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수출규제: 한일관계 경색... '시간 끌수록 한국에 불리, 북한 비핵화에도 부정적'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G20에서 만난 한일 정상 Image copyright Getty Images
이미지 캡션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G20에서 만난 한일 정상

문재인 대통령은 8일 한국을 상대로 한 수출 규제와 관련해 "정치적 목적" 철회와 "성의있는 협의"를 일본에 촉구했다.

일본 정부는 지난 4일 일본 반도체 소재 3개 품목의 한국 수출 제재를 단행하며 '한국과의 신뢰관계', '수출 관리를 둘러싼 부적절한 사안 발생' 등을 이유로 들었다.

한국은 한국 법원의 강제노역 배상 판결에 대한 일본의 보복 조치라고 보지만, 일본은 정확히 '수출 관리를 둘러싼 부적절한 사안'이 무엇인지 함구했다.

이런 가운데 일본의 아베 신조 총리는 7일 관련 내용을 언급하며 "한국이 대북제재를 제대로 지키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강제노역 문제에 대해 한국이 국제적인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는 게 명확해졌다며, 무역 관리도 지키지 않을 것이라는 의심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는 '백색 국가'에게는 군사적 목적이 있는 품목에 대해 허가 신청을 면제해주고 있다. 일본은 8월 중 법 규정을 고쳐 백색 국가에서 한국을 제외할 심산인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수출 규제 강화 대상 품목을 확대하는 방안과 함께 관세 인상, 송금 규제, 한국인 비자 발급 제한 등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한국 외교부 산하 국립외교원 최은미 교수는 참의원 선거를 앞둔 아베 총리의 국내정치적 노림수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일본 참의원 선거가 다가오고 하니, 사실 한일관계를 건드린다고 해서 아베 총리의 지지율을 높인다거나 영향력이 크진 않아요. 하지만 북한 문제를 건드렸다는 것은 좀 다르죠. 단순히 한일 간 측면뿐 아니라 과거 선거 때마다 북한으로부터의 위협을 건드리면서 국내적으로 지지를 얻고 하는 부분이 있었기 때문에 또다시 강조한 게 아닌가 생각됩니다."

최 교수는 이러한 일본의 행동이 아베 총리가 원하는 '조건 없는 북일정상회담' 등 북일 관계 개선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으리라고 덧붙였다.

한동대학교 박원곤 교수는 아베 총리가 반도체 핵심부품 수출 제한을 내걸면서 내세운 명분이 바로 '안보'라는 점에 주목했다.

이같은 일본의 행동이 국제규범에 어긋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일본이 한국의 전반적인 안보를 믿을 만하지 못하기 때문에 우대국 대우에서 제한한다는 거잖아요. 아베 총리 입장에서 매우 중요한 점은 WTO에 있는 예외규정이에요. 그래서 아베 총리는 국제사회 규범에 어긋나지 않다는 것을 강조하는 거예요. 오히려 한국이 대북제재의 국제적인 규범과 원칙에 벗어나고 있는 신뢰할 수 없는 행위를 하기 때문에 일본은 그런 조치를 할 수밖에 없다, 그런 명분을 이야기하는 거죠. 아베 총리는 그 이야기를 계속할 겁니다."

박원곤 교수는 한일관계 경색이 북한 비핵화 전망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거라며 국제공조에 균열이 생기는 만큼 한국 정부의 어려움도 가중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미일 간에 공통된 목소리를 내서 대북제재를 유지하고 계속 이끌어 가야 하는데 지금 현상적으로 보이는 것은 북한이 중국, 러시아와 협력 체제를 구축한 상태죠. 근데 아베 총리가 한국의 제재에 대해서도 믿을 수 없다고 한다면 기본적으로 한미일을 비롯한 국제사회 공조에 균열이 가는 거죠."

박 교수는 민족주의를 동원해 시간을 끌면 끌수록 외교적 측면에서 한국이 불리할 수밖에 없다며 하루빨리 문제의 시발점인 '강제징용' 문제를 꺼내 들어 일본과의 타협점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주일대사를 지낸 한 인사는 "한일 간 오랜 기간 쌓여온 앙금이 하루아침에 풀릴 수는 없을 것"이라며 이번 사태의 장기화를 전망했다.

"쉽게 풀리진 않겠죠. 오래 쌓였으니까. 이번 정부 시작부터 쌓였고 그 이전 박근혜 정부 때에도 한동안 한일 관계가 나빴다가 간신히 봉합됐는데 한일 간 위안부 합의에 따라 설립된 화해-치유재단도 문재인 정부 들어 해산해 버렸고 징용문제, 배상 문제 등 오랫동안 나쁜 관계가 쌓여왔잖아요."

한편, 문재인 한국 대통령은 8일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일본의 조치 철회를 촉구하며, "무역은 공동번영의 도구여야 한다는 국제사회의 믿음과 일본이 늘 주창해온 자유무역의 원칙으로 되돌아가기를 바란다"며 "한국 기업의 피해 최소화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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