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의 날: 2년째 '스승의 날 폐지' 청원 올린 현직 교사

2년 째 '스승의 날 폐지' 청원 올린 정성식 교사 Image copyright 정성식
이미지 캡션 2년 째 '스승의 날 폐지' 청원 올린 정성식 교사

5월 15일은 선생님께 존경과 감사를 표하는 '스승의 날'이지만 이 날이 오히려 불편하다고 호소하는 교사들이 있다.

일부 교사는 아예 스승의 날을 폐지하고 '교육의 날'로 바꿔 달라고 청와대 국민청원까지 올리고 있다.

지난 2일 해당 청원을 올린 현직 초등학교 교사이자 실천교육교사 모임 회장인 정성식 씨.

그는 지난해에도 스승의 날 폐지 청원을 올려 1만 7천 명의 동의를 받은 바 있다.

정 씨는 스승의 날 분위기를 "가시방석 같다"고 표현했다. 이 때가되면 교사들에겐 각종 엄격한 지침이 쏟아지기 때문이다. 교사들을 대상으로 '청렴 퀴즈'를 진행하거나 작년만해도 공직기강 점검 등에 나서는 교육청도 있었다.

이런 사정이다 보니 스승의 날에 차라리 재량 휴업을 하는 학교가 많다.

교사, 학부모, 학생 모두 부담스러운 날이라는 판단에서다. 올해만 해도 전국 600개 학교가 휴교를 했다.

Image copyright 청와대 국민청원

19년째 교단에 서는 정 씨는 "김영란법과 무관하게 10년 전부터 교육현장에서 촌지를 찾아보긴 어렵게 됐지만, 부담스러운 분위기는 여전하다"면서 "교사들은 '잠재적 범죄자 취급'을 받는 것 같아 힘들어한다"고 했다.

이런 실정이다보니 교사 입장에선 난감한 일이 종종 발생하기도 한다.

지침상 생화 카네이션 한송이도 절대 받을 수 없는데 순수한 마음으로 꽃을 달아주겠다고 오는 학생들이 있기 때문이다.

정 씨는 아직 어린 학생들 가운데는 거절을 하면 눈물을 보이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의정부에서 초등학교 교사로 일하는 조누리 씨 역시 "스승의 날은 조용히 지나갔으면 하는 분위기"라면서 "아이들에게 사탕 하나 받으면 안되는 상황에서 거절하는 입장이 어렵다"고 말했다.

서울 소재 고등학교 교사인 이혜원 씨도 "행사에 강제성이 있는 걸 알기에 미안한 마음이 크고 아침에 학교가기 부담스럽다"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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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캡션 학생 개인이 교사 개인에게 카네이션을 달아주는 것도 김영란법 저촉 대상에 포함된다

정 씨는 대신 스승의 날을 '교육의 날'로 바꿔 모두가 교육의 의미를 돌아보자고 제안했다.

'스승'이라는 특정 직종을 지칭하지 말고, 교육기본법에 규정된대로 교육의 세 주체인 학생, 교사, 학부모가 교육의 의미를 되새겨보자는 것.

그는 그렇게 되면 다양한 교육 현장에 있는 사람들이 모두 이 날을 기념하는 날이 되리라고 봤다.

이런 움직임은 교육계에서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

전국중등교사노동조합 역시 이달 초 교육부 장관에게 스승의 날을 법정기념일에서 제외하고 민간 기념일로 전환해 달라는 요청을 하기도 했다.

반대의 목소리도 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등을 비롯해 일부 교사들 중에는 '이마저도 없으면 교권이 땅에 떨어질 것'이라며 스승의 날에 의미를 부여하는 이들도 있다.

이에 대해 정씨는 "스승의 날 이라는 개념 자체가 '선생님 그림자는 밟지도 않는다'라는 구시대 때 생겼고, 과거 정권에 따라 이 날도 생겼다가 사라졌다를 반복했다"며 "이제 사회도 바뀐 상황에서 교육의 3주체가 교육을 고민해보는 날이 더욱 의미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정성식 씨는 스승의 날 자체보다 '교사의 현실적인 어려움'에 집중해달라고 주문했다. 교사들이 과도한 행정업무 때문에 교육 자체에 집중할 수 없는 환경이라고 호소했다.

실천교육교사모임에 따르면 실제로 교사들이 처리해야하는 연간 업무 목록은 227가지 정도다.

그는 "행정업무를 하는 절반만 시간이 줄어도 학생들을 상담하고 수업준비하는 시간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교사가 교육에 집중할 수 없는 환경도 일종의 교권침해"라고 했다.

"사제 관계는 일상 속에서 잔잔하게"

정 씨는 교사에게 감사를 어떻게 표하면 되겠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특정 기념일을 만들어서 독특하게 챙기기보다는 교사와 학생이 상호 존중하면서 소통을 이어가는 일이 더 뜻깊다는 것.

가끔씩 졸업한 제자들에게 먼저 연락한다는 그는 "평상시 일상을 공유하고 서로 소통했던 제자들이 기억에 많이 남는다"며 "그런 관계 속에서 교사인 나도 성장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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