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을 위한 행진곡’이 홍콩에서 ‘우산 행진곡’이 된 이유는?
사용 기기에서 미디어 재생이 지원되지 않습니다

홍콩 시위: '임을 위한 행진곡'이 홍콩에서 ‘우산 행진곡’이 된 이유는?

지난 14일 밤 홍콩에서 열린 '범죄인 중국 인도 조례'(송환법)에 반대하는 홍콩 어머니 집회에서 익숙한 멜로디가 흘러나왔다.

한 시위 참가자가 한국 민주화 과정에서 끊임없이 불린 '임을 위한 행진곡'을 광둥어와 한국어로 부르며 현장에서 호응을 이끌어낸 것.

노래를 부른 사람은 홍콩 사회운동가이자 가수인 검검(Gum Gum) 씨다. 이 노래에 광둥어로 새로 가사를 붙인 장본인이기도 하다.

"사람들에게 힘을 주고 싶어서" 이 노래를 선택했다는 검검 씨는 이 노래를 1988~89년 사이에 처음 접했다고 했다.

"처음 이 노래를 듣고 멜로디가 매우 아름답고, 힘이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미 대만과 홍콩에 각각 번역된 버전이 있었지만, 언젠가 직접 가사를 붙이고 싶다고 늘 생각하고 있었지요."

원래 '임을 위한 행진곡 원곡'은 5.18민주화운동 2주기를 기념해 1981년 세상에 처음 나왔다.

문화계 인사 100여 명이 민주화 운동 당시 사망한 윤상원 씨와 함께 노동운동을 하다 사망한 박기순 씨의 영혼결혼식을 주제로 한 뮤지컬을 만들었는데, 이 노래는 가장 마지막 단원에 삽입된 노래였다.

원곡을 쓴 작곡가 김종률 씨에 설명에 따르면, 민주주의 열망이 뜨거웠던 1980년대 후반 아시아 사회 노동 단체를 통해 이 노래가 퍼졌다고 한다.

김 씨는 "이 노래에 담긴 민주주의와 인권을 열망하는 마음 때문에 이 노래가 퍼지고, 홍콩을 비롯한 여러 나라에서 공감을 해주시는 분들이 있는 것 같다"고 평했다.

광둥어판 제목이 '우산행진곡'인 이유

이번에 화제를 모은 홍콩판 '임을 위한 행진곡' 같은 경우 지난 2014년 홍콩 민주화 운동인 '우산 혁명'을 기리기 위해 쓰였다.

광둥어 제목이 '우산행진곡'인 이유다.

당시 대규모 시위대는 홍콩 도심에서 79일간 행정장관 직선제를 외쳤지만 강제해산됐다.

홍콩에서 행정을 총괄하는 수반인 행정장관은 시민이 아닌 선거인단이 선출한다. 그러나 선거인단 대부분이 친중 세력이기 때문에 시민들은 '직선제'를 요구했다.

당시 시위는 강제 해산됐고, 이후 시위에 참여했던 일부 학생들은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검검 씨는 광둥어 버전 '임을 위한 행진곡'을 그때 썼다고 했다.

"징역형을 선고받은 사람 중에는 제 친구도 있었고, 학교 후배들도 있었어요. 정말 화가 났고 분노했어요.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일은 그 노래에 가사를 붙이는 것이었어요."

Image copyright Getty Images
이미지 캡션 2014년 홍콩 우산혁명. 시위대가 경찰의 최루액을 막으려고 우산을 들고 시위에 나서 '우산 혁명'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우산 혁명은 미완으로 끝났지만 이때 생겨난 사회적 분위기가 있었기에 이번 홍콩 시위가 가능했다고 보는 시선도 많다.

같은 시기 '택시 운전사', '변호인', '1987' 등 한국의 민주주의를 소재로 한 영화도 홍콩에서 인기를 끌었다.

검검 씨는 자신이 부른 노래가 홍콩 시위에 큰 영향을 준 것은 아니지만, 당시 받았던 큰 환호가 매우 인상적이었다고 전했다.

"이 노래 덕분에 홍콩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게 된 한국인들이 많이 있다고 해요. 마음과 정신이 연결돼 있다고 느꼈지요. 민주주의와 자유를 위한 싸움에서 국적, 인종, 문화에서 오는 차이는 없으니까요"

홍콩 시위 분수령 될 '홍콩 주권 반환일'

홍콩 시위 화력이 거세지자 홍콩 캐리 람 행정 장관은 범죄인 송환법 추진을 무한 연기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하지만 시위대는 법안이 '철폐'될 때까지 시위를 이어나가겠다고 선언했다. 이런 가운데 홍콩 시민들은 오는 7월 1일 '대규모 시위'를 예고했다.

이날은 홍콩이 중국에 반환된 '홍콩 주권 반환일'이기 때문에 앞으로 '송환법'의 행보를 가르는 시위가 될 것으로 보인다.

기획 및 인터뷰: 김효정, 오규욱, Fan Wang

촬영 및 편집: 최정민

관련 토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