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핑크다?' '현실은 검은색'...북한의 색을 보는 다른 시선

북한의 아파트 Image copyright Alexander Demianchuk
이미지 캡션 북한의 아파트

"북한은 동화처럼 행복하다는 느낌을 주려고 파스텔 톤을 굉장히 많이 사용합니다. 그래서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것은 빨간색이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대학로 홍익대 아트센터에선 열리고 있는 '영국에서 온 Made in 조선: 북한 그래픽디자인展'를 주최한 (주)컬처앤아이리더스 김지현 팀장의 설명이다.

"(평양 시내) 건물들을 보면 파스텔톤, 민트색, 분홍색이 굉장히 많이 쓰이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희 전시도 입구에 민트색으로 문을 만들었고, 전시 옆에서 열리고 있는 '평양 슈퍼마켓'도 분홍색으로 만들었습니다. 흑과 백이 아니고 북한에 다른 면이 있다는 것을 관람객들이 알았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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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캡션 '영국에서 온 Made in 조선: 북한 그래픽디자인展'

전시는 영국인 니콜라스 보너가 수십 년간 수집한 북한의 우표, 포장지, 만화책, 초대장, 선전(프로파간다) 포스터 등을 소개한다.

지난해 영국의 일러스트레이션 전문 공공 갤러리인 '하우스 오브 일러스트레이션'에서 최초로 소개된 후 올해부터 세계 순회전을 시작했다.

전시장 한편에 팝업스토어 '평양 슈퍼마켓'을 기획한 브랜딩 전문회사 필라멘트의 최원석 대표도 '핑크'를 테마로 선택한 이유에 대해 비슷하게 설명했다.

북한은 핑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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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캡션 '평양 슈퍼마켓'을 기획한 필라멘트의 최원석 대표

그는 "사실 저희가 생각하는 북한은 약간 버건디한 레드였어요. 하지만 자료를 찾아보니 정책적인 케이스를 제외하고는 그렇게 핏빛의 레드를 쓰는 경우가 많진 않았어요"라고 BBC 코리아에 말했다.

"그래서 레드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기 위해서 핑크로 튜닝을 한 것입니다. 사람들이 (이 팝업 스토어를) 덜 무서워하고 더 편안하게 즐겼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전체 디자인 모티브를 그랜드 부다페스트처럼 했습니다."

핑크 레벨로 감싸진 과자를 가르키며 "저 과자 레벨도 만약 레드로 했으면 그 색 하나 차이로 사람들이 매우 부담스러워했을 거예요"라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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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캡션 '평양 슈퍼마켓'의 제품

북한의 선전용 포스터 등을 디자인 모티브로 북한의 라이프스타일에 호기심을 자극하는 것이 목표인 '평양 슈퍼마켓'은 정치적인 메시지를 완전히 빼고자 했다고 최 대표는 강조했다.

"뭔가 북쪽스럽지만 북쪽스럽지 않아 그냥 편안한 느낌을 주려고 했었던 것"이라며 결과적으로 빨간색이 아닌 분홍색을 채택하니 사람들이 덜 정치적으로 보고, 덜 부담스러워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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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캡션 색색으로 칠해진 북한 도시 건축물

사회주의와 붉은색

사회주의는 기본적으로 붉은색에 기반을 두고 있다.

신화, 종교, 과학, 언어학, 고고학, 인류학, 미술 등 다양한 분야에 걸친 붉은 색의 기원과 변화를 살핀 '빨강의 문화사'(저자 스파이크 버클로)에 따르면, 사회주의 혁명에 성공한 러시아 볼셰비키와 중국 공산당 등이 붉은색을 상징으로 삼았다고 설명한다.

북한 문화를 연구하는 북한대학원대학교 이우영 교수는 북한을 상징하는 색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냐는 질문에 "당연히 빨간색이죠"라고 BBC 코리아에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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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캡션 북한을 상징하는 색은 빨간색이라는 의견이 많다

익명을 요구한 한 미술계 인사도 북한을 대표하는 색이 "부드러운 색조의 연한 핑크나 민트그린는 확실히 아니라고 본다. 진달래색(진한 핑크)나 인민복색이 더 적합하다"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건축물을 중심으로 최근 북한에 색감이 더 다양해지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파스텔 얘기가 나오는 것은 김정은 시대 들어서 문화 전반에서 다양성이 강조되는 것을 볼 수 있어서 일 것"이라며 "최근 평양 도시 사진을 보면 딱 차이가 나요. 건축물을 보면 예쁜 색깔이 조금 보여요"라고 말했다.

박계리 홍익대학교 연구교수도 조각상의 경우 김정은 시대에 가장 눈에 띄는 특징은 "입체상에 색채의 사용, 웃고 있는 표정, 그리고 김일성상의 경우 젊어진 대상의 나이"라고 말한 바 있다.

2014년 개장한 평양의 문수 물놀이장에 있는 김정일 천연색 석고 입상이 대표적인 예다. 이 물놀이장은 호주의 닉 오재 사진작가가 낸 "컬러풀 오더"라는 사진집의 표지 이미지이기도 하다.

'현실은 검은색이다'

한편 함경북도 길주 출신 탈북자 김 모씨(61)는 BBC 코리아에 "당에 충성을 나타내는 것은 물론 붉은색이지만 나는 침침한 색만 생각나요. 밝은색은 전혀 생각 안 난요"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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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기억하는 북한의 현실이 어둡고 암울하다는 의미에서다. 평양 외 지역의 현실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고 북한을 떠난 새터민이 북한에 가지고 있는 기억과 이미지를 대변하기도 한다.

이어 "옷도 검은색을 선호했어요"라며 밝은 색은 자주 빨아야 했기 때문에 물자를 아끼는 차원에서 그랬다고 덧붙였다.

탈북화가 송벽 역시 BBC 코리아에 "저 역시 북한하면 떠오르는 색은 붉은색입니다. 사회가 개인 인권보다 당을 우선으로 하기 때문에 공산당을 상징하는 붉은색이 먼저 떠오릅니다"라고 말했다.

"TV에 비쳐지는 화려한 색깔들은 평양만의 모습이고 그 외 지방들은 어두침침한 색으로 대변됩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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