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뷰티 유튜버의 항암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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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티 유튜버: '항암일기' 유튜브 채널 운영하는 이새벽

이새벽 씨는 60만 명이 넘는 채널 구독자를 보유한 뷰티 유튜버다.

"안녕하세요. 뷰티유튜버 이새벽입니다."

올해 2월, 이새벽 씨는 혈액암의 일종인 림프종 진단을 받았지만 밝고 씩씩한 모습을 잃지 않은 채 자신의 항암 치료 과정을 공유해 오고 있다. BBC가 그의 진솔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이미지 캡션 뷰티 유튜버 이새벽씨는 29살의 나이에 혈액암의 일종인 림프종 진단을 받았다

처음 암 진단을 받게 되기까지

"처음에는 기침이 너무 많이 나와서 폐렴인가 싶었어요. 제가 기침을 세게 해서 뼈에 금이 갔나 싶어 정형외과에 가서 엑스레이를 찍었거든요. 그런데 의사선생님이 빨리 큰 병원으로 가보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때가 설날 즈음이어서 연휴가 끝나고 큰 병원에 갔는데 긴 검사 끝에 림프종이라고 하셨어요."

젊은 나이에 암 진단을 받았음에도 그는 처음 소식을 들었을 때 생각보다 담담하게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건강에 문제가 있으면 치료해서 나으면 된다는 생각에서였다.

"처음 암이라고 말씀하셨을 때, '그럼 치료하면 되지' 하는 생각이었어요. 오히려 주변 사람들이 힘들어하고 저는 그냥 수술하면 되겠지, 항암 치료해서 없애면 되겠지 하는 생각이었어요. 그런데 항암치료를 시작하면 지금까지 해오던 일들을 아무것도 못 하게 된다고 하니 그때부터 실감이 나기 시작했어요."

"저는 제 일을 정말 좋아하거든요. 제 일상에 대한 만족도가 엄청 높은 사람이었어요. 제가 림프종이라고 해서 말을 못하는 것도 아니고 활동을 아예 못하는 것도 아니니까 할 수 있는 선에서는 제가 해오던 대로 하고 싶더라고요. 그냥 모두가 다 정상적으로 흘러가길 바랐어요. 아프다는 것 때문에 그만두고 싶지 않았어요."

Image copyright 이새벽 유튜브
이미지 캡션 항암 치료에서 가장 두려웠던 순간은 탈모였다

가장 두려웠던 순간, '탈모'

항암 치료에서 가장 무서웠던 건 '탈모'였다. 아침에 눈을 뜰 때마다 머리카락이 빠져있는 것을 보는 것이 두려워 침대 시트 색까지 바꿨다. 그는 결국 머리를 완전히 밀어버리는 게 좋겠다고 결심했다.

"치료하면서 제일 무서웠던 게 머리 빠지는 거였거든요. 완전 절망적이었어요. 매일 아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일어나면 머리카락이 막 빠져있는 게 무섭더라고요. 그래서 그냥 깔끔하게 미는 게 차라리 낫겠다 싶었어요. 빠진 머리카락을 보는 게 더 스트레스가 컸으니까요."

"당시 일기장에 제가 쓴 게 있는데요. 어차피 다시 자라나는 머리카락인데 너무 연연하지 말자고 써놨더라고요. 평생 자라는 머리카락인데 하면서 그냥 깎았어요."

시간이 지나면서 항암 치료로 인한 탈모에 대해서도 긍정적으로 생각하기 시작했다. 평생 다시 오지 않을 시간이라 생각하면서 소중하게 보내기로 한 것이다.

"'이때 아니면 또 언제 삭발을 해보겠어?' 이런 생각이었죠. 그리고 가발 쓰면 생각보다 재밌어요. 긴 머리도 해보고 짧은 머리도 해보고 염색도 마음대로 할 수 있잖아요."

Image copyright AP
이미지 캡션 그는 '뷰티 유튜버'로서의 자신을 잃지 않기 위해 스튜디오에 다시 들어섰다

뷰티유튜버로서의 '나'를 찾아서

새벽 씨는 최근 한 스튜디오에서 머리를 완전히 민 지금의 모습 그대로 뷰티 촬영을 진행했다. 그리고 그 영상을 유튜브에 올렸다. 사람들로부터 큰 응원을 받았다. '뷰티 유튜버'로서의 존재감을 좀 더 보여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항암 치료 공개를 통해 사람들이 저를 많이 알게 되면서 제가 항암 유튜버처럼 비춰질까 봐 걱정됐어요. 저라는 존재 자체가 '아픈 사람'이 아니잖아요. 그러다 보니 제가 그동안 뷰티 유튜버로 쌓아왔던 게 다 사라지는 기분이 들었어요. 그래서 '나는 이런 사람이다' 하는 존재감 같은 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다시 찾은 '행복'의 의미

새벽 씨는 암을 치료하는 과정에서 삶에 대한 태도가 완전히 변했다고 말한다. 가족과 주변 친구들, 일상 속 작은 행복의 소중함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됐다. '공감이 최고의 위로'라는 그는 어디선가 병마와 싸우고 있을 사람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통해 희망을 얻게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제가 원래 욕심이 많았어요. 일도 열심히 하고 싶고 돈도 많이 벌고 싶고 좋은 것도 하고 싶었죠. 하지만 병을 앓고 보니까 그냥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이랑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정말 행복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상황에 지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저는 스스로 이렇게 마인드 컨트롤 하는 게 정말 도움이 많이 됐거든요. 암한테 더 센 척하듯이, 당당하게 행동했으면 좋겠어요. 마냥 걱정하는 것보다 오히려 더 강하게 나가는 게 그 병을 이길 수 있는 방법인 것 같아요."

기획 및 취재 : 이윤녕

촬영 : 양준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