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물 쓰레기: 동물 사체, 생리대 나오는 음식물 쓰레기... '음쓰'의 여정을 따라가다

(캡션) 서울 관악구 음식물쓰레기 중간 집하장 Image copyright 뉴스1
이미지 캡션 서울 관악구 음식물쓰레기 중간 집하장

"배출하신 양은 1.15kg입니다. 149원이 결제되었습니다."

서울에 사는 영어 교사 A(38) 씨가 최근 음식물 쓰레기를 아파트 단지 안 종량기에 버렸다.

지난 주말 가족들과 수박을 먹어서 평소보다 약간 더 많은 음식물 쓰레기를 배출했다고 두 아이를 키우는 A 씨는 BBC 코리아에 설명했다.

"평소에는 (하루 기준) 1kg 전후의 음식물 쓰레기가 나와요"라며 "항상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는 것을 염두에 두고 장을 보고 요리를 해요"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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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캡션 한국인이 음식물 쓰레기를 분리 배출하기 시작한 건 1995년, 종량제가 도입된 건 2013년이다

'상다리 부러질 듯한 한 상차림'과 반찬 가짓수가 많은 '백반 문화'에 익숙한 한국인이 하루 배출하는 음식물 쓰레기는 약 1만5000톤에 달한다.

한 사람 기준으로 계산하면 약 300g이다. 한 사람이 하루에 버리는 폐기물 총량이 1kg이 조금 안 되는 걸 감안하면 이 중 3분의 1이 음식물 쓰레기라는 말이다. (환경부 지난해 발표 기준)

1990년대 후반, 한국에선 음식물 쓰레기를 많이 배출하다 보니 이를 '쓰레기'가 아니라 '자원'으로 보자는 움직임이 시작됐다. 이런 노력 끝에 현재 한국은 음식물 쓰레기의 90%에 달하는 양을 사료 혹은 퇴비 등으로 재활용하고 있다.

쉽게 말해 한국인은 매일 평균 고기 반 근 정도의 음식물 쓰레기를 배출한다. 이중 상당량이 자신이 섭취하는 고기, 채소, 과일류를 통해 직간접적으로 돌아오고 있는 것이다. 일종의 '음쓰'의 업보다.

BBC 코리아는 음식물 쓰레기의 여정을 직접 따라가 음식물 쓰레기 처리 과정을 알아보고, 처리 과정에서 풀어야 할 숙제를 정리했다.

푸짐해야 한다?

"제가 생각하는 장사는 약간 푸짐하게 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최대한 (손님에게) 든든하게 주려고 합니다."

마포구의 한 중식당 사장 A씨는 BBC 코리아에 이같이 말했다.

"대부분 남성분들은 다 드시는데, 여성 분은 남기는 편이에요.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해요. 그렇다고 차별해서 줄 수도 없고. 넉넉하게 주려고 하지 적게 주려고 하지는 않아요."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려는 노력은 한다고 A씨는 덧붙였다. "손님이 남기는 건 어쩔 수 없지만, 양파 껍질로 육수를 낸다든지 재료를 최대한 활용하려고 해요."

식당에서 하루에 8kg 전후의 음식물 쓰레기를 배출한다고 A씨는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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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캡션 자원순환사회연대 김미화 이사장은 반찬 문화를 바꿔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약 30년째 쓰레기 줄이기 운동을 해 온 자원순환사회연대 김미화 이사장의 입장은 다르다. 그는 이러한 반찬 문화를 바꿔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한국은 일품요리를 시켜도 반찬이 여러 가지 나와요. 비빔밥을 시켜도 5가지 이상 반찬이 나오기도 하죠. 음식물 쓰레기를 자원으로 보고 활용하는 것도 좋지만 감량이 우선입니다"라고 BBC 코리아와의 인터뷰에서 강조했다.

김 이사장은 음식물 쓰레기 재활용률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편에 드는 이유도 한국의 음식 문화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사료가 되고, 비료가 되어

이렇게 가정, 음식점 등에서 배출된 음식물 쓰레기의 다음 목적지는 '처리장'이다.

재활용하기 위한 처리 시설은 전국에 약 370여 곳. 이곳에서 사료가 되고(39%), 퇴비가 되고(26%), 일부는 바이오가스(9%)로 새로 재탄생한다.

물론 일부 음식물 쓰레기의 '생명'은 여기서 끝나기도 한다. 분리 배출된 음식물 쓰레기의 약 3%는 소각되거나, 혹은 매립장으로 향한다.

최근 논란이 된 것은 음식물 쓰레기로 사료를 만든는, 즉 '잔반 사육'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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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캡션 동물단체는 '개, 돼지에게 동족을 먹이는 잔인한 농식품부와 환경부는 음식물 쓰레기 동물 급여를 전면 금지하라'며 시위를 진행했다

지난 5월 환경부는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의 주된 원인으로 꼽힌 '잔반 사육'를 금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입법을 예고한 바 있다.

ASF 바이러스는 70도에서 30분간 가열하면 사라지지만 일부 영세 농가에서는 이런 원칙대로 사료를 만들기 어렵다는 점을 고려해서다.

하지만 6월 초 동물단체들은 질병 확산의 이유 이외에도 '동족의 고기 잔류물'을 해당 짐승에게 먹여서는 안 된다는 윤리적 이유에서 시위를 벌였다.

"개, 돼지에게 동족을 먹이는 잔인한 농식품부와 환경부는 음식물 쓰레기 동물 급여를 전면 금지하라"고 '동물해방물결'은 주장했다.

동물 사체, 생리대, 포크

최근 BBC 코리아는 '다시 태어나는' 음식물을 눈으로 직접 보기 위해 의정부에 위치한 음식물 쓰레기 처리장을 방문했다.

2011년에 문을 연 이곳은 비료를 전문으로 만드는 곳이다. 음식물 쓰레기로 비료를 만들 때 분뇨를 섞는 경우도 있지만 이곳은 거의 100% 음식물 쓰레기로 비료를 만든다.

이미지 캡션 의정부환경자원센터의 음식물 퇴비화 시설. 조창호 소장에게 설명을 듣고 있다

이 시설은 의정부시의 가정과 식당에서 하루에 120톤 정도의 음식물 쓰레기를 받는다. 비교적 깨끗하게 관리되고 있었지만, 어쩔 수 없이 냄새가 조금 날 수밖에 없다.

조창호 소장은 여전히 이물질이 많이 섞여온다고 말했다.

"가장 많은 게 비닐이에요. 나무젓가락, 철 조각, 깨진 병도 가끔 섞여 있고요. 예전에는 동물 사체, 여성 위생용품, 포크도 나온 적이 있어요."

이미지 캡션 의정부환경자원센터에는 아이들을 대상으로 교육도 한다

36일 간은 퇴비화 과정 중 건조과정에서 톱밥을 소량 섞는다. 퇴비화 과정은 선별, 탈수, 건조, 발효 등을 거친다.

이물질 선별만큼 중요한 것이 탈수와 건조다. 국물 위주의 한국인 식단 특성상 음식물 쓰레기는 처음에 함수율이 98%다.

탈수와 건조 과정을 통해 함수율을 60%로 낮춘다. 결과적으로 120톤 정도의 음식물 쓰레기는 10톤 정도의 퇴비가 된다.

선입견, 어쩔 수 없어

이곳에서 만들어진 퇴비는 농가에 무료로 배포된다. '음식물 퇴비'는 '가축 분뇨 퇴비'와 다르게 판매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물질을 선별해 내지만 그래도 2~3%로는 비닐 조각이 섞여 있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물질보다는 '음쓰 퇴비'를 향한 편견이 더 큰 장애물이다.

"가축 분뇨 퇴비는 몇백 년 전부터 사용해서 아무 거리낌 없이 받아들이지만 음식물 퇴비는 생긴지 불과 25여 년밖에 안 됐어요. 그러다 보니까 선입견이 심해요.

하지만 농림부에서 규정하는 규격을 보면 가축 분뇨 퇴비와 음식물 퇴비의 품질은 같아요. 품질은 자신합니다."

이미지 캡션 36일 끝에 만들어진 퇴비는 녹색 컨테이너에 담긴다

실제로 전국 대다수 농가에서 이런 시설에서 만든 '음식물 퇴비'를 쓰는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그냥 자신이 직접 만든다는 농부도 여럿 만날 수 있었다.

텃밭보급소 이복자 대표는 BBC 코리아에 자신이 직접 음식물 쓰레기를 퇴비로 만들어 토양에 뿌린다고 말했다.

"제 주위 (농부들은) 시설에서 음식물로 만든 퇴비를 많이 쓰는 것을 보지 못했어요. 저는 음식물 쓰레기와 짚, 완겨, 낙엽, 톱밥 등을 섞어서 제가 직접 만들어요."

이미지 캡션 퇴비는 무료로 농가에 배포된다

감량이 우선이다

환경부와 의정부시는 이렇게 만든 퇴비를 다 소진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김미화 이사장은 BBC 코리아에 한국에서 음식물 쓰레기로 만들어진 퇴비와 사료는 재고가 남아 갈 곳이 없다고 주장한다.

"돈을 들여 열심히 퇴비, 사료 만들지만 퇴비의 경우 사용하는 계절도 국한되어 있고 해서 결국 남는다는 거죠. 음식물 쓰레기 자체가 너무 많이 발생해서 아무리 잘 만들어도 남습니다.

자원화도 좋지만 감량이 우선돼야 합니다. 특히 음식물 쓰레기를 짜고 나서 나오는 음식물쓰레기 폐수는 큰 비용을 주고 처리해야 해요. 음식물 쓰레기를 50% 줄이지 않으면 위기가 올 것입니다."

성지원 환경부 폐자원에너지과장도 감량이 우선이라는 데 동의했다. "환경부 입장 역시 자원화가 우선인 적은 없었습니다. 감량이 우선입니다."

음식물 쓰레기 관련 주요 변화

  • 1990년대 중반: 음식물 쓰레기 매립장 근처 주민 음식물 쓰레기 반입 반대 대규모 운동
  • 1996년: 음식물 쓰레기 직매립 금지법 발의
  • 2005년: 음식물 쓰레기 직매립 금지법 시행
  • 2013년: 음식물 쓰레기 월정액에서 종량제로 전면 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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