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10초면 절도범이 문을 딸 수 있는 요즘 차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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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캡션 어떤 차는 10초만에 뚫렸다

일부 최신형 인기 차종이 도난당할 위험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키리스(keyless) 시스템의 약점을 활용하면, 불과 몇 초만에 차문을 딸 수 있다는 것이다.

키리스는 운전자들이 차 열쇠를 꺼내지 않고도 차문을 열고 시동을 걸 수 있게 해주는 시스템이다.

영국의 자동차 전문매체 '왓 카?(What Car?)'가 키리스를 갖춘 차량 7종을 대상으로 실험을 했다.

크로스백과 아우디 TT RS는 10초만에 차문이 열렸다. 랜드로버 디스커버리 스포츠 TD4 180 HSE를 훔치는 데는 30초면 충분했다.

'왓 카?'의 보안 전문가들은 차량 절도범들이 쓰는 기술을 실험에 똑같이 사용했다. 실험에서 측정한 시간은 차문을 열고 들어가 시동을 거는 데까지 걸린 시간이다.

지난 8년간 잉글랜드와 웨일스의 차량 절도 사건은 최고조를 향해가고 있다. 작년에 도난당한 차량은 무려 10만6000여대에 이른다.

영국에서 자동차 도난으로 지급된 보험금도 기록을 쓰고 있다. 영국 보험회사 협회는 2019년 1/4분기의 보험금 지급액이 2012년 이래 그 어떤 분기보다 높았다고 말했다.

키리스 차량을 대상으로 한 범죄가 늘어난 것이 한 원인으로 지적되지만, 전체 범죄 중 키리스 차량 비율은 공개되지 않았다.

아우디의 모회사인 VW 그룹은 자사의 보안책을 개선하기 위해 경찰 및 보험회사와 "부단히" 협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DS의 모회사인 PSA 그룹도 보안상 약점을 전담하는 팀을 꾸렸고, 경찰과 면밀히 협조해 "차량 절도 방법을 분석하고 있다"고 '왓 카?'에 설명했다.

자동차 딜러들도 소유주가 원하면 최신 자동차에서 키리스 시스템을 비활성화시킬 수 있다고 말한다.

재규어 랜드로버는 "실험했던 디스커버리 스포츠 모델은 더이상 생산되지 않는다"며 "요즘 생산되는 디스커버리 스포츠는 도난 방지 기술을 장착했다"고 밝혔다.

"자사의 모든 차들은 도난추적시스템인 인콘트롤 트랙킹을 사용합니다. 도난시 차량 회수율이 80%에 달합니다."

자동차 도둑이 휴가를 망치다

영국 사우스 웨일스 뉴포트에 사는 스티븐 세비거(59)씨 부부는 친구 2명과 히드로 공항으로 가고 있었다. 목적지는 싱가포르. 그곳에서 아내와 아내 친구의 60번째 생일을 축하하며 유람선 여행을 즐길 계획이었다.

하지만 화장실을 가기 위해 휴게소에 들렀을 때 문제가 발생했다. 세비거씨가 탄 포드 몬데오의 키리스 시스템이 있었고, 이 차가 도둑들의 표적이 된 것이다.

세비거씨는 "우리가 차 안에 있는데도 잠금장치를 고장내더니 나와 아내의 여권이 든 여행가방을 훔쳐갔다"고 말했다. 다행히 차는 빼앗기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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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캡션 스티븐 세비거와 아내는 결국 싱가포르로 휴가를 떠나긴 했다

"비행기를 못 타게 된 것이죠. 친구들을 공항에 데려다주고, 처참한 기분으로 공항을 벗어났죠."

부부는 여권발급처로 가서 필요한 조치를 취했다. 그리고 다음날 히드로 공항에서 다른 항공사의 비행기를 탔고, 간신히 유람선 시간에 맞춰 싱가포르에 도착했다.

5달이 지났지만 세비거씨는 그 생각만 하면 여전히 화가 난다고 했다.

"2년 동안 준비해온 여행입니다. 그걸 망쳐놓은 정말 끔찍한 범죄죠."

정확하지 않은 정보에 호도된 사람들

런던 북부에 사는 앤드류씨는 작년 11월 키리스 시스템이 장착된 메르세데스 c220을 집 앞에서 도난당했다. 그는 BBC에 "차에는 키리스 시스템이 있었고 내 차 열쇠는 현관 근처에도 없었다"고 말했다.

앤드류씨는 여전히 차를 되찾지 못하고 있다. 그는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는지 메르세데스 측으로부터 설명도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차를 잠글 때 키를 두 번 두드리면, 송신이 중단되기 때문에 안전하다고 하더라고요. 메르세데스 측에서 한 말인 것 같은데요. 꼬박꼬박 그렇게 했죠. 그런데 이런 일이 벌어졌어요. 열쉬는 무려 3층에 있었는데 말이죠."

"훨씬 더 안전해졌다는 제조사들의 말에 사람들이 호도되고 있는 것 같아요. 보험사에 따르면 그 달에 우리 집과 같은 우편번호를 쓰는 곳에서 10여건의 키리스 시스템 차량 절도가 있었답니다."

절도범의 수법

절도범들은 보통 짝을 지어 일한다. 타깃은 집밖에 주차된 차들이다.

한 명이 키의 신호를 수신해 증폭시키는 장치를 차에 가까이 가져다 댄다. 그러면 다른 한 명은 신호를 키에 다시 전달하는 장치를 들고 집 근처를 배회하며, 시스템을 무너뜨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도난 당한 차는 분해된다고 말했다.

늘어나는 절도 사고에 차량 제조업자들도 모션 탐지같은 신기술을 도입하기 시작했다.

'왓 카?'의 실험에서 모션 탐지가 장착된 차는 열지 못했다. 하지만 이 기술은 아직 전체 자동차 시장에서 상용화되지는 않은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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