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 '아이와 함께 출근'·'엄마 우대 채용'한 회사에 생긴 변화

'진저티프로젝트'는 아이를 일터로 데려올 수 있는 회사다
이미지 캡션 '진저티프로젝트'는 아이를 일터로 데려올 수 있는 회사다

서울 마포구에 있는 한 회사 사무실. 노트북을 앞에 두고 직원들의 열띤 토론이 벌어지고 있다. 그런데 조금 떨어진 곳에서 한 무리의 아이들이 어떻게 장난감 블록 조립을 할지 이야기하고 있다.

아이들 모두 이 회사 직원들의 자녀다.

조직 문화를 연구하는 경영컨설팅 회사 '진저티프로젝트' 직원들은 종종 아이들을 데리고 출근을 한다.

직원들은 여러 가지 사정으로 영유아 혹은 초등학생 자녀를 다른 곳에 맡기기 어려운 날이면 아이들과 함께 회사에 나온다.

사무실 한쪽에는 보드 게임과 블록 놀이 상자가 층층이 쌓여 있었다. 아이들이 부모님과 함께 출근하자마자 직접 짠 놀이 계획표도 칠판에 적혀 있었다.

원래 한국 사회에서 '애엄마'는 환영받는 인력은 아니다.

출산과 육아로 '정시퇴근'과 각종 '휴가'를 자주 낸다는 인상 때문에 일 맡기기 어렵고 일 못하는 사람으로 취급받는다.

하지만 일부 기업을 중심으로 새로운 문화가 생겨나고 있다. 아이를 일터로 데려올 수 있는 '진저티 프로젝트'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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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킹맘: 아이와 함께 출근할 수 있는 회사

아이와 함께 출근하는 회사

진저티 프로젝트는 필요한 경우 재택근무도 허용하며 주 근무 횟수도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게 해준다. 출산 및 육아 휴직을 신청할 때도 눈치 보지 않아도 된다.

직장을 그만둔 세 워킹맘이 2014년 이 회사를 설립했다. 워킹맘 직원이 전체 직원 10여 명 중 절반이다.

"결혼해 아이를 낳으면서 일을 그만두게 됐다가 다시 일하게 되니 당시 다섯 살이었던 아들 윤이가 떨어지려 하지 않았다"

이 회사 직원인 홍주은 씨는 워킹맘으로 다시 사회로 돌아왔을 때를 전쟁으로 비유했다.

그는 "아이도 울고, 나도 울고 그렇게 6개월을 너무 힘들게 보냈다"고 했다.

이 때 "아이와 함께 출근해보자"고 제안한 사람이 동료이자 공동대표인 서현선 씨다.

윤이가 직접 엄마가 어디에 가서 무엇을 하는지 알게 되면 아이의 불안감이 줄어들 수 있을 것이란 판단이었다.

엄마 회사에 오게 된 날부터 홍 씨 아이는 '엄마가 회사 간다'라는 상황을 더 잘 받아들이게 됐다. 그 이후 다른 직원들 역시 보육이 비는 날에 아이를 데려오고 있다.

홍주은 씨는 "다른 직장에선 그만두는 엄마들이 많다"며 "같이 고민해 준 동료들을 생각해서 내가 포기하지 않고 일을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다짐하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업무 효율성은 어떨까?

아이들은 회사에서 가끔 엄마들에게 오기도 하고 여기저기 돌아다니기도 했다.

이에 대해 엄마들은 잠깐씩 효율성이 떨어지는 건 맞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장점이 크다고 답했다. "아이들이 엄마를 이해하게 되면서 워킹맘으로 가지게 되는 죄책감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됐다"는 게 서현선 씨의 설명.

그는 "다양한 생애 주기가 인간에게는 너무 당연한데 우리 사회는 이 생애 주기에 맞춰 변할 가능성에 대해서 너무 생각해 보지 않는 것 같다"며 "조직의 룰에 사람을 맞추려고 하기보다는 조직이 사람에게 유연하게 반응할 수 있다는 상상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이가 있으면 우대하는 회사

임신과 출산을 장려하는 문화로 업무 효율성이 나아졌다는 기업도 있다.

침구류 회사 리디아알앤씨 사무실에 가면 특별한 표식을 볼 수 있다. 바로 임신한 직원의 책상에 붙는 '예비맘 표시'다.

대중교통에 붙어있는 '임산부 표시'처럼 배려를 받도록 고려한 것이다.

Image copyright 리디아알앤씨
이미지 캡션 '예비맘 표시제'를 운영해 임신부를 배려하는 회사, 리디아알앤씨

이 회사에서는 직원 채용 과정에서 아이가 있으면 오히려 '우대'한다.

리디아 알앤씨 임미숙 대표는 "막상 아이를 낳으면 마음이나 환경 때문에 회사에 지원하기가 쉽지 않은데, 그런 상황에서 도전한 자체로 의욕이 있다고 본다"고 언급했다.

이 회사에서 근무하는 이선홍 씨도 출산 후 이 회사에 입사했다. 예전 직장에서 임신 때문에 권고사직을 받았던 경험 때문에 지원하면서도 걱정이 앞섰다.

그러나 이 씨는 "이 회사에서 나를 평가할 때 여기에서 '애엄마'라는 요소는 절대 불리한 요소로 작용하지 않았다"고 했다.

임 대표는 출산과 육아로 성숙해진 부분이 실제 업무에도 적용된다고 했다.

그는 "육아를 통해 마음이 넉넉해지며 성숙해지다보니 돌발 상황에도 잘 대처하게 된다"며 "이런 부분은 사내외 커뮤니케이션 같은 업무에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아이 셋을 낳으면 회사가 특별 격려금을 주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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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캡션 출산 후 재취업한 이선홍 씨와 변경은 씨

이 회사 워킹맘들은 육아에 우호적인 분위기가 일과 육아 모두에 큰 도움이 된다고 했다.

이 회사 직원 변경은 씨는 "아이가 갑자기 아파서 병원에 가야 한다거나 학교 행사 등이 있으면 연차가 아니라 특별 휴가를 쓸 수 있다"며 "이런 휴가를 쓸 때 눈치를 보는 분위기가 아니다"라고 했다.

그는 셋째 아이를 출산하고 휴직을 했을 때도 계속해서 회사와 안부와 정보를 주고받았다며 "다시 회사로 돌아갔을 때도 공백을 느끼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 곳 역시 진저티프로젝트처럼 유연 근무나 재택근무가 가능하다.

이선홍 씨는 "이런 환경이다 보니 느슨하게 하기보다는 더욱 책임감을 가지게 일하게 된다"며 업무 효율성이 높아졌다고 답했다. 변경은 씨 역시 "야근을 얼마나 길게 했는지 따지지 않기 때문에 일의 집중도가 더욱 올라갔다"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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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캡션 리디아알앤씨 임미숙 대표

'제도 실효성 있으려면 문화 먼저'

하지만 한국에서 이런 육아 친화적인 기업을 쉽게 찾아볼 수 없다.

직장 내 문화와 분위기 때문에 일하는 부모들은 정부가 허용한 제도 앞에서 눈치를 봐야 한다.

지난 2일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결혼한 직장인 45.6%가 '부정적인 직장 분위기' 탓에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제도 등을 활용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답했다.

맞벌이 부부라도 아이 육아 할당량은 여성이 더 높다 보니 워킹맘들의 고충은 더 클 수밖에 없다.

출산 육아 지원책이 쏟아지고 있지만 직장 내 문화 개선이 없으면 무용지물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일과 육아 양립의 모범 사레로 꼽히는 북유럽 국가들도 육아에 긍정적인 직장 문화가 있었기에 제도 실효성이 높아졌다.

전 세계에서 맞벌이 부부 비율이 가장 높으면서 출산율도 한국의 2배가 넘는 스웨덴이 그 예다.

유연근무, 단축근무, 재택근무 등 각종 육아 제도도 잘 짜여 있으면서도 이런 제도를 쓰는 게 당연하게 여겨진다.

경희대 사회학과 정고운 교수는 "경제 성장과 성과 등 경쟁논리를 중시해온 한국 사회와 시장에서 가정의 돌봄 노동은 이를 저해하는 것으로 평가받았다"고 진단했다.

이어 "육아 문제를 여성이나 개인 가족의 문제로 단정 짓기보다 공동체적 문제로 인식하고 그 가치를 인식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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