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준영 단톡방: '위안부 비하'까지...전문가가 분석한 단톡방 심리

실제 카톡방 대화를 재구성해 만든 이미지
이미지 캡션 실제 카톡방 대화를 재구성해 만든 이미지

그동안 공개되지 않은 정준영 카톡방 내용에는 일본군 '위안부'나 '특정 인종'을 비하하는 발언도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BBC 코리아는 그간 공개되지 않은 정준영 카톡방 대화 내용을 확인했다.

연예인과 일반인 모두 있었던 해당 채팅방 내용을 보면 이들은 이미 알려진 대로 별다른 범죄 의식 없이 불법 성관계 동영상을 서로에게 요구하고 보냈다.

경찰과의 유착이나 뇌물 정황도 의심케 하는 발언도 있었다.

각종 불법 행위가 얼룩진 이 카톡방에는 공통적인 언어와 문화가 있었다.

이를 본 범죄심리학, 사회학, 성폭력 전문가들은 우리 사회 깊숙이 뿌리박혀 내려온 '그릇된 성 의식'이 투영된 것이라고 진단했다.

알려지지 않은 카톡방…위안부, 인종 비하가 '놀이'처럼

공개되지 않은 채팅방 내용에는 일본군 위안부를 비하하는 발언이 있었다.

2016년 1월 27일 일부 멤버들은 여성 두 명의 이름을 언급하며 '먹었다'며 키득거렸다. 그러면서 한 여성이 단톡방 참여자들을 포함해 여러 남자들과 잠자리를 하는 헤픈 사람이라며 '위안부급'이라는 발언을 입에 올렸다.

이를 두고 서울대 추지현 사회학과 교수는 "위안부가 민족주의나 반일주의 정서를 불러일으킬 때는 순수한 존재로 표상되지만, 한국 내에서는 정준영 카톡방에서 언급된 존재 같이 여겨져 왔다"며 "낄낄거리지 않았다 뿐이지 (기존에도) 여성의 몸을 더럽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도 지난해 순천대 모 교수가 "(위안부) 할머니들은 상당히 알고 갔다, 끼가 있으니까 따라갔다"는 발언을 해 법정에 서는 일이 있었다.

일부 혐오 사이트에서도 '위안부'를 비슷한 시각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 다시 말해 이런 인식은 여전히 우리 사회에서 통용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해석이다.

정준영 카톡방에는 특정 인종을 희화화하며 성적으로 비하하는 부분도 종종 등장했다.

카톡방 한 멤버가 독일 일정을 소화하면서 여성 신체 특징을 언급하며 비하한다. 그러자 다른 멤버가 "독일**(여성 성기)서 소시지 냄새 날듯"이라 말하며 웃었다.

중국 일정을 이야기하며 나온 마카오 여성들을 '*년'이라며 '조져야'한다고 카톡 글을 올렸다.

중앙대 이나영 사회학과 교수는 이런 대화들이 "어딜 가나 끊임없이 여성을 성적 대상화하는 사고방식을 보여준다"고 했다.

BBC 코리아가 입수한 카톡방에서 가장 많이 등장하는 은어는 '여성의 성기'를 일컫는 비속어였다.

여성이라는 단어는 거의 찾아보기 힘들었다. 단톡방 멤버들은 성관계 영상물을 공유하거나 잠자리를 자랑할 때마다 여성을 음식으로 비유했다.

"맛집 평가 좀?", "맛있어?", "쫀득쫀득했어" 등의 말이 나오는 이유다.

관계교육연구소 손경이 소장은 "안타깝지만 이들의 행동 패턴은 기성세대에서부터 내려온 여성비하의식을 답습하고 있다"며 "요즘이 수위가 더 세지고, 온라인 공간으로 이런 행태가 확장됐다는 점을 빼고 여성을 '과일, 음식'으로 표현하는 문화는 과거에도 존재해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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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C 코리아가 정준영 씨의 디지털 성범죄 의혹을 처음 신고한 방정현 변호사를 인터뷰 했다.

'비하 속에서 죄의식 사라져'

비하적 언어는 범죄 행위로 연결됐다.

약물 사용이나 강간 모의나 강간, 불법 촬영 정황에서도 비하적인 표현은 늘 따라다녔다.

정준영 카톡방에서 '성기(은어)에서 냄새날 것 같다'며 뒤에 나오는 말은 '강간해'였다. 한 여성을 두고 온갖 욕설을 쏟아낸 다음에는 '수면제 먹이고 **했다'라고 하자 다른 멤버들은 'ㅋㅋㅋㅋ'하며 웃음을 이어갔다. 발언이나 일탈 정도가 셀수록 반응은 거세졌다.

카톡방 내에서 이런 말이나 행동을 말리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이런 반응에 대해 추지현 교수는 "여성을 성적 도구로 소비하면서 서로 간 연대감과 정체성을 확인하고 있다"며 "이 때문에 더욱 위험하고 금기시 될수록 대단한 행위가 되고, 말리는 사람은 '샌님'이나 '쫄보'로 조롱받을 수도 있다"고 했다.

법적으로는 문제 된다는 걸 알았어도 이들에게는 놀이가 됐기 때문에 죄책감은 없었을 거라는 설명이다.

경기대 이수정 범죄심리학과 교수 역시 "사진을 올리면 '잘했어'하며 코멘트를 해주면서 서로 촉진하면서 상승작용이 일어나고 점점 대담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 사회 속 '제2,3의 정준영'

이런 연예인들의 실상이 드러난 가운데, 일각에선 이 문제가 특정 집단이 아닌 우리 사회 전반에 걸쳐 이미 광범위하게 벌어지고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대학가에서 계속 일어나는 단톡방 성희롱이 대표적인 예다. 지난달 K교대 남학생들이 메신저 단체방에서 여학생들에 대한 품평회를 해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대화방에서 "(여성을) 사 먹는다"라거나 "휴가 때마다 **랑 성관계하면서 군대 한 번 더 VS 대학 내내 성관계 안 하기" 등 특정 여학생을 성희롱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일부 대학가에서는 '새따(술취하게 해서 신입생 강제로 성관계 맺기)'라는 단어도 낯설지 않게 쓰이고 있다.

각종 온라인 채널에서도 각종 '얼평(얼굴이나 몸매 평가)'이나 여자를 낚아오는 '헌팅 방송'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상대방을 쉽게 취하게 하는 '작업주' 제조법 영상도 유튜브에서 쉽게 찾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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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이어 터져 나오는 약물(마약) 사건 역시 이런 분위기와 무관하지 않다.

추지현 교수는 "약물도 마약이라고 명명되면서 심각성이 논의되고 있지만, 돌아보면 예전부터 술 먹여서 강간하는 경우가 있었다"고 했다.

이런 잘못된 의식 속에서 성범죄뿐만 아니라 약물 사용 역시 퍼지고 있다는 것이다.

손경이 소장 역시 "불법 촬영, 약물, 강간은 3종 세트처럼 같이 다닌다"며 "불법 촬영이나 야동 사이트에 가면 약물도 팔고 카메라도 함께 팔고 있다. 대학가 일부 노래방에서도 마약이 유통되고 있는 게 대한민국 현실"이라고 이야기했다.

'문화가 바뀌어야 법도 바뀐다'

전문가들은 그동안 왜곡된 성인식과 이로 파생된 범죄에 관대했던 법이 바뀌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수정 교수는 "이건 하루 이틀 만에 생긴 문제가 아니다"라며 "너무나 쉽게 유통되고 범람하는 음란물이 결국은 여자들을 성 상품화하는 사회적 분위기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매년 수천 건, 최근에는 한해 만 건 가까운 불법 촬영이나 디지털 성범죄 등이 발생했지만 2012년~2017년까지 불법촬영으로 법정에 선 사람은 7000여 명에 불과했다.

실제 징역이나 금고형을 받은 경우는 8%에 그쳤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이 지난 1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유포 피해 확대에 대한 피해자들의 우려와 사법 처리의 한계'가 처벌이 미비한 원인으로 꼽혔다.

2차 피해 때문에 피해자들이 신고를 꺼리고, 수사기관 담당자들 또한 온라인 성범죄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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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캡션 지난 2일 오후 서울 종로구 혜화역 인근에서 열린 남성 약물 카르텔 규탄 시위에서 여성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런 상황에 대해 추지현 교수는 "처벌의 확실성을 보여줘야 하고 더 나아가 용인되는 문화를 만들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렇게 문화가 바뀔 때 법도 바뀌게 된다"고 했다.

이나영 교수 역시 "이 사건에서 정준영만 보면 안 된다"면서 "비뚤어진 성 인식 같은 메시지는 결국 기득권을 지닌 계층과 기성세대로부터 학습된 것"이라며 "정치권을 비롯해 우리 사회 전반에서 이런 것이 용납돼선 안 된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보여줘야 한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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