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 김규민 감독: "공개처형 일정 잡혔단 소리에 못까지 삼켰죠"

영화 '사랑의 선물' 포스터 Image copyright 한마음프로덕션

"보릿고개보다 더 어려웠던 북한의 '옥수수고개'를 겪은 내가 이야기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영화 '사랑의 선물'은 1990년대 북한 '고난의 행군' 당시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 탈북자 김규민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제작비는 2017년 온라인 크라우드 펀딩으로 모았다. 런던국제영화감독축제 초청으로 영국 런던을 찾은 김 감독을 지난달 19일 BBC 스튜디오에서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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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C 코리아 방송 - '사랑의 선물' 김규민 감독 인터뷰

고난의 행군 시기 실화 그려

주인공 소정은 하반신을 못 쓰는 상의군인 남편과 여덟 살배기 딸을 키운다. 영화는 가난을 버티다 못한 소정이 성매매에 나서며 벌어지는 일을 담담한 호흡으로 그렸다.

김 감독은 영화 제작 과정에서 가장 많은 고충을 겪은 부분으로 '배우 섭외'를 꼽았다.

그는 "현 배우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말은 결코 아니지만, 본래 여자주인공으로 캐스팅한 배우가 따로 있었다"고 털어놨다.

"배우는 출연을 승낙했는데 일주일쯤 뒤 소속사에서 전화가 왔어요. 출연을 못 시키겠다는 거예요. 왜냐고 하니 '알지 않느냐, 북한 인권 영화 출연하면 다음 작품 못 들어간다'고 하더라고요."

그는 "독립영화 감독들이 종종 겪는 '섭외 고충'을 이중으로 겪은 셈"이었다고 설명했다.

"공개처형 일정 듣고 탈북"

김 감독은 스물 다섯 살이던 1999년 북한을 탈출했다. 북한 밖 세상에 눈을 뜨게 된 계기는 라디오였다고 했다.

그는 "사춘기 때부터 한국 라디오를 많이 듣다 대학에 가니 '뭔가 잘못됐다'는 생각이 들더라"며 "그래서 대학을 자퇴했다"고 회상했다.

김 감독은 "북한에서 대학을 그만두는 건 쫓겨나거나, 아파서 나가거나 둘 중 하나인데 스스로 나가게 되면 문제가 달라진다"며 "혁명화 조치가 내려왔고 부모님은 해임돼 시골로 쫓겨 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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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캡션 지난 달 영국 런던에서 열린 런던국제영화감독축제에 참석한 김규민 감독

김 감독에 따르면 그는 1999년 3월 북한 지방선거 당시 김일성 주석의 사진이 붙어 있던 투표소를 부순 혐의로 체포됐다.

"공개처형 일정이 잡혔다는 이야기를 듣고 못을 삼켰어요. 그러니까 장이 썩기 시작하잖아요. 수술을 받으러 밖으로 나갔을 때, 화장실에 가겠다고 하고 탈출했습니다. 1999년 4월 17일이었어요."

"영화의 힘 믿는다"

김 감독은 2001년 한국 땅을 밟았다. 이어 한양대학교 연극영화과에 진학했다. 그는 "원래 꿈은 배우였는데 외모와 사투리가 장벽이 됐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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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캡션 '사랑의 선물' 촬영 모습

"유명인이 돼서 북한에 대해 말하게 되면 더 많은 사람들이 내 말을 들어주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어느날 교수님이 그러시더라고요. '그러면 그냥 감독을 하라'고요. 배우는 써주는 시나리오를 읽지만 감독은 본인이 시나리오를 쓴다고, 또 본인 영화에 본인이 나오면 아무도 뭐라 안 한다고 말예요.(웃음) 그런데 이렇게 힘든 길인 줄은 몰랐습니다."

김 감독은 "사람이 정말 잘 본 영화 한 편은 죽을 때까지 기억하지 않느냐"면서 "오감이 다 동원되는 영화의 힘을 믿는다"고 했다.

'사랑의 선물'은 런던국제영화감독축제에 이어 지난 달 미국 뉴욕 겨울영화제 경쟁 부문에도 출품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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