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리마: '우리는 존재합니다'... 비밀단체 '자유조선', 그들은 누구인가?

(캡션) '자유 조선' 홈페이지 캡쳐 Image copyright '자유 조선' 홈페이지 캡쳐

반 북한체제 단체로 알려진 '자유조선(옛 천리마민방위)'이 지난달 22일 벌어진 스페인 마드리드 주재 북한 대사관 습격 사건의 배후가 자신들이라고 밝혔다.

자유조선은 2017년 암살된 김정남의 장남 김한솔을 탈출시킨 뒤 보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는 단체다.

스페인 고등법원은 26일 공개한 문서에서 당시 북한대사관에 침입한 이들은 모두 10명으로, 한국과 미국, 멕시코 국적자가 포함됐고 자신들이 '북한 해방' 운동을 하는 단체 소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자유조선' 단체는 홈페이지에 '마드리드에 관한 사실'이라는 글을 올려 "공격은 아니었다"라며 "우리는 대사관에 초대(invited)를 받았으며 보도와는 달리 억압(gagged)되거나 맞은 사람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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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캡션 '자유조선'은 김정남의 장남 김한솔을 탈출을 도운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왜 북한 대사관에 들어갔는지는 설명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우리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사람을 보호하기 위해 (...) 우리는 당시 그 사건에 대해 더 많은 정보를 공유할 수 없다"고 썼다.

미국 연방수사국(FBI)과 연계되어 있음은 인정했지만, 미국 측이 합의를 깨 자신들이 위험에 처했다고 말했다.

"FBI와 상호 비밀유지 합의로 막대한 잠재적 가치가 있는 특정 정보(certain information)를 공유했다"며 해당 정보는 "그들의 요청에 따라 공유된 것"이라고 밝혔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조카 김한솔을 보호하고, FBI와 정보를 공유한다고 주장하는 '자유조선'은 과연 어떤 단체인가?

천리마와 김한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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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캡션 김정남 암살 사건 이후 천리마의 존재가 알려졌다

'천리마민방위'는 지난 2017년 2월 김정은의 이복형 김정남이 말레이시아에서 암살당한 이후 존재가 알려졌다.

김정남 암살 이후 신변 위험 가능성이 거론되던 그의 아들 김한솔과 그의 가족을 마카오에서 구출해 보호 중이라고 주장하며 세계적인 관심을 받았다.

3월 김한솔의 모습과 육성이 담긴 영상을 홈페이지와 유튜브를 통해 공개한 것이다.

40초짜리 영상에서 김한솔은 특정 단체 혹은 인물을 지목하며 "감사하다"라고 했지만, 단체 혹은 인물의 이름은 무음으로 처리했다.

홈페이지에 천리마는 "지난달 김정남 피살 이후 그 가족에게서 도움이 필요하다고 요청이 왔습니다. 급속히 그들을 만나 안전한 곳으로 직접 이동해 드렸습니다. 그 외 북조선 사람도 요청을 보내와 탈출을 여러 번 실행했습니다"라고 썼다.

언론 접촉 거의 없어

천리마는 같은 해 10월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이메일 인터뷰를 했다. 이 단체의 처음이자 마지막 공식 언론 인터뷰로 알려진다.

WSJ과의 인터뷰에서 익명의 단체 대표는 "몇 개의 국가가 (김한솔) 보호를 위한 단체의 요청을 거절해 실망했다"고 말했다.

이어 "전 세계 선한 국가에 호소합니다. 역사의 올바른 편에 서 주십시오...우리 동포와 세계가 기억할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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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자신들을 '탈북자를 돕는 단체'라고 설명하고 있다.

'북조선 사람들에게'라는 제목의 글에는 "탈출을 원하시거나 정보를 나누고 싶은 분은 우리가 지켜 드리겠습니다. 어느 나라에 계시든지 가능합니다. 가시고 싶은 곳으로 안전히 보내드리겠습니다. 여러 북조선 사람을 벌써 도와온 우리는 어떤 대가도 바라지 않습니다."라고 쓰며 "CCDprotection@protonmail.com"라는 이메일 주소를 남겼다.

WSJ과의 인터뷰도 이 이메일 주소를 통해 이뤄졌다.

베일에 가려져

'천리마'에 대해서는 알려진 것보다 알려지지 않은 것이 더 많다.

근거지, 조직 구성, 구성원 신분, 자금 출처 등은 알려진 바가 없다.

26일 NK 뉴스는 북한 대사관 습격을 주도한 인물인 '에드리언 홍 창'이라는 이름을 가진 멕시코 국적 미국 거주자가 천리마를 만들었을 것이라고 세 명의 정보원이 말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김정봉 전 국정원 대북 실장은 조선일보에 "탈북자들이 주축이 된 단체일 가능성이 있다"며 "고위직을 지냈거나 해외 공작을 했던 사람들 중 해외에 거주하고 있는 사람들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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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캡션 한국 통일부는 천리마민방위는 우리가 아는 단체는 아니라고 밝혔다

2017년 이 단체는 홈페이지에 자신들이 탈출시킨 고위 간부가 보냈다는 편지를 올렸다. 간부는 "처음 저에게 연락 왔을 때 저는 솔직히 많은 의심을 했었습니다. 단체 이름도, 업적도 전혀 알려지지 않았고, 또 굳이 알 필요도 없다고 말했기 때문입니다"라고 썼다.

하지만 그는 "당신들은 형체가 없는 신비한 그림자 같은 존재였습니다. 저의 개인 손전화 번호를 안 것부터 탈출 과정에 신속하게 동원시켰던 고급 승용차, 비행기까지 당신들의 열정과 빈틈없는 준비는 매우 놀라웠습니다"라고 감사를 표했다.

홈페이지와 유튜브 계정만을 운영하고 나머지 SNS계정은 공식 계정이 아니다.

2017년 웹사이트를 연 이후 지금까지 20여 건의 글을 올렸고, 유튜브의 경우 3개의 영상을 올렸다.

이메일 주소, IP 등은 추적이 어려운 것으로 알려진다. 이메일 주소의 경우 보안 이메일로, 메일 내용을 암호화한 뒤 저장해 서버가 해킹돼도 수신자와 발신자 외에는 메일 내용을 알 수 없다고 알려진다.

'우리는 존재합니다'

웹사이트를 연 이후 은밀히 활동해왔고, 정체나 후원자에 관한 힌트만 간간이 찾을 수 있었다.

2017년 4월 11일에는 "두 명의 구출과 자유를 이루었습니다"며 "Our gratitude to Mr. C"라며 지원을 준 인물의 영문 이니셜을 썼다.

이어 11월 30일에는 한국 정부가 도움을 주지 않는다고 비판하는 글을 올리며 마지막 부분에 "문ㅌㅅ 올림"이라고 썼다.

남북관계가 해빙무드에 들어간 해인 2018년에는 활동이 뜸한 편이었다. 단 3월 28일, "군인, 응급구조, 경찰, 소방, 간호, 의료, 통역" 분야 인력을 찾는다는 글을 올리며, "아래 이메일을 통해 만난 분들은 존재합니다. 우리는 존재합니다"라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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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캡션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 신격화를 타도한다. 조국을 위하여 우리는 일어난다. 자유조선 만세! 만세! 만세!'라는 글과 함께 올라온 영상

올해 들어서는 더 과감한 행보를 보이며, 3월 1일에는 단체명을 자유조선으로 변경했다.

특히 이날 올린 글에는 자신들을 임시정부라고 지칭하며, "이 정부가 북조선 인민을 대표하는 단일하고 정당한 조직"이라고 선포했다.

이어 20일에는 '조국 땅에서'(In Our Homeland)라는 제목으로 34초 분량의 짧은 영상을 올리기도 했다.

영상에는 모자이크 처리된 한 남성이 벽에 걸린 김일성·김정일 초상화를 떼어 바닥에 내던진다. 이후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 신격화를 타도한다. 조국을 위하여 우리는 일어난다."는 자막이 나온다.

최근 과감해진 활동의 배경에는 추가 자금을 확보했다는 추측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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