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가안보보좌관: 볼턴이 해임되자 북미 '빅딜' 기대 높아지는 까닭

트럼프 대통령과 존 볼턴 국가안보보좌관 Image copyright Getty Images

누군가 직업을 잃었더니 사람들의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면 가혹한 일이란 생각이 들지 모른다. 하지만 존 볼턴 전 미국 국가안보보좌관의 경우가 딱 그렇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0일 볼턴 보좌관의 해임을 발표했다. 이를 전하는 한국 언론의 기사에는 유독 '기대'라는 단어가 많이 보였다. 심지어 남북경협 관련 주식의 가격이 오르고 있다는 보도도 있었다.

사용 기기에서 미디어 재생이 지원되지 않습니다
존 볼턴은 누구이고 미국 국가안보보좌관은 무엇이길래 그의 해고가 북미관계의 돌파구에 대한 기대로 이어지는 걸까?

존 볼턴은 누구이고 국가안보보좌관이란 무엇이길래 한 사람의 해임이 이토록 기대를 불러 일으키는 걸까?

1. 국가안보보좌관은 미국 외교안보 정책의 사령탑이다

아마도 '보좌관'이라고 하면 최근 TV 드라마의 주인공으로도 나온 국회 보좌관을 떠올리기 쉽겠지만 국가안보보좌관은 그 직위의 무게가 완전히 다르다.

국무장관과 함께 미국 외교안보 정책의 사령탑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국가안보보좌관이다.

"(외교안보 분야에서) 중요한 정책 결정에 대통령을 보좌하면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요한 자리라고 보면 됩니다." 윤지원 상명대 국가안보학과 교수는 BBC 코리아에 말했다.

"대통령과 안보에 관련된 전반적인 것을 논의하고... 더 가까이에서 군사 국방 안보에 대해서 의견을 개진하고 자문하죠."

개념이 약간 다르긴 하지만 한국의 국가안보실장이 미국의 국가안보보좌관과 가장 가까운 편이다.

미국의 각 행정부는 그 행정부 외교안보 정책의 브레인을 국가안보보좌관에 임명하곤 했다. 때문에 국가안보보좌관을 거친 후 국무장관이 되는 경우도 많다.

헨리 키신저, 즈비그뉴 브레진스키, 콜린 파월, 콘돌리자 라이스는 국가안보보좌관을 거친 대표적인 미국 외교안보 전문가들이다.

Image copyright Getty Images
이미지 캡션 두 명의 대통령을 거쳐 7년 가까이 재직해 역대 최장수 국가안보보좌관인 헨리 키신저는 미국의 대표적인 외교안보 전략가이다

2. 존 볼턴은 북한과 전쟁도 감수해야 한다고 말한다

보통 미국에서는 대외 강경파를 매에 빗대 매파라고 부르고 온건파를 비둘기파라고 부르는데 존 볼턴은 매파 중에서도 가장 강경한 매파라는 평가를 받는다.

볼턴은 북한에 대해서도 군사적 행동이 필요하다고 거침없이 말하곤 했다.

"(외교적 옵션이 통하지 않으면) 군사적 옵션도 진지하게 고려해야 합니다." 볼턴은 과거 폭스 뉴스에 출연해 이렇게 말했다.

"사람들은 군사적 옵션을 사용하면 그로 인한 고난과 혼란에 대해서 우려합니다. 분명 그럴 가능성은 충분합니다. 하지만 북한이 미국에 미사일을 쏘게 되어 생기는 혼란에 대해서는 어떻습니까?"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이 볼턴을 국가안보보좌관에 임명했을 때부터 한국 내에서는 많은 우려가 나왔다.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렸던 두 번째 북미정상회담에서 아무런 합의가 나오지 못했던 것도 볼턴의 영향력 때문이라는 관측이 있다.

Image copyright Handout
이미지 캡션 기대를 모았던 하노이 정상회담은 아무런 합의도 없이 끝났다

"하노이 회담에서 존 볼턴의 역할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고민을 했어요." 윤지원 교수는 말했다. "존 볼턴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이게 회담이 쉽지 않겠구나... 혹시 협상이 잘 진행된다 해도 강대강으로 갈 수도 있지 않겠느냐는 걱정을 했는데..."

"실무협상자들이 밑에서 아무리 물밑 접촉을 했어도... 김정은과 트럼프 대통령이 만났을 때 볼턴과의 대화가 영향을 미친 거지 협상 실무팀이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는 거죠."

북한은 오래 전부터 볼턴에 대해 숱한 비난을 해왔다. 그가 국무부 군축·국제안보 담당차관으로 일하고 있던 2003년에는 외무성 대변인이 그를 두고 '인간쓰레기', '흡혈귀'라는 표현을 쓰며 비난했다.

최근에는 조선중앙통신에서 그를 두고 "평화와 안전을 파괴하는 안보파괴보좌관"이라며 "이런 인간 오작품은 하루 빨리 꺼져야 한다"고 말하기까지 했다.

3. 오는 10~11월이 고비다

트럼프 대통령은 19일 볼턴의 후임으로 로버트 오브라이언 인질문제 담당 대통령 특사를 임명했다.

대외적으로 널리 알려진 인사는 아니지만 마이크 폼페오 국무장관과 오랫동안 협력해왔다는 점에서 분명 볼턴보다는 온건한 관점일 것으로 여겨진다.

윤지원 교수는 김정은 위원장이 공개적으로 '연말'을 시한으로 공표하고 재협상을 준비하는 만큼 오는 10월에서 11월 사이가 북미 간 '빅딜'을 위한 고비가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관련 기사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