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뤼그스캄: 항공 산업을 걱정하게 한 스웨덴의 '비행기 여행의 부끄러움' 운동

'비행기 여행의 부끄러움'은 스웨덴에서 익숙해졌다 Image copyright Getty Images
이미지 캡션 '비행기 여행의 부끄러움'은 스웨덴에서 익숙해졌다

전 세계 많은 이들이 비행기 여행을 놓고 윤리적 갈등을 겪고 있다. 항공 산업의 온실가스 배출 때문이다.

스웨덴에선 이 문제로 사람들의 행동 방식이 크게 달라지기 시작했다.

정부가 지난달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올해 1월~4월 비행기 이용객은 작년 같은 기간 대비 8% 줄었다. 이 중 4월 한 달은 15%나 하락했다.

이 하락세는 비행기 여행을 반대하는 운동과 동반했다. 이런 흐름에서 "비행기 여행의 부끄러움"이라는 뜻의 플뤼그스캄(flygskam)이라는 단어까지 나왔다.

환경과 기후 변화에 대한 인류의 대응을 연구해 온 스웨덴의 심리학자 프리다 하이랜더 박사는 "어떤 여행방식을 선택하든지 간에, 비행기 여행은 사람들의 감정을 많이 자극하는 뭔가가 있다"고 독일 방송 DW에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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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캡션 올해 1~4월 스웨덴 항공 탑승객의 수는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10% 가까이 감소했다

플뤼그스캄 운동은 스웨덴 사람들에게 탄소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서 대안적인 운송 수단을 이용하자고 권한다.

새로운 용어도 나왔다. 요즘 스웨덴 사람들은 기차 여행의 자부심을 뜻하는 탁쉬크리트(tagskryt)라는 단어를 사용한다.

여전히 비행기로 여행하지만 이를 숨기는 스뮉플뤼가(smygflyga, 비행기로 은밀히 여행하다)라는 단어도 있다.

환경에 주는 충격

유럽 환경청(EEA)은 승객 한 명이 기차 여행 1km당 14g의 이산화탄소가 나온다고 말한다. 반면 비행기 여행은 1km당 285g이 나온다.

이는 기차에는 150명의 승객이, 비행기에는 88명이 타고 있다는 전제로 나온 계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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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캡션 전문가는 한 사람이 기차로 이동할 때마다 km당 C02를 14g, 비행기로 이동하면 285g 배출한다고 추정했다

동참하는 유명인사들

플뤼그스캄에 가장 열성적인 인사는 비행기를 거부하고 기차를 타고 대회에 참가하는 것으로 유명했던 동계올림픽 바이애슬론 금메달리스트 뵈른 페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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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캡션 올림픽 챔피언 뵈른 페리는 '플뤼그스캄' 개척자다

스웨덴의 정상급 오페라 가수 중 하나인 말레나 에른만도 이 운동을 확산시키는 데 기여했다. 에른만은 업무에 영향을 주더라도, 더이상 비행기를 타지 않겠다고 대중 앞에 선언했다.

스웨덴의 여러 다른 유명명사들도 플뤼그스캄에 가세했다. 하지만 에른만의 딸이자 10대 환경운동가인 그레타 툰베리 때문에 이 운동이 세계적으로 유명세를 타게 됐다. 툰베리는 유럽의 여러 행사에 참석하면서 모든 여정을 기차로 소화했다. 행사 주간에만 1000여 대의 항공기가 스위스 다보스의 스키리조트를 오간다는 세계 경제 포럼 참석도 마찬가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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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캡션 기후변화 운동 '스쿨 스트라이크'를 주도한 그레타 툰베리는 유럽 투어 동안 비행기를 이용하지 않았다

사실 얼마나 많은 이들이 플뤼그스캄에 참여하는지는 알 수 없다.

다만 비행기 여행에 대한 대안을 소개하는 페이스북 페이지 탁세메스테(Tagsemester, 스웨덴 기차를 이용한 휴가)의 팔로워가 9만여 명에 달한다.

비행기를 이용하는 유명인사들을 언급해 부끄럽게 만드는 인스타그램 페이지 역시 6만여 명의 팔로워를 거느리고 있다. 그리고 "#jagstannarpåmarken(육상에 머물러라)"라는 해시태그는 스웨덴의 소셜 미디어 계정에서 자주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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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캡션 스웨덴에서 항공 여행은 윤리적 딜레마가 됐다

분명 비행기 승객 숫자는 줄어들었다. 반면 기차 운행 사업을 담당하는 SJ 측은 지난해 기차 여행객 숫자가 2017년에 비해 150만 명 정도 늘어났다고 집계했다.

분석가들은 작년 여름 스웨덴을 강타한 무더위가 비행기 여행 감소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고 있다. 너무나 더운 날씨로 사람들이 기후 변화의 심각성을 깨닫게 됐다는 것이다.

스톡홀름의 작년 7월은 기상 관측 역사상 1756년 이후 가장 더운 달이었다. 다른 지역에서는 혹서기에 산불이 발생해 북극권까지 번지기도 했다.

항공 업계의 반응

항공 업계는 플뤼그스캄에 근심하고 있다. 이달 초 서울에서 열린 국제 항공운송협회(IATA) 총회에서도 플뤼그스캄은 중요 의제였다.

로이터 보도에 따르면, IATA 알렉산드르 드 주니악 사무총장은 150개 항공사 임원들 앞에서 "우리가 대응하지 않는다면, 이 분위기가 확산될 것"이라고 말했다.

상업용 항공기로 발생하는 지구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전체의 2.5% 정도로 추산된다. 하지만 공항이 늘어나고 저가 항공이 성장하고 있어, 이 수치는 더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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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캡션 알렉산드르 드 주니악 사무총장은 150개 항공사 임원들 앞에서 "우리가 대응하지 않는다면, 이 분위기가 확산될 것"이라고 말했다.

항공 업계에선 "항공 산업은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려고 노력하는 한편 전 지구적인 차원으로 큰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맞서고 있다.

드 주니악 사무총장은 총회에서 이러한 이니셔티브를 발표한 뒤 기자회견에서 "항공 산업에 환경을 오염시킨다는 오명을 씌우지 말아달라"고 말했다.

"우리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하고 있습니다."

너무 고, 너무 늦은 대응이다?

항공 산업에 종사하는 기업들은 보다 친환경적인 엔진을 개발하는 한편, 배출량을 2050년까지 과거 2002년 수준으로 줄이겠다고 약속했다.

대체 연료를 사용하는 한편 직항로 운항을 늘리는 방법을 동원하겠다는 것이다.

이보다 더 빠르고 더 광범위한 변화가 필요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미 다른 유럽 국가에서도 비행기 여행에 대한 반감이 불거져 나와, 핀란드(lentohapea)와 독일(flugscham), 네덜란드(vliegschaamte) 모두 "비행기 여행의 부끄러움"이라는 용어를 가진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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