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신의 시대'에서 모호한 게 잘못인가요?

과연 두 가지 이상의 상충하는 신념을 지니는 일은 비열한 걸까? Image copyright Getty Images
이미지 캡션 과연 두 가지 이상의 상충하는 신념을 지니는 일은 비열한 걸까?

확신은 매력적이다. 명확한 신념과 용기는 사람들을 매료시킨다.

오늘날 전 세계 정치인들과 오피니언 리더들은 흔들리지 않는 자기 신념을 무기 삼아 살아간다.

자주 말을 바꾸거나 말과 행동이 다른 리더들은 가차 없이 심판받는다.

이 확신의 시대에 의문을 던지는 이들이 있다.

과연 두 가지 이상 상충하는 신념을 지니는 일은 비열한 걸까?

확실한 결정을 내리지 않고 고민하는 일은 어리숙한 걸까?

확신이 팽배한 시대에서 모호함과 모순적인 사고를 하는 이들을 변호하는 주장을 정리해봤다.

인간은 원래 모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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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의 철학자이자 '모순(Ambivalence)'의 저자 힐리 라진스키 박사는 사람이나 사물에 대해 두 가지 이상의 반대되는 태도를 보이는 것이 인간 본성의 일부라고 주장한다.

"모순은 인간의 사고, 행동, 판단, 사랑 등을 이해하는 데 아주 기본적인 개념입니다. 모순 없이 인간을 이해하기란 불가능하죠."

그는 인간이 유아 시절부터 복잡하고 상충하는 감정에 의해 정의된다고 말한다.

일찍이 자녀가 부모를 사랑하면서 동시에 증오하는 현상을 겪는 것처럼 말이다.

그는 '모순'이 인간의 심리 정 가운데에 있으며 인간 본성에서 근본적이며 불가분하다고 주장한다.

망설이는 것도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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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블린 트리니티 대학 임상 심리학 조교수 존 오코너는 오늘날 사람들에게 명확하고 확실한 자기주장을 가져야만 한다는 무언의 압박이 팽배한다고 말한다.

"강력한 주장이 아니면 듣지도 않으려고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줄리안 어산지의 전기를 집필한 작가 앤드류 오하간은 여러 인물을 탐구해본 경험에 미루어 '자기주장에 지나치게 적극적인 신뢰를 보이거나 다른 의견을 포용하기 거부하는 사람들'은 결국 실패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상황이 좋지 않았다거나, 인성이 나쁘다거나, 야만적이고 어리석고 공감 능력이 없는 것도 아니었어요."

"그저 자기와 다른 본성을 가진 사람들의 의견에 귀 기울이기를 거부했던 거죠."

그처럼 일각에서는 상충하는 생각과 모순을 두려워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세상엔 흑백으로 나눌 수 없는 것들이 많기에 상충하는 조언을 얻고 의견을 수용하는 일이 도움될 수 있다는 것이다.

남의 의견을 수용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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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캡션 종종 다른 사람의 의견에 쉽게 흔들리거나 설득당하는 것 자체가 약점으로 여겨질 때도 있다

종종 다른 사람의 의견에 쉽게 흔들리거나 설득당하는 것 자체가 약점으로 여겨질 때도 있다.

하지만 다르게 생각해보면, 상황을 다시 파악하고 새로운 정보를 분석해 결정을 바꾸는 일은 아주 자연스러운 일이다.

개방적이고 유연한 태도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결국 우리가 올바른 결론을 찾아가는 데 도움이 될 뿐이다.

모순은 우리 자신을 사랑할 수 있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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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C의 존 오코너는 우리가 다른 사람이 느끼는 애매함을 인식하는 것만으로 우리 자신을 더 잘 이해하고 사랑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모순을 이해하면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과 싫어하는 사람에 대한 사랑과 증오를 더 깊이 이해할 수 있게 될 겁니다."

그는 우리가 하나의 것을 사랑하면서도 증오할 수 있다는 사실이 우리가 가진 여러 결함을 용납하는 데에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모순은 협상에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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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캡션 불완전한 의견은 다르게 말해서 협상의 여지가 남아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많은 이들이 자기주장이 확실하지 않다면 발언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오하간은 모호함 역시 토론의 자리에 환영받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우리가 이미 모든 것에 확고한 정의를 내리고 토론장에 입성한다면 협상 자체가 이뤄질 수 없다는 것이다.

"인간 사이의 대화 자체가 끝나버릴 거에요."

불완전한 의견은 다르게 말해 협상의 여지가 남아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우리는 자주 지도자에 결단력과 확신을 보여달라 요구하지만, 개방성과 모호함 역시 똑같이 존중해야 한다.

그래야만 협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창의성의 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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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캡션 모순은 예술과 문화의 귀중한 가치 중 하나다

모순은 예술과 문화의 귀중한 가치 중 하나다.

'나에게 쓰는 노트(Notes to Self)'를 쓴 수필집 작가 에밀리 파인은 불확실성과 실험적인 자기 탐구 정신이 본인 작업물의 핵심이라고 말한다.

그는 애매모호함에 머무르는 것도 "괜찮다"며 어느 장소로든 이동할 수 있는 창의적이고 도전적인 위치라고 주장한다.

마치 교차로 중앙에 서 있으면 그 어떤 방향으로도 나아갈 수 있는 것과 비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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