퀴어축제 조직위는 왜 동성애 데이팅 앱 후원 계약을 해지했을까?

(캡션) 서울퀴어문화축제 로고 Image copyright 서울퀴어문화축제 홈페이지

6월 1일 열리는 서울퀴어문화축제를 앞둔 조직위원회가 스폰서 중 한 곳인 중국 동성애 데이팅 앱 '블루드(Blued)'와 후원 계약을 해지했다.

'블루드(Blued)'의 자회사가 대리모 사업을 한다는 것이 발단이 됐다.

현재 한국에는 대리모 허용 여부에 대해 직접 규율하고 있는 법이 없다. 이 때문에 대리모 계약이나 대리모 출산은 주로 음지에서 이뤄져 왔다.

계약 해지는 '합의 하에'

지난 5월 4일 조직위는 후원기업 중 대리모 사업을 하는 '블루드(Blued)'의 정당성에 대해 문제 제기를 접하게 됐다며, 해당 업체의 후원을 받지 않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조직위는 공지를 통해 "한국 사회에서 대리모와 관련된 복잡한 맥락에 대한 논의나 담론이 본격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조직위가 어떠한 합의된 입장을 마련할 수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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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캡션 서울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회는 최근 한 기업 후원을 철수했다. 기업의 자회사가 대리모 관련 사업을 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조직위는 대리모 사업 관련 정확한 입장이 뭔지 묻는 문의를 많이 받았다고 했다.

이에 조직위는 13일 추가 입장문을 통해 "여성의 몸을 도구화하여 착취하는 형태의 대리모 산업에 반대함을 분명히 밝힌다"라며 대리모 산업에 좀 더 확실한 입장을 밝혔다.

이어 1차 입장문을 내기 전에 여성 전문가에게 자문을 구했는데 '대리모는 무조건 나쁘다'는 입장을 내면 오히려 향후 대리모 관련 담론을 선악 구도로 축소해버릴 수 있다는 조언을 들었다고 설명했다.

한국에서 대리모 관련 담론이 아직 활발히 형성되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했다는 것이다.

'블루드(Blued)'는 어떤 곳?

조직위는 입장문에서 블루드와 계약 해지는 '합의를 통해' 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나아가 불루드 자체가 대리모 사업을 하는 회사는 아니라는 점도 덧붙였다.

'블루드(Blued)'는 중국의 동성애 데이팅 앱 회사다. 회원이 270만 명이 넘는다.

중국의 경찰 겅 러가 2012년 만들었다. 러는 여성과 결혼했지만, 사실 동성애자였고 인터넷에서 동성애자 사이트를 운영하고 있었다. 사이트를 폐쇄하지 않아 경찰직에서 해임됐고, 이후 블루드를 설립한 것이다.

겅 러 역시 아이를 원했지만 중국에서 대리모가 불법이기 때문에 캘리포니아 대리모를 통해 아들을 낳았다. 2017년 3월 아들과 중국으로 돌아왔고, 얼마 후 '블루드 베이비(Blued Baby)'라는 동성애자를 위한 해외 원정 대리모 출산 서비스를 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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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캡션 '블루드 베이비' 홈페이지 캡처

'블루드 베이비'는 "미국에 설립된 법인으로 블루드의 자회사"라고 블루드는 조직위 측에 설명했다.

인천여성의전화는 "'블루드 베이비'는 부유한 나라의 게이 커플을 위해 '주문'을 받아 인도·네팔·태국·캄보디아·우크라이나 취약계층 여성을 '이용'해 막대한 돈을 번다"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블루드는 "(블루드 베이비는) 게이뿐만 아니라 출산에 어려움을 겪는 모든 이들을 위해 관련된 법규가 마련되어 있고 해당 분야에서 선진적인 의료기관들이 있는 미국을 중심으로 컨설팅을 제공하고 있다"라며 "관련 법규 및 제도가 없는 한국에서는 사업을 진행할 계획이 없다"라고 조직위에 밝혔다.

특히 조직위 측은 계약 해지로 성소수자 혐오가 확대되거나 대리모를 둘러싼 논의가 선과 악 구도로 축소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아직 대리모 관련 토론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 주된 의견이다.

한국에서 대리모는?

블루드가 지적한 대로 한국에는 대리모에 관해 어떠한 법과, 정책 그리고 복지도 마련돼 있지 않다.

지난 2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한 청원인이 "20대 초반에 직장암 선고 등으로 자궁 적출 수술을 받았다"며 "사랑하는 사람과 제 아이를 너무도 원하지만, 현실적으로 대안이 없다"고 말했다.

한국가족법학회에 실린 대리모 관련 논문에 따르면 "혈통을 중시하고 있는 사회적 분위기상 입양을 자제한다는 점, 정자제공자와 성적 접촉 없이도 임신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대리모계약은 불임부부나 대리모 사이에서 암암리에 이루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대리모를 알선하는 인터넷 사이트나 난임카페에 홍보 글이 적발된 사례도 보도된 바 있다. 2017년에는 한국인 부부가 해외 원정 대리모 출산으로 적발됐다는 보도도 있었다.

해외의 '대리모' 입장은?

  • 태국, 네팔, 멕시코, 인도는 최근 외국인 부부를 위한 상업적 대리모 사업을 금지했다
  •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스페인 역시 대리모를 금지한다
  • 영국, 아일랜드, 덴마크, 벨기에에서는 대리모가 돈을 받지 않거나 제한된 돈을 받는 조건일 경우 대리모를 허락한다
  • 조지아, 러시아, 우크라이나 그리고 미국의 일부 주에서는 상업적 대리모 사업이 허락된다
  • 베트남은 2015년 제한적 대리모를 합법화했다. 선천적으로 자궁이 없거나 질병 때문에 자궁을 적출한 여성, 반복된 유산으로 임신을 못 하는 여성에 한 해 출산 경험이 있는 친척을 대리모로 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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