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2명, 미얀마 ‘지옥 감옥’ 수감됐다 풀려나

인세인 교도소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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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이 갇혀 있는 인세인 교도소는 '미얀마의 가장 어두운 지옥 구멍'이라고도 불린다

미얀마의 한국 건설업체 노동자 2명이 현지의 악명 높은 교도소에 석 달 가까이 갇혀 있다 23일 풀려난 사실이 확인됐다. 이 교도소는 미얀마 민주화운동을 이끌었던 아웅산 수치와 1983년 아웅산 테러 공격 사건의 주범 강민철이 수감됐던 곳이다.

BBC 코리아가 입수한 경찰 고소장에 따르면, 미얀마의 대형 건설업체 또윈 패밀리(Taw Win Family Company)는 지난 2월 현지의 한국 시행사 이노그룹 소속 전모(56) 씨와 시공사 신동아건설의 최모(60) 씨를 절도 혐의로 고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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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에서 내려다 본 인세인 교도소

또윈 측은 두 사람이 자사의 공사 자재를 무단으로 반출했다고 주장했다. 전 씨와 최 씨는 같은달 7일 체포됐다. 미얀마 형법 379조 위반 혐의였다.

해당 조항은 "절도범의 경우 최대 3년의 징역형 또는 벌금형에 처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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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웅산 수치는 인세인 교도소에 세 차례 수감됐다

이튿날 미얀마 법원은 이들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두 사람은 "그간 어떤 범죄도 저지른 적이 없으며 미얀마에 합법적으로 체류하고 있기 때문에 도주 가능성도 없다"며 병보석을 세 차례 신청했지만 매번 기각됐다.

23일 열린 8차 재판에서 전 씨와 최 씨 측은 네 번째 병보석 신청을 냈고, 이 신청이 받아들여지면서 이들은 현지시간 오후 4시 반쯤 교도소를 빠져나왔다.

전 씨와 최 씨는 앞으로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게 됐다. 미얀마 출국은 여전히 금지된 상태다.

양곤 공사장에선 무슨 일이 벌어졌나

전 씨와 최 씨 측은 "기업 간 갈등의 희생양이 됐다"는 입장이다.

또윈과 이노그룹, 신동아건설은 2017년 미얀마 양곤에 대규모 고급 주상복합 단지 '이노시티'를 건설하는 계약을 맺었다.

외국인 및 현지 부유층을 겨냥한 고급 아파트와 호텔, 각종 상가, 수영장, 골프장, 터미널 등을 한 지역에 몰아 짓겠다는 계획이었다.

이노그룹이 시행을, 신동아건설이 시공을 맡았지만 실제 공사는 하청을 받은 또윈이 진행하기로 했다.

갈등의 시작은 지난해 4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공사 지연의 책임을 놓고 이노그룹과 또윈이 공방을 벌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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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인세인 교도소 앞에서 정치범 가족들이 수감자 석방을 기다리고 있다

또윈 회장은 재판에 출석해 "계약서에 따라 이노그룹이 2018년 3월까지 선행공사를 해야 했지만 지연돼 손해를 봤다"고 주장했다. 이노그룹은 선행공사 지연에 따른 손해 배상금을 또윈에 지급하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첫 삽을 뜬 이후에도 공사엔 좀처럼 속도가 붙지 않았다. 그해 8월 이노그룹은 또윈과의 계약을 해지하고 신동아건설에 직접 공사를 맡기는 방안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자 석 달 뒤 또윈은 "이노그룹과 신동아건설이 계약 내용대로 공사 비용을 지급해야 한다"며 가처분 소송을 제기했다.

이 소송은 지난 1월 기각됐다. 그 사이, 이노그룹과 또윈은 공사 계약을 해지했다.

계약 해지 후 이노그룹은 또윈 소속 근로자들의 공사장 출입을 막았고, 또윈 측은 "자사 소유 자재가 여전히 현장에 남아 있다"며 출입 권한을 주장했다.

그런데 공사 현장에 남아있던 이 자재들이 이후 문제가 됐다.

또윈 측은 경찰에 "전 씨와 최 씨가 지난해 1월 또윈의 철근과 파이프 등을 차에 싣고 공사장 밖을 빠져나간 뒤 이를 매각했다"고 설명했다. 전 씨와 최 씨가 구속된 사유였다.

전 씨와 최 씨 측은 "또윈이 악의적으로 통보 기한까지 자재를 가져가지 않고 있다가, 이를 빌미로 한국인 직원들을 고소해 인질로 삼은 것"이라고 맞섰다.

한편 양측의 대립 과정에서 트럭으로 공사장 입구를 봉쇄하는 등 물리적 조치도 오간 것으로 전해졌다.

이노그룹에 따르면 현재 해당 공사는 신동아건설이 맡아 진행하고 있다.

'가장 어두운 지옥' 인세인 감옥은 어떤 곳?

인세인 교도소는 미얀마 양곤에 위치한 원형 감옥이다. '미얀마의 가장 어두운 지옥 구멍'이라고도 불린다.

비인간적 환경과 교도관들의 부패, 정신적 및 신체적 고문, 수감자들끼리의 학대 등으로 오랫동안 악명을 떨쳤다. 2011년엔 수감자들이 "환경을 개선해 달라"며 단식 투쟁을 벌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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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정치범지원협회(AAPP) 박물관에 전시된 인세인 교도소 모형

군부정권 시절엔 정치범들이 주로 수감됐다. 현재 미얀마의 실질적 지도자인 아웅산 수치가 대표적인 수감자다.

1983년 아웅산 묘소에서 폭탄 공격을 벌여 참배 중이던 한국 정부 관계자 등 13명을 숨지게 한 북한 공작원 강민철도 이 감옥에 25년간 갇혀 있다 옥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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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도소 입구를 지나는 양곤 시민들

1980년대 미얀마의 민주화운동 단체 '88제너레이션 학생모임(88 Generation Students Group)' 소속 회원들, 2007년 반정부 시위를 이끈 '버마승려동맹(All-Burma Monks' Alliance)'의 지도자도 인세인 감옥을 거쳐갔다.

수감자들을 위한 화장실이 없고, 수감자들은 바닥에 누워 잠을 청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