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박스는 과연 생명을 살릴까?

미 인디애나주 소방서에 있는 베이비박스 Image copyright CBS News
이미지 캡션 미 인디애나주 소방서에 있는 베이비박스

미국 인디애나주의 한 소방서에는 우편함과 같이 보이는 작은 쪽문이 있다.

문을 열면 중간 크기의 소포가 들어갈 정도의 공간이 있다. 하지만 이곳은 우편물을 넣는 곳이 아니다.

바로 신생아를 넣는 곳이다. 여기에는 "인디애나 세이프 헤이븐 베이비박스"라고 쓰여 있다.

지는 12월에 설치된 이 베이비박스는 인디애나주의 7번째 베이비박스로 아이를 키울 여력이 안 되는 산모를 돕는 취지에서 설치됐다.

이 베이비박스 단순한 보관함이 아니다. 자동으로 온도 조절이 되고, 센서가 장착돼 있어 아기를 놓으면 긴급 구조대가 5분 내로 아기를 꺼낼 수 있게 무음 알람이 울린다.

이 베이비박스를 운영하는 프리실라 프루이트는 여성들에게 "마지막 방책"이라고 말했다. 프루이트가 운영하는 "세이프 헤이븐 베이비박스" 캠페인 단체는 이런 베이비박스가 미국 전역에 생겨야 한다고 주장한다.

산모 중 특히 어리거나 두려움에 사로잡혀 있는 여성이 영아를 살해하는 것도 방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영아 유기는 심각한 문제다"라며 "특히 작은 지역공동체에서 여성들은 (임신, 출산으로) 구설수에 오르고 싶지 않아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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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한국과 마찬가지로 미국에서도 베이비박스에 대한 여론은 분분하다.

아버지의 권리를 옹호하는 단체들은 아기 엄마와 아빠 중 엄마만이 결정한다는 점을 지적한다. 유엔(UN) 역시 베이비박스에 관한 반대 의견을 낸 바 있다. 유엔은 영아 유기를 할 수밖에 없는 환경적 요인을 알아보고,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미국 내 베이비박스의 시작은?

미국에서 지금과 같은 형식의 베이비박스가 나온 건 2016년이지만, 사실 이런 아이디어는 아주 오래전부터 있었다.

중세시대에는 병원, 수도원, 고아원 등에 원통형의 통이 있었다. 이 통은 당시 '기아(棄兒) 회전판'(foundling wheel)으로 불렸다.

지난 20여 년간, 다양한 국가에서 이 아이디어가 부활했다. 한국을 포함해 파키스탄, 말레이시아, 독일, 스위스 등에서 베이비박스가 등장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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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캡션 폴란드 바르샤바의 베이박스

나라마다 차이가 있지만 대게는 자선단체가 운영한다. 미국의 '세이프 헤이븐 베이비박스'의 경우 비영리단체로 20여 개를 더 설치할 예정이고 100여 개를 더 설치할 수 있는 기금을 모았다.

'나이츠 프럼 콜롬버스'라는 천주교 남성 신자 모임이 주요 기부단체로 알려진다.

미국의 베이비박스 관련 법은?

베이비박스가 설치되려면 각 주에서 관련 법이 제정돼야 한다. 베이비박스 7개가 있는 인디애나주; 2개가 있는 오하이오; 그리고 곧 1개가 설치될 예정인 펜실베니아에서는 해당 법이 제정됐다.

뉴저지에서는 법안이 발의됐지만, 아직 제정 전이고, 조지아에서는 캠페인이 한창이다. 미시간 주의 경우, 상원이 법을 통과시켰지만, 주지사가 거부권을 행사했다.

릭 스나이더 미시건주 주지사는 편지에 미시건주의 현재 '세이프 헤이븐(피난처) 법'이 있기 때문에 베이비박스는 필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부모가 직접 아이를 경찰, 소방대원, 병원 직원에 넘기는 것보다 어떤 기기에 아이를 떨구어 놓는 것이 더 적절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세이프 헤이븐 법'이란?

아이를 버리는 것은 미국 내에서 불법이지만, '세이프 헤이븐 법'에 따르면, 부모가 출산 후 며칠 내로 양육을 포기하고 다른 사람이나 기관에 아이를 안전하게 넘겨주면 부모를 처벌하지 않는다.

1999년 텍사스에서 처음으로 이 법이 통과됐고 이후 49주 다 해당 법을 통과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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텍사스의 가정보호 담당부처는 '세이프 헤이븐 법'에 따라 부모가 넘긴 영아의 수는 집계를 시작한 2004년 이후 131명에 달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수치를 어떻게 봐야 하는지에 대한 전문가의 의견은 엇갈린다. 해당 법이 아니었으면, 예를 들어 131명의 생명은 어떻게 됐을까? 일부는 죽었을 수도, 입양됐을 수도, 아니면 결국 부모와 살게 됐을 수도 있다.

한편, 한국에서 첫 베이비박스를 도입해 10년째 운영하고 있는 이종락 목사는 최근 연합뉴스TV에 베이비박스를 통해 보호된 아이들이 1,521명에 달한다고 말했다.

베이비박스는 과연 생명을 살릴까?

덴마크의 복지연구센터 바이브(Vive)는 유럽 내 베이비박스의 유효성에 대해 연구를 해왔다. 덴마크에서도 일부 정치인들이 베이비박스 도입을 제안했기 때문이다.

바이브의 수석 연구원인 마리 야곱슨은 코펜하겐 포스트에 "2000이후 독일에서 베이비박스를 설치했지만, 밖에서 버려져 죽는 영아의 수가 줄었다는 보고는 아직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세이프 헤이븐 베이비박스"는 자신들이 설치한 베이비박스 이용률을 보면 2016년 4월에 비해 3배가 됐다고 주장한다. 이 영아들은 베이비박스가 아니었다면 살지 못했을 것이라는 논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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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캡션 한국에서는 주사랑공동체교회의 이종락 목사가 10년 째 베이비박스를 운영하고 있다

캘리포니아의 산타클라라대학의 법학 교수인 미셸 오버만은 "베이비박스가 꼭 나쁘다고 할 수는 없지만, 잘못된 방향을 제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쓰레기통에 비해서는 '세이프 헤이븐 법'은 덜 나쁜 것이지만, 입양 제도가 괜히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그는 설명했다.

특히 어찌 보면 가장 베이비박스를 알아야 할, 두려움과 수치심에 임신 사실을 부정하거나 숨겨 온 10대 산모들은 정작 이런 제도를 잘 모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화장실에서 혼자 아이를 난 10대 산모가, 갑자기 해당 법을 알아서 버스나 우버 택시를 타고 베이비박스를 찾아올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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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캡션 세이프 헤이븐 베이비박스 캠페인 창립자 모니카 켈시는 신생아 때 버려졌다

세이프 헤이븐 베이비박스 캠페인 단체는 학교와 청년단체와 협력해 의식을 높이는 데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더불어 24시간 핫라인을 운영해 상담을 제공한다.

"최대한 아이를 버리지 않을 수 있게 도와주고 있다. 베이비박스에 관한 얘기는 최대한 마지막에 한다"고 프루이트는 말했다.

이 단체를 창립한 모니카 켈시는 자신이 신생아 때 버려졌다고 한다. 켈시의 어머니는 17세 때 강간을 당해 그를 갖게 됐고, 이 경험이 켈시로 하여금 낙태 금지 운동과 더불어 이 단체를 만들게 했다고 한다.

미국 내 영아 살해 현황은?

오버만은 베이비박스가 영향을 미치는 여성들은 "정서적으로 고립되고 소극적이고 아무도 믿을 수 없는 상황에 처한 여성들이다"라며 이들의 심리를 분석했다.

"이 여성들은 '이러다 말겠지, 임신이 아닐 거야, 상상한 것이야'라고 하다가 결국 아무 계획도 안 세운 상태에서 출산을 하게 되어 충격이 빠진다"며 "결국 아이를 없애서 출산이 일어나지 않았던 것처럼 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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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캡션 조지아주에서 보냉백에서 사망한 영아를 발견했다

부모가 갓 태어난 아이를 살해하는 사건은 정확한 통계 자료가 없다.

오하이오의 라이트 주립대학의 심리전문대학 학장인 세릴 메이어는 "수치는 굉장히 적게 추산되어 있다"며 "보고가 되지 않는 경우나 미성년 범죄자로 분류된다. 언론에 보도되지도 않고 당국에서도 '신생아 살해'로 분류하기보다 단순 '살인'으로 분류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빅 픽쳐'는 무엇인가?

미국에서 베이비박스가 시작된 곳은 인디애나주로 마이크 펜스 부통령의 출신 주다. 펜스 부통령은 낙태를 반대해왔고, 인디애나주에서 주지사로 있었을 때 낙태를 금지하는 강력한 법을 제정한 바 있다.

메이어는 "세이프 헤이븐 법과 베이비박스는 다 낙태를 어떻게 보는지와 연관되어 있다. 개인적 신념, 종교적 이념과도 마찬가지다"라고 말했다.

신생아 살해로 감옥에 수감된 여성들을 인터뷰하며, 왜 낙태를 하지 않았냐고 물으면, 대부분의 여성 수감자들은 낙태를 반대하기 때문이라고 응답했다는 것이다.

"아주 슬픈 역설이다"라고 메이어는 말했다.

인디애나의 '올 옵션스(All Options)'라는 출산 지원 센터의 셀리 도드슨 소장은 베이비박스 운영 단체 대부분이 종교와 관계가 있다며 "낙태를 반대하냐 옹호하냐 이 양분법만 강조되지만 현실은 더 복잡하고 난장판일 때가 많다"고 말했다.

한편 켈시의 입장은 단호하다. 바로 베이비박스는 논란의 소지가 없다는 것. "생명을 살리는 것"이 베이비박스라고 그는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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