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7 판문점선언 1주년: 한눈에 보는 지난 1년

(캡션) 4·27 남북정상회담 당시 한국 문재인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기다리고 있다 Image copyright Pool
이미지 캡션 4·27 남북정상회담 당시 한국 문재인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기다리고 있다

한국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4·27 남북정상회담이 1주년을 맞는다.

한국 정부는 이를 기념하기 위해 판문점에서 행사를 계획하고 있다. 행사 주제는 '먼 길'이라고 알려졌다.

북한은 이번 행사에 참여하지 않는다.

김 위원장은 러시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위해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를 방문 중이다.

지난 1년 동안, 한국과 북한은 '4·27 판문점 선언문' 내용 중 어느 정도를 실행에 옮겼을까.

BBC 코리아가 선언문 합의 내용 중 해결되지 않은 과제 3가지에 집중해 지난 1년을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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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캡션 선언문에 서명하는 김 위원장과 기다리는 문 대통령

1. '완전한 비핵화를 통해 핵 없는 한반도를 실현'

선언문은 크게 세 덩어리로 구성됐다. 그 중 '항구적 평화체제 구축' 부분에 바로 전 세계가 주목해 온 '비핵화' 합의 내용이 있다.

"남과 북은 완전한 비핵화를 통해 핵 없는 한반도를 실현한다는 공동의 목표를 확인하였다. (중략) 남과 북은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국제사회의 지지와 협력을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기로 하였다."-판문점 선언문 중

남북회담에서 비핵화를 위한 노력에 합의한 건 처음은 아니었다.

4·27 판문점선언에서의 비핵화 합의는 1992년 '한반도 비핵화에 관한 공동선언' 이후 26년 만이다. 당시에는 북한의 핵능력이 미미해 비핵화 담론은 큰 의미가 없었다.

반면 북한이 위협적인 핵무기를 보유한 최근 상황에선 4·27 판문점선언 비핵화 논의가 유의미했다는 게 전문가들 의견이다.

협상은 시작됐지만...

4·27 판문점선언 직후, 한국과 북한은 비핵화 협상에 착수했다.

김 위원장은 6월 싱가포르에서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만나며 사상 최초로 북·미 정상회담을 했던 북한 최고 지도자가 되기도 했다.

북·미 정상회담에서 나온 가장 큰 합의는 미국이 한·미 연합 군사훈련을 중단한 것이었다.

미 외교협회 스콧 스나이더 선임연구원은 23일 '아산플래넘 2019'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에 선물을 준 것"이라고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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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캡션 현직 미국 대통령과 북한 지도자 간의 사상 첫 정상회담이었다

하지만 '비핵화' 합의 내용은 "2018년 4월 27일 판문점 선언을 재확인하며 북한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다짐했다"라는 수준에 그쳤다.

단, 두 정상은 결과를 이행하기 위한 후속 회담을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개최하는 데 합의했다.

2차부터 삐

제일 중요하고 어려운 부분인 '과연 비핵화를 어떻게 할 것인가'는 지난 2월 베트남에서 열린 제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논의됐다.

이 회담은 결국 협상 이튿날 파행으로 끝났다. 준비된 오찬은 취소됐고 미디어센터도 술렁거렸다.

북한이 핵시설과 핵물질, 핵무기를 다 내놓기 전에 제재 완화는 없다는 미국의 입장과, 유해 송환, 영변 폐기 등 여태껏 보인 행동의 대가로 제재를 완화하라는 북한의 입장이 팽팽히 맞선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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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캡션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 당시 가끔은 협상장에서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외교부 차관을 지낸 고려대 김성한 국제대학원장은 BBC 코리아에 북한은 "영변 폐기와 대북제재의 실질적 해제를 맞바꾸려고 했다"며 "북한은 그 노선을 바꿀 생각이 없고 그 상황을 미국이 간파해서 협상이 깨졌다"고 말했다.

그 후 비핵화 협상에서 이렇다 할 진전은 없었다.

한국 정부가 '중재자' 역할을 자처하며, 대북 제재를 일부 완화해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끌고 오려는 '굿 이너프 딜'을 제시하기도 했지만 큰 소득은 없었다.

오히려 김 위원장이 지난 12일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한국을 겨냥해 "오지랖 넓은 '중재자'"라고 말했고, 해리 해리스 주한미국대사는 22일 '굿 이너프 딜'이 "뭔지 나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핵도발은 아직

하노이 회담 파행 후 미국 언론은 일제히 북한 핵 시설에 움직임이 포착됐다고 보도했다.

위성사진 분석으로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에서 다시 움직임이 포착됐다. 전문가들은 언제든 북한이 다시 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국제 사회에 보여준 것이라고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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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캡션 판문점선언 후 핵 실험·미사일 실험은 없었다

핵 실험, 미사일 실험은 아직 없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북한이 핵과 미사일 실험을 중단해온 것을 본인 업적이라고 강조해 왔다. 그는 '노 딜'로 끝난 하노이 회담에서도 "(우리는) 단지 실험을 원치 않는다. 실험이 없는 한 우리는 만족스럽다"라고 말한 바 있다.

2017년까지 북한이 핵개발에 박차를 가해온 것을 감안하면 핵, 미사일 실험을 중단한 것을 진전으로 볼 수도 있다. 한편으로는 북한이 이미 핵능력을 목표 궤도에 올려 놓아 더 이상의 실험이 필요없다는 자신감으로 볼 수도 있다. 일각에서는 북한은 이미 사실상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받았다고 전망하기도 한다.

하지만 핵도발 중단이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한편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조성렬 자문연구위원은 YTN에 김 위원장의 최근 연설을 보면 "적어도 금년 말까지는 북한에게 자력갱생을 중심으로 한 경제개발에 치중하되, 그 이상을 넘어간다면 북한도 다시 한 번 핵실험이라든지 미사일 실험 할 수 있다라고 하는 가능성을 열어놨다"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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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캡션 선언문 공동발표하는 두 정상

2. '종전선언 후,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

4·27 판문점회담 후 많은 기대를 모은 것은 '종전선언'이었다.

종전선언 역시 선언문의 세 번째 덩어리인 '항구적 평화체제 구축' 부분에 명시됐고, 당시 '올해'라는 구체적인 데드라인까지 제시했었다.

"남과 북은 정전협정체결 65년이 되는 올해에 종전을 선언하고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며 항구적이고 공고한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남·북·미 3자 또는 남·북·미·중 4자회담 개최를 적극 추진해 나가기로 했다." -판문점 선언문 중

종전선언이 임박한 것처럼 보이자, "군대에 가지 않아도 될까?", "평양에 놀러 갈 수 있을까?", "비무장지대(DMZ), 유엔군사령부(UNC), 주한미군은 어떻게 되나?" 등의 네티즌 반응도 나왔다.

북한과 미국이 지난해 6월에 싱가포르에서 1차 정상회담을 할 때와, 지난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2차 회담을 할 때도 문 대통령과 중국 시진핑 대통령이 회담장에 가서 함께 종전선언을 한다는 가능성을 일각에서 점치기도 했다.

하지만 결국 한국과 북한은 선언으로 제시했던 '올해' 데드라인을 지키지 못하고 2019년 새해를 맞았다.

고려대 통일외교학부 남성욱 교수는 BBC 코리아에 "실제 종전 협상 벽은 높다"고 말한 바 있다.

"종전 선언은 이상적이지만 종전 자체는 비핵화와 각종 관계국과 관련된 안보 현실과 연결돼 있어 가야 할 길이 멀고 현실적인 균형이 필요하다"고 남 교수는 분석했다.

3. '비무장지대를 평화지대로 전환'

실질적으로는 전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중무장지대 중 하나인 '비무장지대(DMZ)' 역시 판문점 선언 후 급변하는 듯했다.

선언문에서는 '평화지대'로 거듭날 것이라고 했다.

"남과 북은 지상과 해상, 공중을 비롯한 모든 공간에서 군사적 긴장과 충돌의 근원으로 되는 상대방에 대한 일체의 적대행위를 전면 중지하기로 하였다. (중략) 앞으로 비무장지대를 실질적인 평화지대로 만들어 나가기로 하였다." -판문점 선언문 중

하지만 이 부분에서는 구체적인 군사 합의가 필요했고, 그해 9월 한국과 북한은 '판문점 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분야 합의서'를 채택했다.

이 합의가 잘 이행되는 듯 보였다. 11개 감시초소(GP) 시범 철수가 완료됐고, 공동유해발굴을 위해 남과 북은 지뢰를 제거하고 도로를 깔았다.

이미지 캡션 화살머리고지 정상 부근 감시초소(GP). 남북은 최근 시범철수 대상 GP 각각 11개 중 10개를 완전 파괴했다

하지만 올해 들어 군사합의내용 이행은 급격하게 지지부진해졌다.

DMZ 화살머리고지 일대 공동유해발굴 작업도 남측 단독으로 진행되고 있다. 군사합의서에 기한이 명시된 조항 중 이행되지 않은 첫 사례로 꼽힌다.

영화에서 늘 남북 관계의 상징으로 등장한 공동경비구역(JSA)에서도 2018년 안에 관광이나 자유왕래가 가능할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한국, 북한 유엔사 간 공동근무 및 운영규칙을 두고 협의가 아직 이뤄지지 않아 JSA 자유왕래는 난관에 봉착했다.

국방부 당국자는 19일 "현재 남쪽 지역에 한하는 공동경비구역 관광 재개를 검토하고 있다"며 이르면 4월 말∼5월 초께 시작된다고 덧붙였다.

한국의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북한의 군사 분야 책임자들에게 군사합의내용 이행이 우선순위에서 밀렸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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