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수출 규제: WTO '한일 외교전'... 앞으로 어떤 시나리오가 있나

(캡션) WTO 일반이사회 참석차 출국하는 김승호 실장(왼쪽) Image copyright 뉴스1
이미지 캡션 WTO 일반이사회 참석차 출국하는 김승호 실장(왼쪽)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리는 WTO(세계무역기구) 일반이사회에 한국과 일본의 통상 고위직이 참석하면서 본격적인 무역 한일전이 시작된다.

지난달 일본이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에 나선 뒤, 양국의 통상 고위직이 대면하는 첫 자리다.

한국은 일본의 수출 규제에 맞서기 위해 일찍이 'WTO 카드'를 꺼내 들었다. 일본 언론이 수출 규제를 보도한 6월 30일 불과 나흘 후인 7월 3일 한국은 WTO에 제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제네바에서 열리고 있는 WTO 일반이사회는 WTO 제소 절차와는 별개다.

정승일 산업통상자원부 차관은 "WTO 제소는 신속하게 준비하되 시기는 전략적으로 판단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일반이사회'는 어떤 회의인가?

WTO 일반이사회(general council)는 164개 회원국 대사급 대표가 모여 중요 현안을 논의하는 자리다. 23~24일 이틀간 열린다.

WTO의 최고 의사결정 기구는 2년에 한 번 열리는 장관급 각료회의(ministerial conferences)다.

하지만 각료회의는 2년마다 개최되기 때문에, 사실상 일반이사회가 WTO 의사결정기구 역할을 한다고 전문가들은 보기도 한다.

실제로 WTO 홈페이지에도 각료회의를 대신해 권한이 있다는 표현이 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에서 국제통상위원장을 역임했던 송기호 변호사는 BBC 코리아에 일반이사회가 "협정문 해석, 회원국 의무 면제 등과 같은 중요한 사항에 의사결정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WTO 분쟁해결 절차(제소) 과정에서도 "일반이사회가 분쟁해결 재판부는 아니지만, 재판부가 결정한 보고서를 채택할지 결정한다"고 말했다.

어떻게 진행되나?

이번 일반이사회 회의에서 14개 정식 안건 중 11번째가 한일 무역 분쟁이다.

WTO 일반이사회는 주제네바 한국대표부 대사가 참석해왔는데 이번에는 이례적으로 산업통상자원부 김승호 신통상질서전략실장이 참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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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실장은 후쿠시마수산물 수입 금지조치 관련 WTO 분쟁에서 한국 측이 최종 승소한 데 기여했고, WTO 통상법에 전문성을 갖추었다고 산업부는 설명했다.

김 실장은 22일 출국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아주 쉬운 단어로 (일본의 주장을) 한 번에 무너뜨릴 수 있는 논리를 생각하겠다"고 말했다.

일본에서도 외무성 야마가미 신고 경제국장이 참석한다. 양국 다 이번 회의를 통상교섭본부가 직접 챙기는 셈이다.

김 실장이 먼저 발언을 할 예정이다. 이후 일본 대표가 발언권을 얻고 다른 나라 대표가 발언한다.

어떤 효과가 있을까?

WTO 일반이사회 의제로 상정되어도, 법적 구속력이 생기는 건 아니다. 바로 결의를 하는 것도 아니다.

단 일본 조치가 부당하다는 한국의 입장을 알리고, 국제 사회 여론을 한국 측에 유리하게 하는 효과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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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캡션 삼성전자 딜라이트에 전시된 반도체 웨이퍼. 일본 정부는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패널 핵심소재에 쓰이는 품목에 대해 한국 수출 규제를 강화했다

LG경제연구원 이지평 상근자문위원은 BBC 코리아에 "이번 조치의 부당함을 알리고 일본에 대한 압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U나 다른 제3국가가 '이런 조치는 문제다'라는 발언을 하면 좋은데 아마 쉽게 한쪽을 지원하는 발언을 하지는 않을 것이다"고 덧붙였다.

이번 이사회는 또 한국 정부가 향후 WTO 제소 전 명분을 쌓는 것으로 볼 수도 있다.

산업부 관계자는 WTO 제소를 "갑작스럽게 하는 경우는 드물다"며 공론의 장에서 몇 차례 언급하다가 제소할 수 있다고 말했다.

WTO 제소가 된다면?

한국 정부가 WTO에 일본을 제소하면 최종 결정까지의 절차는 최소 2년이 소요된다.

절차는 다음과 같이 진행된다.

우선 양국 간 협의가 시작된다. 양국이 협의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분쟁조정절차가 시작된다.

후쿠시마 수산물 분쟁의 경우, 2015년부터 올해 4월까지 약 4년간 이어졌다. 1심 패소를 뒤집고 지난 4월 11일 한국은 최종 승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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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례로 봤을 때 2~4년간 한국 기업에 피해가 이어질 수 있다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산업부 관계자는 "WTO 제소가 시간이 오래 걸릴 수 있지만 향후 일본의 반복적 조치를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고 했다.

WTO 제소말고는 마땅한 다른 대응 방법이 없다는 지적도 있다. 대일본 수출 제한, 관세 인상과 같은 상응 조치는 본격적인 무역 전쟁을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다.

이지평 자문위원은 가장 좋은 시나리오는 대화를 통해 결국 일본이 한국을 수출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한 것을 철회하는 것이라고 BBC 코리아에 말했다.

현재로서 그럴 가능성이 얼마나 있느냐는 물음에 "거의 없지만 '제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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