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방북: 미국, '중국 역할에 따라 제재 강화할 수 있다는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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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 특별대표가 현지시간 19일 비핵화 협상에 대한 유연한 접근을 언급하며 북한과의 대화 의지를 밝혔다.

북한과의 협상을 향한 문이 활짝 열려 있으며 대화 재개를 위한 조건을 따로 설정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비건 대표는 강조했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같은 날 미 재무부는 북한의 제재 회피를 도운 혐의로 러시아의 금융회사를 제재한다고 밝혔다.

미 재무부가 제재 대상으로 발표한 러시아 금융회사는 '러시안 파이낸셜 소사이어티'로 북한 조선무역은행과 연계된 중국 내 회사에 은행계좌를 열어줘 국제금융시스템에 접근할 수 있게 해준 혐의를 받고 있다.

미 재무부가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의 평양행에 맞춰 대북제재의 칼을 빼든 셈이다.

한국 외교부 고위 관료를 지낸 한 인사는 BBC 코리아에 트럼프 정부의 이같은 서로 다른 행보가 상충하는 것이 아니라고 말했다.

북한을 대화로 나오게 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 제재인 만큼 대화와 제재를 동시에 강조함으로써 효과적이고도 유효한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는 설명이다.

더불어 시진핑 주석의 방북 시점이 미국 입장에서는 민감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직 외교부 관료는 지적했다.

"미중 무역 전쟁이 한참 고조되어 있고 G20을 앞두고 오사카에서 미중이 만나야 되는데 시점이 조금 민감하네요. 시진핑이 북한에 가서 여러 북중 관계를 지정학적 측면에서 강화한다는 것은 결국은 북한에 대한 경제지원을 통한 것 밖에 없는 것 아니에요? 그래서 아마 미국도 두 가지 메시지를 동시에 줌으로써 시진핑 주석으로 하여금 북한의 비핵화의 문제에 있어서 협조하라는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 아닌가 싶어요."

이 인사는 특히 시진핑 주석이 평양에 가면서 지나치게 북중 우호 관계를 강조했다는 점에 주목했다.

북한에 대한 비핵화 보다 북중 관계 강화에 초점이 맞춰진다면 비핵화에 대한 국제 공제 체제에 금이 갈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시진핑이 북한에 가면서 심지어는 6.25 전쟁, 항미 원조 전쟁까지 끄집어내서 과거 냉전 체제의 인식을 드러내는 것이 중국이 북중 우호관계를 비핵화보다 더 우선하겠다는 의미로 오해될 소지도 있거든요. 북한에 핵이 있는 한 동북아시아에서 평화정착이라는 것은 사실상 어려운 거 아니겠어요?"

"그런 의미에서는 시진핑 주석이 이번에 김정은으로 하여금 핵을 포기하고 동북아시아 평화 질서 속에서 협조해야 한다는 강한 메시지를 전달해줄 것을 기대하는데 거꾸로 북중 우호관계를 강조하는 바람에 비핵화 국제공조 체제에 금이 가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미국에 있는 것 같아요. 미국으로서도 그런 메시지를 낼 수 밖에 없죠."

이와 관련해 아산정책연구원 신범철 통일안보센터장은 시진핑 주석이 최근 북한 노동신문에 기고한 글에 이미 많은 의미가 함축되어 있다고 말했다.

미국 측의 대화-제재 동시 발신은 결국 그에 대한 대응 차원이라는 분석이다.

"시진핑 주석이 노동신문에 기고한 내용을 보면 김정은 위원장의 새로운 전략 노선을 지지한다고 해서 대화해라고 했어요. 그건 미국에 긍정적 메시지죠. 그러나 북한의 합리적 관심사를 해결해라고도 했거든요. 이것은 북한이 이야기하는 체제보장, 위협 해소, 단계적 비핵화, 제재 완화 등을 지지하는 의미예요. 미국도 거기에 대한 맞대응을 한 거죠. 중국이 긍정적 역할을 하면 유연한 쪽으로 나가겠지만 부정적 역할을 한다면 제재 강화하면서 압박으로 갈 수 있다는 거죠."

신범철 센터장은 아울러 시 주석의 방북 시기를 볼 때 중국이 사실상 북한 카드로 미국에 맞선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미국 입장에서는 내부적으로 견제 심리가 작동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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