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삐: 일본의 마지막 삐삐가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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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대 이동통신 수단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삐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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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연락의 대명사였던 무선호출기 '삐삐'가 30일 일본에서 마지막 수신을 마치고 역사 뒤안길로 사라졌다.

일본 유일의 무선호출서비스 제공업체인 도쿄텔레메세지가 서비스 종료를 선언했기 때문이다.

일본 내 삐삐는 간호사 등 의료 업계 종사자 일부만이 사용해왔다.

서비스 종료 당시 이용자는 1,500명도 안 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마지막 이용자 중 한 명인 켄 후지쿠라는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80세 노년의 어머니가 무선호출을 선호하셔서 끝까지 삐삐를 이용했다고 말했다.

"저희 어머니만 제 무선호출기 번호를 알고 계셨기 때문에 연락이 오면 어머니인 걸 바로 알 수 있었죠."

"휴대전화로는 급한 일이 생기셨는지 알 도리가 없었어요."

도쿄의 한 장례 회사는 삐삐의 마지막을 기리는 '장례식'을 기획하기도 했다.

사람들은 삐삐가 있는 곳을 방문해 조화를 두는 등 존중을 표했다.

삐삐의 한 사진은 일본어로 '우리는 너를 사랑해'를 뜻하는 '1141064'라는 숫자를 비치고 있기도 했다.

1950년대에 처음 개발된 삐삐는 1980년대에 인기를 끌기 시작하며 1990년대에 전성기를 누렸다.

도쿄텔레메시지 가입자 수는 1996년 120만 명에 달하기도 했다.

하지만 휴대폰이 대중화되면서 삐삐는 의료진 등 소수의 직업군에서만 사용하는 연락수단이 됐다.

도쿄텔레메시지도 최근 20년간 새로운 기기를 출시하지 않았다.

한편, 한국에서는 서울이동통신이 '015' 번호를 사용하는 무선호출기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사용자들은 기기를 이용해 음성메시지, 호출번호, 문자메시지 등의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영국에서는 국립보건기관인 NHS를 중심으로 약 13만 개의 삐삐가 사용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형통신사인 보다폰이 지난해 서비스를 종료하면서 현재 페이지원이 유일하게 서비스를 제공한다.

일본은 소니, 닌텐도, 파나소닉 등 다양한 기술 분야 선구자들을 배출해 온 국가지만 여전히 고전적인 방식의 의사소통을 선호하는 국민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2015년 BBC 연구에 따르면 일본 내에서는 팩스와 카세트테이프 등이 아직 활발하게 활용되고 있다.

심지어 일본 사이버 보안담당 사쿠라다 요시타카(68) 장관 역시 얼마 전 "25세 때부터 항상 직원이나 비서에게 지시했기 때문에 인생에서 한 번도 컴퓨터를 사용해본 적이 없다"고 말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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