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창, 나베, 귀태...' 욕먹어도 정치인의 막말이 계속되는 이유

지난 11일 연설 도중 '달창'이라는 단어를 사용해 물의를 빚은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Image copyright 뉴스1
이미지 캡션 지난 11일 연설 도중 '달창'이라는 단어를 사용해 물의를 빚은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의 '달창' 발언 논란이 일파만파 퍼지면서 정치인들의 비속어 사용이 도마위에 올랐다.

이 발언은 지난 11일 열린 자유한국당 4차 정부 규탄 집회에서 나왔다. 나 원대대표가 연설 도중 "문빠, 달창 이런 사람들한테 공격 당하는 거 아시죠? 대통령에게 독재 어떻게 생각하냐고 묻지도 못합니까"라는 말을 남긴 것이다.

문제가 된 '달창'이라는 단어는 '달빛 창녀단'의 줄임말이다.

'달빛 기사단'이라고 칭하며 문재인 대통령을 지지한 활동을 한 사람들을 비하하는 단어로 일부 극우 사이트에서 쓰이던 단어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정확한 의미와 유래를 몰랐다"며 사과했지만 제1야당 원내대표가 특정 진영 논리와 여성비하 발언을 한 것을 두고 비판의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역설적이게도 막말을 한 것으로 구설수에 오른 나 대표 역시 일부 진보 진영 인사들에에게 '나베(아베 일본 총리+ 나경원 합성어)'라든가 '토착왜구(친일파)' 등의 소리를 들은 바 있다.

지난 3월 민주당 공식유튜브 채널인 '씀'에 출연한 정청래 전 의원과 민병두 의원은 나 대표가 문 대통령을 김정은 수석대표라고 했다며 나 원내대표를 비난하며 '나베'라고 일컬었다.

박홍근 의원은 역시 페이스북에 나 원내대표를 '일베 방장'이라고 썼다.

이처럼 정치권의 막말은 여야를 가릴 것 없이 과거부터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예전 사례를 보면 김홍신 전 한나라당 의원은 1998년 "김대중 대통령은 너무 거짓말을 많이 하여 공업용 미싱으로 입을 박아야 한다"는 말로 논란이 됐다.

지난 2004년 한나라당 일부 의원들은 연극 대사를 통해 노무현 대통령을 '개X놈' 이나 '노가리'라고 칭해 여야가 공방을 벌이는 일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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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캡션 2013년 '귀태'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킨 홍익표 당시 민주당 수석대변인

한편, 2013년에는 홍익표 민주당 수석대변인이 박근혜 대통령을 대상으로 '만주국의 귀태(태어나지 않아야 할 인간의 출생)'로 비유해 이른바 '귀태 막말' 구설수에 올랐다.

이 때도 '귀태'가 검색어 순위에 오르며 '정치인 막말'이 화두가 됐다.

2012년 총선 당시 민주통합당 공천을 받은 김용민 후보도 인터넷 방송에 출연해 미국에 테러를 하자며 "미국 라이스 장관 강간해 죽이자"라고 발언해 문제가 됐다.

정치인의 '막말', 욕 먹어도 계속되는 이유

이처럼 정치인의 막말이 계속되는 이유를 윤태곤 사단법인 의제와 전략그룹 더모아 정치분석 실장은 '진영논리'에서 찾았다.

윤 실장은 한국일보와의 인터뷰를 통해 "전체 국민에게 비판 받는 발언이라도 지지층에 소구력이 있으면 당장엔 정치적 이익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전북대 강준만 신문방송학과 교수도 책 '싸가지 없는 진보'에서 정치권의 막말을 두고 '지지자들을 열광시키는 등 단합의 대열로 이끈다'고 평했다.

강 교수는 '욕설을 앞세운 카타르시스' 효과가 호황을 누리고 있다며 "용기와 파렴치의 경계마저 무너뜨려 파렴치한 짓을 하면서도 용감하고 의로운 행동이라고 착각하게 만든다"고 했다.

물론 이런 정치인들의 '막말'이 한국 정치인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영국 우파 정치인 나이절 패라지는 지난 2010년 유럽의회 의사당에서 벨기에 총리 출신 EU 상임의장이었던 헤르만 판 롬파위를 향해 '무력한 겁쟁이'의 뜻을 담고 있는 비속어를 던지고, '은행 말단 직원 외모' 같다는 등의 '막말을 쏟아내 문제가 됐다.

하지만 당시 동영상을 보면 이런 발언에 의원들은 즉각 야유의 목소리를 쏟아낸다. 이 사건은 영국 뿐 아니라 벨기에에서도 큰 정치권 이슈가 됐다.

패러지는 결국 징계 처분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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쉴새없이 '질서를 지키라'를 외치는 영국 정치

유럽 의회에서는 정치인이 독설이나 비속어 등을 쓰면 징계를 받거나 퇴장 당할 수 있다.

영국 정치권에서도 정치인들의 목소리가 격양될 조짐이 보이면 의장이 '질서(order)'라는 말을 던지고, 의원들은 이를 따라야 하는 문화가 정착돼 있다.

한국 역시 정치인의 막말을 근절하려면 정치권 노력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서울대학교 심리학과 곽금주 교수는 "(정치인들이) 이런 언어를 계속 쓰다보면 결국 더 자극적인 말을 찾을 수 밖에 없고 결국 악순환이 되풀이 된다"며 "자성해야 한다"고 아시아경제와의 인터뷰에서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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