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년생 집단 폭행 사건: 14세 미만 '가해자'는 어떤 처벌을 받을까?

23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가해자 학생들의 "엄중 처벌"을 요구하는 "06년생 집단 폭행 사건"이라는 청원이 올라왔다 Image copyright 청와대
이미지 캡션 23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가해자 학생들의 "엄중 처벌"을 요구하는 "06년생 집단 폭행 사건"이라는 청원이 올라왔다

경기 수원시의 한 노래방에서 청소년 집단 폭행 사건이 발생해 수원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해당 사건의 폭행 장면이 찍힌 동영상이 SNS 등에서 확산하면서 많은 이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가해 중학생들은 초등학생인 피해자가 반말을 했다는 이유로 폭행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23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가해자 학생들의 "엄중 처벌"을 요구하는 "06년생 집단 폭행 사건"이라는 청원이 올라왔고, 이날 오전 11시 기준 14만3천여명이 동의한 상태다.

한편 폭행 영상이 모자이크 처리가 되지 않아, 2차 피해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국민 청원 1호, 소년법 폐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청소년 집단 폭행과 관련한 청원이 올라온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국민 청원 1호가 "청소년이라는 이유로 보호법을 악용하는 잔인무도한 청소년들이 늘어나고 있다"라는 청원이었으며, 이후에도 청소년 집단 성폭행 사건 관련 국민청원이 여러번 등장했다.

2017년 관악산 집단폭행 사건 때도 소년법 폐지를 호소하는 청원이 올라왔다. 당시 청와대는 형사처벌을 받지 않은 형사미성년자의 기준을 14세에서 13세 미만으로 낮추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아직까지 한국에서 10세 이상 14세 미만인 소년은 범죄를 저질러도 형사 처벌을 받지 않는 '형사 미성년자'로 분류된다.

소년법이란?

범죄를 저지른 소년들(만 19세 미만)에게 적용되는 법률이다. 한국 형법에서는 만 14세가 되지 않은 이는 '형사 미성년자'라고 해서 형사처벌이 불가능하다고 본다.

자신의 행동을 책임질 수 있는 능력이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대신 만 10세~19세 미만 비행에 대해서는 최대 2년 소년원 송치 등 보호 처분이 가능하다.

그러나 최근들어, 일부 소년 범죄가 성인 범죄 못지 않다는 지적을 받으며 소년법 역시 도마에 올랐다.

죄질에 비해 처벌이 너무 가벼우므로, 소년법에 명시된 보호 나이를 낮추거나 폐지해 처벌을 강화하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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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캡션 천종호 판사는 SBS다큐 '학교의 눈물'을 통해 대중에게 '호통판사'로 알려졌다

그렇다면 소년법정 판사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소년 법정에서 1만 2천여 명의 재판을 맡았던 '호통 판사' 천종호 부장판사에게 국민들의 분노와 소년법에 대해 물었다.

법원 순환근무원칙에 따라 올해 초 부산지법 일반법정으로 돌아갔지만 그는 우리나라에서 최장기간 소년재판을 담당한 인물이다.

최근에는 그 동안의 경험을 토대로 <호통판사 천종호의 변명>이라는 책을 펴내기도 했다.


부산 여중생 폭행사건...그 후 1년

"상처가 100프로 아물진 않았겠지만, 그래도 사회 적응 어려움은 줄었을 것이라고 본다."

천 판사에게 지난 해 담당했던 부산 여중생 폭행사건 피해자 근황을 묻자 이렇게 답했다.

이 사건은 지난 해 소년법 폐지 목소리에 기폭제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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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캡션 부산 여중생 폭행 사건 CCTV

그는 "피해 학생이 당시 상처 때문에 머리를 밀었어야 했는데, 이제 머리도 많이 길고 얼굴도 좋아졌다"며 피해 학생이 지난 어버이날에 전해줬다는 카네이션 화분을 가리켰다.

당시 가해 학생 네 명 중 세 명은 소년법상 가장 중한 처벌인 2년형 등을 선고받고 현재 소년원에 있다.

한 명은 만 13세가 되지 않아 보호처분을 받았다.

천 판사는 이 아이가 피해자에게 용서를 구하는 자리를 '직접' 만들기도 했다.

피해학생 역시 방황하던 학생으로, 폭행 사건 직전 저질렀던 비행으로 법정에 설 일이 있었던 것.

천 판사는 이 날 폭력 피해 학생에게 동의를 구한 뒤, 가해 학생을 들여보냈다.

그는 가해 학생에게 '미안하다, 용서해줘'를 10번 외치게 했다.

가해 학생은 '네 입장을 이해하지 못해 미안하다'며 사죄했고, 이 과정에서 두 아이는 모두 눈물을 흘렸다.

이 후 피해 학생은 천 판사에게 메시지를 보내 '이때까지 많은 눈물을 흘려서 눈물이 안 나올 줄만 알았는데 그 아이가 무릎을 꿇는 순간 눈물이 나왔다'며 '진심으로 했든 안 했든 나는 진심으로 받아들이겠다'는 심경을 전했다.

이미지 캡션 부산 여중생 폭행사건 피해자가 천종호 판사에게 보낸 카네이션과 문자

호통 판사가 보는 소년법 폐지

부산 여중생 폭행 사건이나 관악산 여고생 폭행사건을 두고 사람들이 분노하는 지점은 아이들의 상식 밖 행동에 있다.

"나 범죄 저질렀어" "심해? 나 교도소 갈 꺼 같아?" "소년원 길어봤자 2년이야"

소셜 미디어를 통해 이런 말을 죄책감 없이 내뱉으며 집단으로 폭행을 모의하고 공개하기 때문.

관악산 폭행 사건의 피해자 가족 역시 "가해자들이 소년원 갔다오는 것을 훈장처럼 여긴다"며 분노하기도 했다.

천 판사 역시 이런 아이들을 볼 때마다 '참담함'을 느낀다.

피투성이가 된 피해 학생들의 영상이나 사진을 보면 그 잔혹성은 이미 성인 범죄를 능가했다는 목소리도 높다.

청소년 범죄가 연신 문제가 되자, 많은 이들이 소년법 상 형사 책임 나이를 낮추거나 없애서 처벌을 강화하자고 외치고 있다.

이에 대해 천 판사는 "흉악범죄의 경우 최장 30, 40년까지 형을 높이는 부분에 대해서 반대하진 않는다"면서도 "소년법 폐지를 하게 될 경우 부딪히는 문제들이 있다"며 입을 열었다.

소년법상 가장 무거운 10호 처분을 많이 하기로 유명하지만, 그는 소년법 '폐지'로 형사 처벌 연령을 낮추는 일은 신중해야 한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그는 "형벌에 있어서 청소년들을 성인과 동일하게 다루게 되면 형벌을 부과할 근거가 되는 법률상 정치적 권리가 모두 부여돼야 한다"며 신중하게 접근하지 못할 경우 민주주의 대의와 법치주의 원칙에 어긋나는 부작용을 경계했다.

천 판사는 또, "소년법정에 서는 아이들을 보면 1프로가 흉악 범죄이지 나머지는 고만고만한 사건들"이라며 "언론에 부각되는 사건 중심으로 전체를 판단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제도적 한계

천종호 판사는 소년법 폐지 자체보다는 대신 '개정'을 해서 소년보호처분 내에서 처분 내용이 다양해질 필요가 있다고 보고 있다.

소년법상 가장 중한 처벌 2년 제한을 좀 더 높일 필요가 있다는 것.

10호 처분을 받는 아이들 중에는 절도도 있지만 이보다 훨씬 심한 범죄 사례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소년원에 보내는 수나 소년원 재소 기간을 늘려도 문제는 있다.

현재 우리나라 소년원은 모두 10개소.

인구대비 그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2년을 선고 받아도 다 못 채우고 나오는 경우도 있다.

그는 "소년원 수십개는 더 필요할 것"이라며 "보호관찰소나 장애인 특수학교도 짓기 어려운 상황에서, 소년원이나 소년교도소를 짓는 것은 큰 사회 진통이 될 것"이라며 제도적 한계도 지적했다.

'컵라면 재판'

'컵라면 재판'으로 불리는 소년판결 상황도 문제다.

2010년 창원에 있었을 당시 하루 평균 약 180~200 건의 재판을 담당했다고 한다.

한 장당 사건 5건이 적혀있는 판결 용지가 하루 40장 씩 나오기도 했다.

한 아이 당 평균 3분밖에 할애하지 못했다는 소리다.

우리나라 소년법정 판사수는 30여 명으로 전체 판사 수의 1% 정도다.

이미지 캡션 소년법정 재판 내용을 정리한 일지, 천판사는 하루에 180-200여 건을 판결해야하는 날도 있었다고 했다

그는 "일본의 경우 법정에 선 아이에게도 말할 기회가 충분히 주어지고, 판사도 질문하고 조사관도 이야기 한다"고 했다.

피해자를 위해 법정이나 판사가 도울 수 있는 장치도 부족하다.

재판 이후 판사는 가해자들에게는 집행감독을 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받아 계속 관리를 할 수 있는 반면, 피해자와는 지속적인 소통이 어렵다.

그는 "피해자도 더욱 분석하고 소통하는 통로가 있으면 좋겠지만 권한이 없다"며 안타까움을 내비쳤다.

부산여중생 폭력 사건의 경우, 천 판사가 '도움이 필요하면 연락하라'며 본인의 번호를 피해 학생에게 먼저 알려주면서 소통이 이어진 경우다.

'내 호통은 호소'

그는 소년법 폐지로 들끓고 있는 사회적 관심이 사회 구조를 돌아보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고 있다.

요즘 문제시되는 청소년 범죄는 학교 내 폭력이 아니라 학교 밖 폭력이 대부분이다.

그가 만난 위기 청소년 중에는 영어 A, B ,C 철자도 모르는 경우도 많았다.

성적 경쟁에서 밀려나거나 불우한 환경 속에서 자기들이 도태됐다고 생각하는 아이들이 대다수였다.

천 판사는 "어떻게 살아야할지 모르는 이런 아이들이 무리지어 다니며 생기는 범죄가 부산 여중생 폭력 사건"이라며 사회적 구조적 문제와 책임을 따져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미지 캡션 '호통판사'로 알려졌지만 실제로 '소년범의 대부'로 통하는 천종호 부장판사

천 판사는 소년범들이 잘못을 뉘우치고 새로운 삶을 살 수 있도록 사회적으로 배려하고 지원하는 것도 '사회 정의'라고 믿고 있다.

언젠가 소년법정으로 다시 돌아가 소년들을 다시 만나서 아이들을 변화시키는 것이 그의 꿈이다.

종종 가해자 편을 든다고 오해받는 현실도 있다면서, 천 판사는 이런 당부의 말을 남겼다.

"엄벌을 내리더라도 개인 책임만 묻는다면...이 문제는 결코 해결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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