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시위: 채팅 앱은 어떻게 홍콩 시위 문화를 이끌고 있을까

홍콩 시위 참가자들은 디지털 발자취를 남기지 않기 위해 여러 노력을 하고 있다 Image copyright Getty Images
이미지 캡션 홍콩 시위 참가자들은 디지털 발자취를 남기지 않기 위해 여러 노력을 하고 있다

홍콩 시위가 거리에서 한창일 때, 한 건물의 작은 방에서 토니(가명)는 비밀 채팅 애플리케이션인 텔레그램과 온라인 게시판을 모니터링했다.

홍콩 시위 관계자들은 토니와 같은 자원봉사자들이 수백 개의 텔레그램 단톡방을 운영하며 홍콩 시위를 시민 불복종 운동으로 이끌어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주최 측 통계에 따르면, 최근 몇 주간 홍콩 시민 200만 명이 '송환법 반대'를 외치며 시위에 참여했다.

홍콩에서 '범죄인 인도 조례' 철회를 주장하는 대규모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7월 1일, 영국에서 중국으로 홍콩의 주권이 반환된 것을 기념하는 이날에는 또 다른 대규모 시위가 예정돼 있다.

실시간 투표

시위 날짜는 암호화된 채팅 앱에서 무기명 투표로 정해진다.

사용자가 홍콩 인구의 1%인 70만명이 넘는 그룹들도 있다. 시위 상황을 실시간으로 보도하고, 경찰이 등장한 위치를 공유하는 등 집회 참가자들의 신변 보호와 안전을 위한 도구로 쓰이고 있다.

변호사와 응급 처치 요원 등이 운용하는 전문적인 법률 지식이나 의료 조언을 제공하는 그룹도 있다.

이미지 캡션 시위 날짜는 암호화된 채팅 앱에서 무기명 투표로 정해진다

집회 참가자들은 대규모 집회가 온라인에서 기획되고 운영되기 때문에 정보가 빠르게 전달되며, 운영 결정에서도 실시간으로 참여할 수 있다고 말한다.

"결정의 선택지가 너무 많으면 안 된다. 이분법적 투표일 때, 가능한 시스템이다"라고 토니가 설명했다.

6월 21일 저녁, 4000명이 넘는 시위 참가자들이 집회를 정리할지 홍콩 경찰 본부 앞에서 시위를 이어갈지 투표했다. 이 중 39%만 시위를 이어가자고 찬성했지만, 그 이후에도 6시간 동안 경찰 본부는 집회 참가자들로 포위당했다.

공공장소에서는 아이폰이나 아이패드로 파일을 실시간 공유할 수 있는 에어드롭을 통해 배너와 포스터가 공유됐다.

사용 기기에서 미디어 재생이 지원되지 않습니다
임을 위한 행진곡’이 홍콩에서 ‘우산 행진곡’이 된 이유는?

지난주에는 익명의 활동가들이 크라우드 펀딩 페이지를 통해 50만 달러에 달하는 기부금을 모금했다.

이번 홍콩 시위에는 뚜렷한 지도자가 없지만, 디지털 기술이 시위를 이끌어 갈 수 있게 도와주고 있다고 집회자들은 말했다.

밝힐 수 없는 신분

홍콩 침례교 대학교 에드먼드 청 교수는 "정부 당국을 향한 불신이 이 같은 문화를 만들어냈다"라며, 2014년 민주화 운동이었던 "우산 혁명을 이끌었던 많은 지도자가 기소되거나 감금됐다"라고 말했다.

4월, 우산 혁명을 이끌었던 리더 9명이 '공적 불법 방해' 유죄 판결을 받았다.

토니는 "조직적으로 운영된 운동이나 시위에 참여한다면 여러 혐의로 고소당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Image copyright EPA / getty images
이미지 캡션 많은 사람이 여러 계정을 돌려가며 앱을 사용한다

홍콩 시위 참가자들은 디지털 발자취를 남기지 않기 위해 여러 노력을 하고 있다.

시위에 참여해 온 25살 조니는 "시위 기간 때는 현금만 쓴다. ATM 기기도 웬만하면 쓰지 않는다"라고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새로운 시위에 참여할 때마다 휴대전화의 SIM 카드를 갈아 끼운다.

한 온라인 페이지 운영자는 많은 사람이 여러 계정을 돌려가며 사용한다고 귀띔했다.

그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핸드폰 3~4대, 아이패드, 데스크탑, 노트북까지 여러 기기를 사용해 활동한다. 한사람이 5~6개의 계정을 관리할 수 있다. 누가 해당 페이지를 관리하는지 알 수 없이 여러 사람이 돌아가며 계정을 사용한다"라고 설명했다.

보안

토니는 무기명 투표로 집회 관련 결정을 내리는 것이 시위 참여자들이 기소당하는 것을 예방할 수 있다고 말한다. 비밀 게시판이나 쳇방을 운영하는 사람들은 특정 정당과 무관하며 멤버들이 어떤 게시물을 올리는지 관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는 "정부가 시위에 참여하는 모든 사람을 체포할 수는 없다"라면서 "그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영향력 있는 개인이나 여론 주도자들은 쉽게 가려낼 수 있고, 다른 참가자들에게 경고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라고 덧붙였다.

지난달 12일, 텔레그램의 운영자가 입법회 종합 건물을 장악하기 위해 음모론을 퍼뜨렸다는 혐의로 체포됐다.

시위 참가자 변호를 맡은 홍콩 변호사 본드 늬는 "정부는 집회 참가자들이 온라인상에서 얼마나 조심하고 숨어 활동해도, 그들을 찾아내 집에서 체포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 한다"라고 말했다.

관련 토픽

관련 기사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