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제재: 한국 선박, 북한 선박에 석유제품 환적 적발...'조사 진행 중'

유엔(UN) 보고서는 앞서 북한이 작년에만 제재를 피해 2억 달러(2천 억원) 이상을 벌어들였다고 밝혔다 Image copyright Reuters
이미지 캡션 유엔(UN) 보고서는 앞서 북한이 작년에만 제재를 피해 2억 달러(2천 억원) 이상을 벌어들였다고 밝혔다

한국 선박이 북한 선박에 석유 제품을 옮겨 싣는 '불법 환적' 행위를 한 것이 발각됐다.

해당 선박은 현재 부산항에 6개월째 억류 중이다.

한국 정부는 이 문제를 놓고 미국,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측과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선박 불법 환적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 결의가 금지하고 있는 항목이다.

한국 정부는 해당 선박이 해상에서 북한 선박에 정제유를 건넸다는 미국 측 첩보를 바탕으로 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관련해 외교부 당국자는 2일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 위반 혐의로 한국 국적 선박 1척의 출항을 보류하고 있다면서 현재 조사가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이 당국자는 안보리 결의 적용에 대해서는 미국과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와 협의 중이라고 덧붙였다.

해당 선사는 관련 혐의를 인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 국적의 선박이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 위반 혐의로 출항이 보류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와 관련해 주유엔 대사를 지낸 오준 경희대 교수는 중요한 것은 그 문제에 대한 국가 차원의 신속한 처리 여부라고 지적했다.

"국제적으로 제제를 이행하는 과정에서는 가끔 일어나는 일이기 때문에 해당 정부가 적절히 신속하게 조치를 했느냐가 중요해요. 해당 정부가 통제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면 제재 위반이 생겼을 때 신속한 시정조치, 제재 위반에 대해 처벌을 해야 하는데 지금 조사를 하고 있고 안보리 제재 위반이 확인될 경우 그에 따른 법적 절차를 취하면 되는 거죠."

국가 차원에서 용인한 게 아닌, 해당 선사의 불법 행위일 경우 한국 정부에 대한 귀책사유가 되지는 않는다는 설명이다.

국제법 전문가인 이기범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유엔 안보리 안보리는 결의는 '행위의 의무'로 국가에 부여된 의무라고 강조했다.

정치적 비난은 가능하지만 한국 정부 차원에서 관련 조사를 진행하고 있는 만큼 법적 비난은 할 수 없다는 이야기다.

"만약에 정부가 감시를 게을리 했다던가, 이런 문제 위반이 일어난 것을 알면서도 처리하지 않았다면 문제가 되겠죠. 지금 현재 우리 정부가 해당 선박을 억류하고 행정절차를 밟는다는 것은 쉽게 말해 '처리'를 하고 있는 거잖아요. 그러니까 이것은 잘하고 있는 거죠. 미국이 첩보를 줬는데도 불구하고 그것을 처리하지 않았다면 문제가 되는 거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정부가 해당 선박의 불법 행위와 억류 사실을 반년 가까이 함구해왔다는 점에서 논란의 소지는 있다.

해당 환적 행위가 대북제재 결의 위반으로 최종 판명될 경우 한국측이 이와 관련한 충분한 감시 활동을 했는지에 대한 문제 제기가 될 가능성도 있다.

게다가 안보리 산하 대북제재위원회는 지난달 공개한 연례보고서를 통해 석유제품의 불법 환적이 지난해 크게 증가했다고 평가했다.

시점상 미국과 안보리 측이 해당 정보를 모두 알고 있었다는 추측이 충분히 가능한 대목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문가는 한국정부와의 연결 고리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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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캡션 북한 선박에 제품을 옮겨 실은 한국 선박은 부산항에 6개월째 억류 중이다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속에 든든한 배경 없이 그런 무모한 일을 하기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현재 정부 차원의 조사가 진행 중인 만큼 결과를 기다려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한편 최경희 샌드연구소 대표는 이번 사건으로 북한이 심리적 압박을 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북한과 불법 거래하던 기업들이 움츠러들 거란 설명이다.

"국제 제재 속에서 선박 그 자체가 지명되어서 제재를 받고 억류 당하고 경제활동 하나도 못 하면 사실 북한을 스스로 피하고자 하는 선박들이 생길 것이고 거래처가 끊어지잖아요. 그런 부분에서도 북한의 큰 압력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

한국 산업은행 김영희 선임연구위원은 북한 선박에 석유 제품을 실어줬다면 북한 기업이 그 제품을 북한 내부에서 더 비싼 값에 유통했을 가능성을 언급했다.

석유 제품의 경우 생산 원자재로도 많이 사용되는 만큼 수요처가 많기 때문이다.

"원가에 싸게 준다? 손해 보면서 유엔 제재 위배되는 일을 왜 하겠어요. 한국 기업 입장에서는 비싸게 팔아서 이윤이 남으니까 몰래 안 걸리게 한번 해보면 어떨까 생각은 할 수가 있겠죠. 북한은 지금 유엔 제재 때문에 석유가 들어오지도 못하는데 북한 무역회사도 여러 개 되니까 조금 더 비싸더라도 가지고 들어가서 북한에서 좀 더 비싸게 이렇게 팔 수 있지 않을까. 그럼 그쪽도 이익이 되니까. 회사마다 자기네 살아가야 하니까 그런 꼼수도 쓰겠죠."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 2397호는 결의상 금지 활동에 관여했거나 이에 대한 합리적 근거가 있는 경우 회원국 항구에 입항한 해당 선박의 억류를 의무화하고 있다.

한국 정부는 현재 한국 국적 선박 외에도 외국 국적의 선박 3척을 더 억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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