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태죄: 한국에서 낙태죄는 왜 다시 심판대에 올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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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헌법재판소가 오는 11일 낙태죄 위헌 여부를 최종 가린다. 2012년 합헌 결정 이후 두 번째 재판이다.

7년 사이 낙태를 바라보는 사회적 분위기는 다소 달라졌다. 지난 2월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15~44세 여성 10명 중 7.5명은 낙태죄 개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헌재는 과연 어떤 판결을 내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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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태 시술을 받은 여성의 이야기

7년만에 다시 심판대 오른 낙태죄

헌법 269조와 270조, 이른바 '낙태죄'의 위헌 여부를 둘러싼 소송은 2012년에도 열렸다.

당시 헌재는 "태아는 어머니와 별개의 생명체로 태아에게도 생명권이 인정돼야 한다"며 4대 4로 합헌 결정을 내렸다.

헌재 판결 이후에도 논란은 이어졌다. 2017년 2월 의사 A씨는 낙태죄가 헌법에 보장된 행복추구권과 임부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한다며 헌법소원을 냈다.

두 번째 재판의 시작이었다.

위헌 결정이 나오려면 현 재판관 9명 중 6명 이상 낙태죄가 헌법에 위배된다는 의견을 내야 한다. 위헌 선고 직후 형법상 낙태죄의 효력은 상실된다. 4명 이상이 합헌 의견을 내면 낙태죄는 유지된다.

지난해 헌재에 새로 합류한 이영진, 이은애 재판관의 인사청문회 당시 발언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

이영진 재판관은 당시 낙태죄 관련 의견을 묻는 질문에 "외국엔 24주 이내에는 낙태를 허용하는 법도 있더라"고 답했다. 이은애 재판관은 "현재 낙태 허용 범위는 지나치게 좁은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개인적으로 한다"고 했다.

헌재, 외국 사례 들여다보고 있다는데…

헌법재판소는 위헌 여부를 심사하며 외국 사례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일랜드는 낙태죄를 놓고 가장 최근까지 여론이 갈렸던 나라 중 하나다. 아일랜드는 지난해 국민투표를 거쳐 낙태죄를 없앴다.

논란의 시작은 한 여성의 사망 사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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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캡션 아일랜드는 지난해 국민투표를 거쳐 낙태죄를 없앴다

2012년 10월, 당시 서른 한 살이던 인도계 치과의사 사비타는 아일랜드에 살며 첫 아이 출산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작스런 등 통증과 유산기가 찾아왔다. 극심한 고통이 이어지자 사비타는 낙태 수술을 요청했다. 의료진은 "아일랜드는 가톨릭 국가라 중절 수술을 할 수 없다"며 사비타의 요구를 거절했다.

이미지 캡션 사비타는 자신이 힌두교라며 '왜 가톨릭교 법 적용을 받아야 하느냐'고 항의했다

사비타는 자신은 힌두교라고 맞섰다. 하지만 결국 수술은 이뤄지지 않았고, 증상은 빠르게 악화됐다.

사비타는 병원을 찾은지 일주일 만에 숨을 거뒀다. 사비타의 남편은 당시 BBC와의 인터뷰에서 낙태 수술을 했더라면 사비타가 목숨을 잃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사건 직후 아일랜드에선 낙태금지법을 둘러싼 논란에 불이 붙었고, 결국 낙태죄 폐지로까지 이어졌다.

지난해 미국 아이오와주에선 태아의 심장 박동이 감지되는 임신 6주째부터 낙태를 금지하는 법안이 발효됐다. 이 법안은 당시 미국에서 가장 엄격한 낙태 금지법으로 꼽혔다.

논란이 이어졌고, 일부 시민단체가 법안의 효력 정지를 요구하는 소송을 낸 가운데 지난 1월 아이오와주 법원은 해당 법안에 대해 폐기 명령을 내렸다.

여성의 기본권을 인정해야 한다는 이유에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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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국회 입법조사처는 지난해 5월 '낙태죄에 대한 외국 입법례와 시사점' 보고서를 냈다.

보고서엔 임신 12주 이전 낙태는 처벌하지 않는 프랑스와 독일 등의 사례를 들며 "(한국도) 고려해 볼 가치가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국제기구 유엔은 한국에 '낙태 처벌법을 폐지해야 한다'는 권고를 내린 상태다.

한국 여성정책연구원이 지난해 3월 펴낸 보고서에 따르면 임신한 적이 있는 여성의 40%가 낙태 경험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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