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깔창 생리대’ 그로부터 3년...생리를 둘러싼 논란은 현재진행형

(캡션) 2017년 여성환경연대의 생리대 유해성 규명 촉구 시위. 생리를 둘러싼 논란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Image copyright HEO KYUNG
이미지 캡션 2017년 여성환경연대의 생리대 유해성 규명 촉구 시위. 생리를 둘러싼 논란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그날? 그날이 도대체 뭔데? 아무것도 하기 싫어. 그게 '생리'야."

지난해 12월 국내 생리대 광고 역사상 처음으로 문자 그대로 '생리'라고 표현한 광고가 나온 것에 이어, 최근 유한킴벌리도 출시 24년 만에 처음으로 파란색 액체 대신 붉은 생리혈이 나오는 광고를 선보였다.

3년 전 가정 형편이 어려워 일반 생리대 대신 '신발 깔창'을 생리대로 썼던 한 학생의 사연이 전해졌다.

생리를 '생리'라고 부르게 되기까지 지난 3년 동안 생리를 둘러싼 담론은 다양하게 전개됐다.

'깔창 생리대'로 우선 인권으로서의 생리대가 화두가 됐고, 나아가 월경을 터부시하는 사회적 인식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이 와중에 생리대 유해성 논란까지 일며 생리대는 다시 논란의 중심에 우뚝 섰다.

생리대 대체품에 관심이 증가하며 기존 생리대 업체들은 영업이익이 대폭 줄었다. 업체들은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어야 하는 과제에 직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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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캡션 새로운 화이트 광고. 출시 24년 만에 처음으로 붉은 생리혈이 나온다. '산뜻하고 깨끗하게'라는 문구는 고수했다.

'그날'이 아니라 '생리', 파란색 액체가 아니라 생리혈이 나오는 현실적 광고가 업체들이 선보인 새로운 시도였다.

이처럼 '생리' 관련 이슈가 수년째 끊임없이 주요 뉴스를 장식한 것은 다소 이례적이다.

'깔창 생리대' 사건으로부터 3년이 지난 오늘날, 생리를 둘러싼 논란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무엇이 쟁점일까?

'생리대라는 게 드러났다'

"생리대라는 게 있는데 여태껏 가려져 있었다. (비상용 생리대) 사업 등을 통해 이제 '생리대'라는 게 드러났다."

서울시의 '비상용 생리대' 사업을 담당하는 서울시 여성가족정책실 여성권익담당관 윤나래 주무관은 해당 사업의 핵심을 BBC 코리아에 이렇게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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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캡션 서울시는 공공기관에 비상용 생리대를 비치해왔다

지난해 10월부터 서울시는 공공기관에 비상용 생리대를 비치하는 시범 사업을 실시했다. 올해엔 예산 5억원을 편성해 비치기관을 200개소로 늘리는 중이다.

서울시가 제공하는 생리대는 취약 계층을 위한 것이 아닌, 보편 복지에 가깝다. 어느 여성이든 필요한 상황에 비상용 생리대를 쓸 수 있다.

"특정 계층을 겨냥한 사업이 아니며 '생리대는 필수품이다'라는 취지의 사업이다"라고 윤 주무관은 BBC 코리아에 설명했다.

국내 최초로 학교에 설치

강남구청도 같은 취지로 생리대 사업을 진행 중이다.

학교에 진입했다는 게 가장 눈에 띄는 사례다. 강남구청은 지난 3월 국내 최초로 초·중·고 34개교에 생리대 보급기를 설치했다.

해외에서도 중·고등학교에 생리대 보급기를 설치한 사례가 있지만 초등학교 설치는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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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캡션 한국소비자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생리대 가격은 개당 평균 331원 정도로 OECD 36개국 중 가장 비싸다

학교에 보급기를 설치하기까지 상당한 역경이 있었다.

"학생들은 원하지만 대다수 학교 측은 여태껏 없었던 게 왜 필요하냐는 입장이었다. '공공생리대'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대가 부족한 상태다"라고 강남구 여성가족과 강주연 주무관은 BBC 코리아에 말했다.

강남구청은 "학교 화장실에 화장지가 있지 않나. 자연스럽고 당연히 있는 것이다. 생리대도 마찬가지다. 필수품이다"라며 학교 관계자를 설득했다.

무상급식에 이어 '무상생리대'?

서울시와 강남구보다 더 나아간 사례도 있다.

바로 지난 3월 전국 최초로 만 11~18세 여성청소년 모두에게 생리대를 무상지급하겠다는 조례를 통과시킨 경기 여주시의회다.

여주시는 올 하반기부터 생리대를 본격 지원할 예정이다. 하지만 '과잉 복지다', '포퓰리즘이다', '무상 면도기도 달라' 등과 같은 질타도 만만치 않다.

국가가 이미 취약 계층에게 생리대를 제공하고 있으며 긴급 상황을 위해 비상용 생리대도 비치한 가운데, 무상생리대를 보편적으로 지급할 필요까지 있는지에 대한 논의가 뜨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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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캡션 지난해 '5.28 월경의 날' 안전한 생리대를 촉구하는 시위

여주 사례를 계기로 서울시에서도 모든 여성청소년에게 생리대를 무상지급하는 것에 대한 공론화가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권수정 서울시의원은 지난 7일 "생리대는 선별적 복지 물품이 아닌 공공재로서 국가적으로 지원되어야 한다는 의견이 모이고 있다"며 "6월에는 생리대를 모든 여성청소년에게 무상지급하는 조례를 발의할 계획이다"고 한국일보에 말했다.

이러면 연간 411억원의 비용이 필요하다. 현재 저소득층에게만 선별적 지원하는 예산(약 21억원)의 20배에 가까워 이 비용을 어떻게 마련할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다른 나라 현황은?

생리대 무상보급 문제는 전 세계적인 이슈다.

미국 뉴욕시는 2016년 공립 중·고교에 무료 탐폰·생리대 자판기를 설치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영국에서도 2017년 '생리 빈곤(period poverty)'이 사회적인 문제로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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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캡션 영국의 '생리 빈곤(period poverty)' 퇴치 시위

두 사건 모두 공교롭게도 한국에서 '깔창 생리대'가 보도돼 파문이 일고 있을 즈음이다. 뉴욕과 영국 등에서도 양말과 키친 타월 등을 생리대로 사용하는 학생들의 사연이 전해졌다.

당시 영국의 사례를 더 들여다보면, 아미카 조지라는 17세 학생이 '생리 빈곤' 퇴치 캠페인을 주도했다. 정부에 탄원을 넣고, SNS로 시민들의 지지를 구했다.

스코틀랜드가 한발 더 빠르다. 2018년 초등학생부터 대학생까지 39만5000여 명에게 생리대를 무상으로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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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캡션 '생리 빈곤' 퇴치 캠페인을 이끈 아미카 조지

올초 무상지급 확대를 발표한 에일린 캠벨 비서관은 "필수품을 살 수 없어 겪는 수모를 그 누구도 겪어서는 안 된다"며 경제능력과 상관없이 생리하는 모두에게 지급한다고 말했다.

영국은 올해 9월부터 모든 중·고등학생과 대학생에게 생리대를 무상 지급한다. 이에 대해 조지는 "큰 진보"이기는 하지만 최근 생리를 빠르면 8세에도 시작하기 때문에 중학생부터 지급하는 점이 한계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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