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 인도적 지원도 전략이 필요하다…'쌀 대신 옥수수 가루 주자'

통일부 이상민 대변인이 17일 오후 종로구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개성공단 기업인들의 방복 승인을 발표하고 있다 Image copyright 뉴스1
이미지 캡션 통일부 이상민 대변인이 17일 오후 종로구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개성공단 기업인들의 방복 승인을 발표하고 있다

한국 통일부는 지난 17일 개성공단 자산 점검을 위한 기업인들의 방북을 승인했다.

아울러 국제기구를 통한 대북 인도적 지원을 다시 추진할 뜻도 밝혔다.

통일부 이상민 대변인은 "북한 주민에 대한 인도적 지원은 정치적 상황과 무관하게 지속해 나간다는 입장 하에 우선 세계식량계획, 유니세프의 북한 아동-임산부 영양지원 및 모자보건 사업 등 국제기구 대북지원 사업에 자금 800만 달러 공여를 추진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통일부가 밝힌 800만 달러는 2년 전 지원을 결정했지만 집행하지 못한 금액을 말한다.

한국 정부는 북한의 계속된 핵미사일 도발로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강화되면서 대북 지원을 미뤄왔다.

이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관련 단체들은 환영을 입장을 나타냈다.

개성공단기업협회 정기섭 회장은 BBC코리아에 "늦었지만 반가운 소식"이라고 전했다.

"다들 좋아해요. 몇 년 동안 못 봤으니까 가서 봐야죠. 우리 목적 자체가 시설 점검이니까 설비가 얼마나 망가지고 못쓰게 됐나, 다시 공장을 재가동하려면 얼마만 한 것들이 다시 준비돼야 되는가 그런 것들을 파악해야죠."

반면 북한은 아직 관련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다. 오히려 외세 간섭을 배격하라며 대남 압박을 이어가는 모양새다.

대남 선전매체인 우리민족끼리는 20일 "우리 민족의 문제를 외세에 구걸하는 것은 어리석은 행위"라며 "남북선언들을 성실히 이행하려는 자세를 가질 것"을 남측에 촉구했다.

또다른 선전매체 '조선의 오늘'도 "지금은 눈치를 보면서 주춤거릴 때가 아니라 더 과감히 남북관계를 발전시켜야 한다"며 남북 공동선언을 토대로 한 '자주통일' 달성을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통일연구원 조한범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의 기본 입장은 대북제재 국면과 관련 없이 남북관계를 독립적으로 진행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외세의 눈치를 보지 말라는 것은 결국 남북관계는 남북관계대로 가져가야 한다는 거예요. 북한이 원하는 것은 미국의 대북제재 해제, 한국 정부는 판문점 선언, 평양 공동선언에서 합의한 배를 독립적으로 이행하라는 거예요. 대북제재 국면과 관계 없이. 그게 북한의 의도라고 볼 수 있거든요."

결국 북한은 개성공단 재가동과 금강산 관광 재개, 더 나아가 5.24조치의 완전한 해제를 원하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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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캡션 20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개성공단기업협회에 개성공단 재개를 응원하는 메시지들이 붙어 있다

하지만 한국 정부가 2010년 결정한 5.24조치의 해제 여부는 현시점에서는 유엔과 미국 측의 이해가 필요한 게 사실이라고 조한범 선임연구위원은 설명했다.

"5.24조치는 한국의 독자 제재거든요. 그러니까 한국 정부가 해제할 수 있죠. 그러나 문제는 5.24조치나 금강산, 개성공단 사업을 중단했을 당시와는 다르게 그 이후에 북한의 추가 핵 개발로 지금은 국제 제재와 상당 부분 중첩돼요. 그 때문에 한국이 단독으로 재개를 선 결정한다고 하더라도 유엔과 미국과의 협력이나 양해가 있어야 하죠. 그렇지 아니면 대북제재를 위반하게 되는 거죠."

한편 이화여대 북한학과 김석향 교수는 한국 측의 대북 식량지원과 관련해 "인도적 지원에도 정부 차원의 전략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보이지 않는 기아가 늘고 있다는 점에서 식량 지원은 반드시 필요하지만 북한이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현 시점에 '쌀'이라는 품목을 지원하는 게 적절한지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뭔가를 쏘아 올렸더니 남조선이 겁이 나서 '거봐라, 원수님이 얼마나 위대하시냐, 몇 번 쐈더니 갖고 오지 않냐', 북한 내부의 논리는 그렇게 될 수밖에 없어요. 그리고 쌀을 주면 몇 년을 보관할 줄 알고 쌀을 줘요? 옥수수 가루를 내서 주던지, 북한에서 잘사는 사람은 옥수수를 안 먹거든요. 계란을 주는 것도 좋아요. 중요한 단백질원이고 계란은 아무리 냉장보관을 해도 오래 보관을 못 하거든요."

김석향 교수는 식량 지원을 한차례 이벤트성으로만 할 게 아니라면 식량을 주는 쪽의 '피로도'까지 고려해야 한다며 굳이 저자세로 비난을 감수하면서까지 지원을 해야 하는지 심도 있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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