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포렌식: 연예인 부부 문자 공개에서 찾기 어려운 윤리

최근 배우 구혜선과 안재현의 이혼을 둘러싼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Image copyright Han Myung-Gu
이미지 캡션 최근 배우 구혜선과 안재현의 이혼을 둘러싼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최근 불거진 연예계 사건을 두고 당사자들의 공방이 치열한 가운데 한 언론사가 '디지털 포렌식'을 통해 해당 연예인의 2년 치 대화 내용을 공개했다.

디지털 포렌식이 무엇인지, 포렌식 과정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막기 위해 어떤 법적인 규제나 조처가 필요한지에 대해 알아봤다.

구혜선, 안재현, 그리고 디스패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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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캡션 디스패치는 이달 4일 안재현의 스마트폰을 입수해 포렌식 분석을 통해 2년 분량의 데이터를 복구했다며 문자 내용을 공개했다

최근 배우 구혜선과 안재현의 이혼을 둘러싸고 갈등과 폭로전이 심화하고 있다.

두 배우가 인스타그램 등을 통해 엇갈리는 진술을 잇달아 내놓으면서 화제가 됐다.

디스패치는 지난 4일 안재현의 스마트폰을 입수해 디지털 포렌식 분석으로 2년 분량의 대화 내용을 복구했다며 일부 문자 내용을 공개했다.

공개된 내용에는 생일 축하 문자, 고양이 밥을 둘러싼 의견 충돌 등 부부간의 사적인 내용이 담겨있다.

디스패치는 '포렌식'을 통해 대화 내용을 분석했다고 밝혔을 뿐 스마트폰을 어떻게 입수했는지, 왜 대화 내용을 공개하기로 했는지 밝히지 않았다.

디지털 포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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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포렌식은 디지털 기기에 저장된 정보를 이용해 범죄를 수사하는 기법을 말한다.

휴대전화, PC, 블랙박스 등에 저장된 정보를 수집·복구·분석해 범죄 혐의를 입증하는 것이다.

가장 기초적으로 메모리에서 데이터 뽑아내, '증거'로 쓸만한 자료를 골라낸 후 일일이 확인하는 것을 '디지털 포렌식'이라고 할 수 있다.

모바일 분야에서는 이스라엘의 모바일 포렌식 업체 '셀레브라이트(Cellebrite)'가 잘 알려졌다.

이 회사는 특히 2015년 총격 사건 직후 미 연방수사국(FBI)의 요청을 받고 테러범이 보유했던 아이폰을 잠금 해제하며 유명세를 탔다.

폭발적으로 늘어난 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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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시장조사 컨설팅 전문기관인 트랜스페런시 마켓 리서치(Transparency Market Research)에 따르면, 전 세계 디지털 포렌식 시장은 2016년 28억7000만 달러(약 3조2500억 원) 규모며, 매년 9.7%씩 성장해 2025년에는 약 66억 5000만 달러 규모가 될 전망이다.

한국에서도 디지털 포렌식 수요는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대검찰청 국가디지털포렌식센터(NDFC)에 들어온 디지털 증거물 분석 지원 요청은 설립해인 2008년 307건에 그쳤다. 하지만 2016년에는 요청 건수가 10년보다 약 30배 증가한 9737건에 달했다.

경찰 수사 과정에서 의뢰된 디지털 포렌식 건수도 최근 5년 동안 3배 늘어 2만 건을 넘었다고 알려진다.

세월호, 국정농단, 숙명여고 사건, 버닝썬

이미 국내에서도 굵직굵직한 사건에 디지털 포렌식이 활용됐다.

2014년 세월호 참사의 진상을 규명하기 위해 세월호 승객과 가족이 나눈 카카오톡 대화를 복원하는 데에도 디지털 포렌식이 활용됐다.

그로부터 2년 후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의 결정적 증거였던 태블릿PC에서 삭제된 정보를 복원하기 위해 활용됐다. 최근에는 숙명여고 시험지 유출사건의 결정적 증거도 쌍둥이 자매의 아버지인 교무부장 A 씨가 가지고 있던 스마트폰과 노트북에서 발견된 정보였다.

최근 화제가 된 버닝썬, 정준영 카톡방 대화 역시 디지털 포렌식을 통해 복구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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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캡션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의 결정적 증거였던 태블릿PC

상황이 이렇게 되자 스마트폰에 남아 있는 데이터를 완벽하게 삭제해 디지털 포렌식을 통한 복구를 불가능하게 하는 앱이 인기를 끌고 있다는 보도도 있었다.

'컴플리트 와이프', '히스토리 이레이저' 등의 앱들은 메모리에 "각종 파일을 여러 번 덮어씌워 그 전에 뭐가 저장됐는지 알 수 없게 하는 원리"에 기반을 둔다.

개인정보 논란

이렇듯 법적 효력이 있는 증거를 복원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해온 디지털 포렌식이지만 논란도 있다.

어디까지 디지털 포렌식의 대상이 되는지에 대한 명확한 법적 기준이 없고 민간 포렌식 업체에 대한 규제도 미미하기 때문이다.

수사기관은 디지털 포렌식 데이터 외부 유출 방지를 위해 암호화 프로그램 의무화하고 있지만 민간 업체는 뚜렷한 의무나 규정이 없이 방치돼있다.

누구든지 휴대폰만 입수한다면 어렵지 않게 포렌식을 사설 의뢰하고 사생활을 열람할 수 있는 상황이 된 것이다.

법무법인 문장의 임원택 변호사는 디스패치의 이번 보도 역시 여러 가지로 위법에 해당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타인의 휴대폰을 동의 없이 포렌식하고 그 내용을 취득하는 것은 정보 종류에 따라 정보통신망법위반,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형법상 비밀침해죄로 형사처분될 수 있습니다."

"또 타인 간의 은밀한 대화를 공개하는 행위는 내용에 따라 명예훼손죄, 모욕죄 등에 해당합니다."

디스패치의 보도나 구혜선이 인스타그램을 통해 공개한 문자 대화 내역 등이 명예훼손죄 등 위법에 해당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임원택 변호사는 또 보도 내용이 공공의 이익과 거리가 멀어 보도 정당성이 있다 보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언론이 개인의 사생활을 공개하는 행위는 그 내용이 공중의 정당한 관심의 대상이고,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면 위법성이 조각될 수 있습니다. "

"그러나 타인 휴대폰을 무단으로 포렌식하여 공개하는 것은 방법 자체가 위법하고 공공의 이익도 크지 않기 때문에 위법성이 조각되기 어렵습니다."

디스패치 측은 BBC에 정보 취합 과정에서 위법을 저지르지 않았다고 말했다.

BBC는 디스패치 측에 추가 입장을 요청해 둔 상태다.

포렌식 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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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캡션 한국포렌식법률연구소 대표 최규종 법원특수감정인

한국포렌식법률연구소 대표 최규종 법원특수감정인은 사설 포렌식 업체에서도 자체적으로 개인정보보호를 위한 조처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선 사설 업체들도 기본적으로 통신사 등을 통해 본인 확인 절차가 없으면 복구를 시켜주지 않아요."

"개인정보 유출에 있어 법적 문제가 생겼을 때 회사가 책임져야 하는 부분도 있기 때문에 직원들과 서약서 등도 작성하고요."

"저희 같은 경우는 당사자 요청이 있을 경우 본인 데이터 유출 시 회사가 전부 책임진다는 보안 각서도 작성하고 있어요."

"또 요청 시 보관하기는 하지만 그렇지 않으면 사건 종료 3일 이내 내용을 삭제/파기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고요."

하지만 동시에 구체적인 절차가 마련될 필요는 있다고 덧붙였다.

"그래도 법률상 의무는 없기 때문에 개개인이 무엇을 하는지 알 방법은 많이 없어요."

"또 기기가 변경됐거나 계약이 해지되어 본인확인이 어려운 휴대폰처럼 본인확인절차를 진행할 수가 없는 때도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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