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태죄: 헌재 낙태죄 결정 이후의 과제들

(캡션) 지난 3월 서울 시내에서 열린 낙태죄 폐지 촉구 집회
이미지 캡션 지난 3월 서울 시내에서 열린 낙태죄 폐지 촉구 집회

한국의 헌법재판소가 11일 오후 낙태죄 위헌 여부를 가린다. 헌재의 결정에 따라 어떤 변화가 있을까?

2017년 산부인과 의사 A 씨는 낙태죄가 헌법에 보장된 행복추구권과 임부의 자기 결정권을 침해한다며 낸 헌법소원을 냈다.

앞서 헌재는 2012년 낙태죄에 대해 재판관 4대4의 비율로 합헌 결정을 내린 바 있다.

7년이 지난 지금, 10년 만에 나왔던 실태 조사 결과, 한국 여성 4명 중 3명이 낙태죄 개정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녹색병원에서 성폭력 전담 의료기관을 운영하고 있는 윤정원 산부인과 과장은 이번 "헌법재판소가 내리는 판결로 여성의 재생산 건강에 대한 논의가 끝이 나는 것이 아니다"라며 "인공임신중지라는 주제가 도덕적인 이슈가 아니라 보건의료적인 이슈라는 것에 대한 공감대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지금 낳을 수 없어요'

다음은 윤정원 녹색병원 산부인과 과장과의 일문일답.

모자보건법에 규정된 낙태 허용 사유가 아닌 이유로 임신 중지를 선택한 여성이 병원에 가면 어떤 상황에 놓이게 되나

인공 임신중지 수술이 불법이기 때문에 의사들이 비밀보장 각서를 요구하거나 현금으로 결제를 요구하면서 기록을 남기지 않으려고 한다. 이런 식으로 음성적으로 시술하게 되면, 의사와 환자의 관계가 굉장히 왜곡된다. 어떤 의료 서비스를 받을 때도, 그런 식으로 모욕적인 각서를 쓰고, 의사와 환자가 서로 불신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런 상황이 임신중지에서는 만연히 이루어지고 있다. 더 나아가, 수술이 불법이다 보니까, 수술이 잘못됐을 때, 합병증이 있을 때, 제대로 처치를 받지 못한다는 것 또한 큰 문제가 있다.

합법적인 경우도 혹시나 하는 불안감에 수술을 안 하는 병원들이 많다. 어떤 환자분은 6주에 임신 사실을 확인하고 병원에 갔는데, 첫 병원은 "전담 의료기관이 아니라서 못한다"고 거부하고, 또 다른 병원은 "판결문을 받아와라" 말하며 돌려보내고, 또 "이게 성폭력으로 인한 임신이라는 것을 증명할 수 없다"며 거부했다고 말씀해주셨다.

이미지 캡션 윤정원 산부인과 과장은 녹생병원에서 성폭력 전담 의료기관을 운영하고 있다

음성적 규제로 인한 문제점은 어떤 것들이 있나

임신중절수술을 받고자 하는 여성이 병원에서 수술 거부를 받아, 병원을 찾아 여러 지역을 전전해야 하는 경우도 있고, 정보를 구하기 위해서 인터넷 커뮤니티에 물어보고. 또 그런 과정에서 낙태 브로커도 등장한다.

정부가 안 하면 브로커가 한다는 말이 있다. 사실 브로커로 인한 피해들도 기사화가 몇 번 됐다. 예를 들어, 임신중지를 해주겠다고 유인을 한 다음에 성폭력을 한다거나, 병원에서 현금을 요구했을 때 같이 간 브로커가 바로 대출업자로 전환하는 사례도 있다.

주로 어떤 이유로 여성들이 임신 중지를 선택하나

'지금 낳을 수 없어요' 그 밑에 어떤 이유가 있다 하더라도, 지금 내가 임신해서 출산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다. 더 들어가면, "지금 학생이라서 학업을 중단할 수 없어요." "미혼이기 때문에 경제적으로 감당할 수 없어요." 또 "자식이 이미 다 큰 상태에서 또 아이를 키울 수 없다."

'흔히 미혼 여성이 문란해서 임신중지를 하는 것이다' 이런 프레임이 있는데, 그렇지 않다. 기혼 여성과 미혼 여성 모두 각자의 상황이 있다. 천 개의 낙태가 있다면 천 개의 이유가 있다고 보면 될 것 같다.

임신 중지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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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태 시술을 받은 여성의 이야기

우리나라 정책에서 임신 중절 수술은 어떻게 활용됐나

외국에서 임신중지권은 굉장히 오랜 시간의 투쟁과 싸움을 거쳐서 확보해냈다. 우리나라에서 낙태를 형법으로 금지하고 있었지만, 모자보건법을 들여와서 제한적으로나마 허용했다.

70년대 인구조절 정책을 하면서 산아제한을 강력하게 했었다. 정부가 인구조절 정책 안에서 산아제한 시술과 루프 삽입을 해주고, 콘돔을 나눠주는 등, 그 시기에는 임신중지가 굉장히 자유로웠다.

그렇기 때문에 이것이 여성 건강을 위해 필요한 주제라는 담론이 형성되지 못했던 것 같다. 그런데 또 이게 2010년대 들어와서 저출산을 방지하는 정책 기조로 바뀌면서 점점 임신중지를 시행하는 의사들이 줄어들고, 비용도 올라가면서 위험성도 높아지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재생산 건강'은 굉장히 포괄적이지 않나?

사실 우리나라에서 재생산 건강에 대해 거의 무관심하고 방기해왔다고 밖에 볼 수 없다. 국가건강보험이 있는 많은 국가에서 피임에 건강보험을 적용을 해주거나, 정부에서 지원해준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피임은 모두 비급여이다 보니, 여성이 스스로 피임을 하려고 할 때는 자기 부담으로 해야 하는 상황이다. 또 피임방법을 알려주는 포괄적인 성교육이 이뤄지지 않는 상황에서, 원치 않은 임신에 대해 처벌을 한다는 것은 정부가 여성을 재생산의 도구로 생각한다고밖에 볼 수 없다.

합법화 이후에 더 많은 이야기가 있어야겠지만, 이런 피임에 대한 건강보험급여가 이뤄져야 하고, 더 나아가 임신중지를 정부가 허용한다면, 그 부분에 대해서도 당연히 건강보험 적용을 해줘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 원치 않는 성관계, 보호되지 못한 섹스 이런 부분들이 다 줄어들어서, 궁극적으로 임신중지가 줄어들었으면 한다.

'헌법재판소 판결이 끝이 아니다'

이미지 캡션 재생산활동은 여성 건강에 큰 영향을 미친다

2012년 헌재가 합헌을 선고할 때와 비교해 사회적 분위기가 바뀌었다고 느끼나

일단 여론조사만 보더라도 예전보다 점점 낙태죄 폐지에 찬성하는 여론이 훨씬 커지고 있다.

인구정책을 통해서 여성의 재생산을 통제해 왔던 것들에 문제의식을 느끼는 분들도 계시고, 또 불법 촬영같이 여성 본인의 건강과 안전이 위협받고 있고, 이것을 지금 국가가 제대로 보장해주지 못하고 있다는 그런 인식이 점점 커지는 것 같다. 그래서 여성뿐만 아니라 사회적 공감대도 점점 높아지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또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인 흐름이기도 하다. 작년에 아일랜드와 아르헨티나에서 대규모 집회가 열리고, 또 실제로 개정을 한 사례들이 보도됐다. 임신중지를 한 여성을 사회가 처벌하고, 죄인이라고 부를 것인가 이 부분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해나가는 과정을 겪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미지 캡션 세계보건기구는 전 세계에서 이뤄지는 낙태의 절반은 안전하지 못한 방법으로 행해지고 있다고 발표했다

헌재가 11일 낙태죄 처벌에 대한 위헌 여부를 결정한다. 어떤 의미가 있나

헌법재판소가 내리는 판결로 끝이 나는 것이 아니다. 결론에 따라, 헌법에 불합치하기 때문에 국회에서 새로운 법을 만들거나, 지금의 모자보건법과 형법을 개정하라고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헌재 결정 자체로 봤을 때, 건강권이라든지 여성 인권 측면에서, 나오는 주문 자체가 좀 중요한 의미가 있지만, 그 이후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보건복지부라든지 정부 차원의 의지도 중요하고, 국민들이 계속 관심을 가지고 정책에 개입하고 지켜보는 것 또한 중요하다.

아일랜드의 경우 작년에 국민투표로 낙태죄 폐지를 통과시켰다. 그게 작년 5월이었는데 올해 1월부터 보편적 임신중지 서비스를 제공을 하고 있다. 인공임신중지라는 주제가 도덕적인 이슈가 아니라 보건의료적인 이슈라는 거에 대한 공감대가 이루어져야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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