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청원: '장난 청원엔 거부 도장'... 국민청원 목록이 보여주는 영국의 현주소

지난 23일 영국 런던에선 브렉시트 취소를 촉구하는 시위가 열렸다 Image copyright Getty Images
이미지 캡션 지난 23일 영국 런던에선 브렉시트 취소를 촉구하는 시위가 열렸다

지난 20일 영국 의회 청원 사이트에 올라온 '브렉시트 재고 요청'에 하루 만에 200만 명이 서명했다.

24일 (현지시간) 기준 청원 참가자 숫자는 530만 명을 넘어섰다.

영국 인구가 6600만 명 정도라는 점을 고려하면, 국민 10명 중 1명 이상 서명에 참여한 셈이다.

앞서 2016년 1월 '브렉시트 국민투표 재실시 청원'도 400만 명의 서명을 모았다.

그러나 당시 수천 건의 서명이 자동 프로그램으로 조작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 서명 일부가 삭제되기도 했다.

1만 명 서명하면 정부가 응답해야

영국의 국민 청원은 한국인들에게도 비교적 익숙한 시스템이다. 한국 청와대 게시판처럼 영국 정부도 청원 사이트를 운영한다.

영국 시민이거나 거주자라면 누구나 청원을 올리거나 기존 청원에 서명할 수 있다.

다만 청원을 시작하려면 최소 5명의 사전 동의가 필요하다. 서명 시엔 홈페이지 안내에 따라 이름과 이메일 주소, 사는 지역을 입력하면 된다.

각 청원은 6개월간 진행된다. 1만 명이 서명하면 영국 정부는 해당 청원에 대한 답변을 내놔야 한다. 지금까지 308건이 정부 응답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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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캡션 서명 인원이 10만 명을 넘어서면 의회는 해당 청원을 회의 안건으로 올려야 한다

서명 인원이 10만 명을 넘어서면 의회는 해당 청원을 토론 안건으로 올려야 한다. 현재 55건에 대해 하원 의회가 정책 반영 여부를 실제 논의 중이다.

장난 청원에는 '거부 도장'

모든 청원이 자유롭게 게시되고 서명을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청원 규칙에 어긋나는 글에는 '거부됨(rejected)' 표시가 붙는다.

장난식 청원은 물론이고, 같은 내용의 청원이 이미 진행 중이거나 정부의 대책을 요하는 내용이 아닐 경우, 정부나 의회의 책임을 벗어나는 내용 또는 명예훼손 소지가 있을 경우 등이 거부 대상에 해당한다.

신분을 특정할 수 있는 사람이나 범죄 관련 조직에 대한 청원, 고위급 정부 관료가 아닌 개별 공직자에 대한 청원도 금지된다.

국민 관심사 보여주는 청원들

현재 브렉시트 관련 청원을 비롯해 아래와 같은 요청 등이 서명 인원 1만 명을 넘겨 정부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

동물복지와 환경 문제, 성 소수자 이슈 등 사회상이 드러나는 내용이 많다.

  • '철장 시대의 종말: 농장 사육 동물들에 대한 철장 사용을 금지해 달라'(5만7천여 명 서명)
  • '북아일랜드에서 일했던 군인들에 대한 면죄부 요청'(12만2천여 명 서명)
  • '반려동물 절도법 개혁: 반려동물 절도가 구체적 범죄 조항에 포함되도록 동물복지법을 개정해 달라'(1만9천여 명 서명)
  • '재활용이 불가한 음식 포장재 사용을 금지해 달라'(5만7천여 명 서명)
  • '법적 문서에 '남성'과 '여성' 외 다른 정체성도 표기할 수 있게 해 달라'(1만1천여 명 서명)

한국·북한 관련 청원도 종종 올라와

지금까지 올라온 청원중에는 한국이나 북한 관련 내용도 있다.

'북한은 전 세계를 위협하는 악당 국가로 영국 정부는 주영 북한 대사를 추방해야 한다'는 내용의 청원은 18명을 모으는 데 그쳤다.

'북한에 대한 군사적 중립 기조를 채택하라'는 청원은 이미 같은 내용의 청원이 올라와 있어 거부됐다. 앞서 게시된 해당 청원은 2600여 명의 서명으로 마무리됐다.

'영국 내 동물 모피 판매를 금지해 달라'며 한국을 주요 수출국 중 한 곳으로 꼽은 청원엔 10만9000여 명이 서명했다. 해당 안건은 지난해 1월 영국 의회 안건으로 올랐다.

당시 영국 의회는 "이미 모피 제품 일부가 법적으로 수입이 금지된 상황으로, 국가적 금지법은 효과가 적을 것이라는 게 정부의 시각"이라고 결론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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