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리용호 외무상 기자회견: '전면적 제재 해제 아닌 일부 해제' 원했다

현지시간 29일 새벽 북한 리용호 외무상이제2차 북미정상회담이 열렸던 베트남 하노이의 북한 대표단 숙소인 멜리아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미지 캡션 현지시간 29일 새벽 북한 리용호 외무상이제2차 북미정상회담이 열렸던 베트남 하노이의 북한 대표단 숙소인 멜리아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현지시간 29일 새벽 북한 리용호 외무상이 제2차 북미정상회담이 열렸던 베트남 하노이의 북한 대표단 숙소인 멜리아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전날 오후 2시경 미국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기자회견을 연 지 약 12시간이 지난 후다.

리 외무상은 "회담 과정에서 미국 측이 영변 핵 시설 외에 한 가지를 더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며, "미국이 우리의 주장을 수용할 준비가 되지 않았다는 게 명백해졌다"고 회담이 결렬된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북한이 요구했던 것은 "전면적인 제재 해제가 아니라 일부 해제"였으며 구체적으론 유엔 제재결의 총 11건 가운데서 5건이라고 밝혔다.

이는 앞서 "북한은 완전한 제재 해제를 원했지만, 미국은 들어줄 수 없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기자회견 발언과 차이가 있다.

리 외무상은 기자회견에서 "현 단계에서 우리가 제안한 것보다 더 좋은 합의가 이뤄질 수 있는 건지 이 자리에서 말하기 힘들다"며 "이런 기회마저 다시 오기 힘들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완전한 비핵화에로의 여정에는 반드시 이러한 첫 단계공정이 불가피하다"며 "우리가 내놓은 최대한의 방안이 실현되는 과정을 반드시 거쳐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미국 측이 협상을 다시 제기해오는 경우에도 우리 방안에는 변함이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예상치 못한 '노 딜'

회담 2일차 12시35분(현지시간) 백악관 대변인 새라 샌더스가 '일정에 변화가 있다'고 공지했고, 트럼프 대통령이 약 한 시간 후 회담장을 떠날 것이라고 말했다.

확대회담 도중이었다. 애초 전날 백악관 발표에 따르면 확대회담이 끝난 후 두 정상은 11시 55분에 오찬을 하고, 2시 5분에 합의문 서명식을 할 예정이었다.

4시에 예정된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기자회견이 2시로 당겨졌다는 발표가 이어졌고, 약 1시 25분경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차량을 타고 회담장인 소피텔 레전드 메트로폴 호텔을 빠져나갔다.

이후 백악관을 짧은 성명을 통해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지만 각자의 팀이 이후 만나기를 고대한다"고 말했다. 여기서 '팀'이 의미하는 바는 확실하지 않다.

단독회담을 마치고 비핵화 의지가 있냐는 질문에 김 위 원장이 '의지가 없으면 여기까지 왔겠느냐'고 반문한 지 불과 한 시간도 안 되어 이 같은 성명이 발표됐다.

문제는 '제재'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제재가 쟁점이었다"고 밝혔다. "북한에서는 제재 완화를 요구했지만 우리는 그러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북한이 제재의 전면적인 완화를 요구했을 뿐 아니라 미국이 영변 핵시설 외에 추가적인 비핵화를 요구해 결렬을 초래했을 수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영변 핵시설 폐기보다 더 많은 걸 없애야 한다. 그들은 아마 우리가 알고 있다는 사실에 놀랐던 것 같다"고 말하며 영변 외에 다른 시설을 이번 회담에서 의제에 올렸다는 것을 시사했다.

북한전문가 안드레이 아브라하미안은 "다시 실무 레벨로 돌아갈 수 있다"고 했지만 "탑다운(상의하달식) 접근 방식이 위험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강조했다.

헤리티지 파운데이션의 올리비아 에노스는 BBC에 '배드 딜(나쁜 합의)'보다는 '노 딜'이 낫다며, "지킬 수 없는 조건들이 담긴 합의는 서명하지 않는 것이 낫다"고 덧붙였다.

현지 분위기 침착한 편

한편, 회담 동안 하노이 시민들은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에 높은 관심을 보였다. 이동할 때마다 베트남 거리는 통제됐다. 시민들은 통제 시 길목에 서서 대통령 차량이 지나가는 것을 보고자 기다렸다.

일부 시민들은 꽃과 성조기, 인공기 등을 준비해 기다리기도 했다.

하노이 시내의 화랑들은 양 정상의 얼굴이 그려진 대형 초상화를 팔았고, 가게에서는 티셔츠 등을 판매했다. DC 화랑의 주인 비엔은 BBC 코리아에 초상화를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에게 드리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

시내 곳곳에 세워진 회담을 기념하는 현수막이 세워졌고 가로등에는 형형색색 꽃이 걸렸다.

회담장인 소피텔 메트로폴 근처에 위치한 오페라 하우스는 화단을 재정비했고, 영빈관은 새로 페인트칠 되고 조명이 설치되기도 했다.

현수막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는 사람들도 쉽게 볼 수 있었다. 하노이에서 태어나 자랐다는 부이밍하는 BBC 코리아에 "회담으로 인해 하노이에 많은 변화가 있었다"며 "도시가 더 아름다워졌고 깨끗하고 친근해졌으며 평화의 현장이 됐다"라고 말했다.

베트남인들은 2번의 전쟁을 겪었기 때문에 자신들에게 '평화'가 갖는 의미는 특별하다고 말했다.

레이 뚜안 즈엉 헤어디자이너는 BBC 코리아에 "저의 가족은 베트남 전쟁 때 많은 식구들이 목숨을 잃었다. 그렇기 때문에 전쟁을 안 좋아한다"며 정상회담이 한반도 평화로 이어지길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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