녀 선수 로커에 비상벨을 달며, 무단 출입 시 즉각 퇴출 조치를 하겠다고 말했다.

이런 대한체육회의 대책에 대해 국내 스포츠 미투 1호로 불리는 테니스 김은희 전 선수는 '소용이 없다'고 평했다.

그는 "CCTV 없는데 갈 수도 있고, (위에서) 비상벨 누르지 말라고 하면 못 누르는 데 소용이 있는가"라고 반문하며 "그런 시스템도 중요하지만 범죄가 일어나지 않도록 지도자와 사람을 바꾸고 교육해야 한다"고 BBC 코리아에 말했다.

한편, 대한체육회는 심석희 선수가 조재범 코치의 성폭행을 폭로하기 몇 시간 전 공교롭게도 '체육계 성폭력이 줄어들고 있다'는 조사 결과를 내놔 빈축을 샀다.

이에대해 한국인권정책연구소 문경란 이사장은 지난 16일 열린 '조재범 성폭력 사태 근본 대책 마련 긴급토론회' 에서 정부 및 대한체육회가 실태 파악도 하지 못하고 있다며 "10년 전 내놨던 대책과 달라진 게 거의 없다"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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