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축구: 평양에서 두 번째로 열리는 남북 대표팀 경기는 남북 관계 개선에 도움이 될 수 있을까

남북 간 스포츠 교류는 전례없는 일이 아니며, 특히 축구 경기는 북한 주민들에게 친숙하다 Image copyright Getty Images
이미지 캡션 남북 간 스포츠 교류는 전례없는 일이 아니며, 특히 축구 경기는 북한 주민들에게 친숙하다

남북 관계가 경색 국면을 맞은 가운데, 한국의 남자 축구 국가대표팀이 오는 15일 평양에서 두 번째로 원정 경기를 갖는다.

일각에서는 이번 2022년 FIFA 카타르 월드컵 예선전을 계기로 남북 관계 개선에 새로운 문이 열리길 희망하고 있지만, 북한은 경기와 관련한 한국 측의 대화 요청에 무응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하지만 남북 간 스포츠 교류는 전례 없는 일이 아니며, 특히 축구 경기는 북한 주민들에게 친숙한 무대로 여겨져 왔다.

그동안 축구는 북한 주민들에게 있어 외부 세계를 볼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가 되어온 만큼, 이번 경기 역시 한국의 축구 스타들을 만날 기회의 장이 될 것으로 보인다.

남과 북, 경쟁 그리고 우정

한국과 북한의 축구 역사는 남북 분단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평양 FC와 경성 FC(일제 강점기 당시 서울의 명칭)는 1926년과 1946년 사이 이따금 경기를 펼치곤 했다.

이후 양측의 국가대표팀은 주로 친선 경기와 지역 경기 무대에서 종종 맞붙어왔다.

남자 경기는 대부분 한국 팀의 승리 혹은 무승부(상대 전적 7승 8무 1패)로 끝났다.

북한이 승리한 것은 1990년 친선 경기 때 단 한 번뿐이었다. 바로 한국 대표팀이 북한으로 건너가 맞붙은, 유일한 첫 번째 평양 원정 경기였다.

2010년 월드컵 예선전 당시 북한은 두 번째로 한국과의 경기를 유치하게 됐지만, 경기는 중국 상하이에서 열렸다.

북한은 한국과의 경기에서 패배하는 것에 대해 매우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09년 서울에서 열린 경기에서 패배한 후, 북한은 한국 측이 북한 선수들에게 '불량식품'을 먹였기 때문이라는 주장을 펼쳤다. 물론 한국 측은 이를 부인했다.

하지만 양측의 축구 역사에는 긍정적인 부분도 있다.

2002년 월드컵 당시, 한국이 준결승에 오르자 북한 조선축구연맹의 리광근 회장은 대한축구연맹 측에 축하 메시지를 보냈다.

재일 '조선신보'가 발행한 기사에 따르면, 리 회장은 한국의 성공을 두고 '한민족의 끈기와 장점을 보여준 놀라운 일'이라 칭했다.

남북체육교류협회가 2014년부터 개최하고 있는 15세 이하 아리스포츠컵 국제 유소년 축구대회 등 청소년 단계에서도 축구를 통한 남북 교류는 계속되고 있다.

축구, 외부 세계를 보는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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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캡션 지난 2018년 평양에서 열린 제3회 아리스포츠컵 대회

북한 당국은 스포츠 기량을 자신들의 대외 이미지와 이념에 매우 중요한 것으로 묘사해왔다. 이는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 때 특히 강조되었던 부분이다.

1986년 김 전 위원장은 스포츠 관계자들에게 "신체 훈련과 스포츠를 발전시키는 것은 혁명 투쟁과 노동을 고취시키는 것은 물론, 국가의 힘을 강화하고 강점을 촉진하는 데에 매우 중요하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인기 종목 축구는 북한의 대외 이미지에 있어 특히 중요한 의미가 있다.

북한은 주민들에게 외부 세계와 연결될 수 있는 매우 드문 기회를 제공하며, 주기적으로 다른 나라 국가대표팀과 클럽 경기를 유치하고 있다.

북한 선수들은 주민들로부터 추앙을 받고 있으며, 해외 선수들도 북한에 잘 알려져 있다.

올해 북한에 억류됐다 풀려난 호주인 알렉 시글리는 지난 4월, '세계 축구계의 별들'이라는 제목의 북한 서적 사진을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올렸다.

2001년 발간된 이 책은 세계 축구계의 전설로 불리는 브라질의 펠레 선수와 아르헨티나의 디에고 마라도나 선수, 그리고 북한의 허죽산 선수의 생애를 담고 있다.

이미지 캡션 지난 9월, 북한이 자체 개발한 모바일 축구 게임 '득점왕 2019'

포르투갈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같은 최근의 축구 스타들도 북한에서 잘 알려져 있다.

북한의 선전 매체 '아리랑 메아리'는 지난 9월, 북한이 자체 개발한 모바일 축구 게임 '득점왕 2019'이 인기를 끌고 있다고 전했는데, 함께 게재된 스크린샷에는 호날두 선수의 모습이 찍혀 있다.

이미지 캡션 조선중앙방송은 월드컵 중계권을 갖고 있지 않지만 중계 방송사의 로고를 가리고 내보냈다

북한 주민들 역시 조선중앙방송을 통해 선별된 월드컵 경기들을 시청하고 있다.

조선중앙방송은 월드컵 중계권을 갖고 있지 않지만, 해외 채널을 통해 영상을 들여온 뒤 자신의 방송국 로고를 붙여 내보내고 있다.

조선중앙방송을 통해 나오는 경기는 실시간이 아닐 뿐만 아니라 당국이 선별한 경기만 해당되는데, 지난 2010년은 매우 예외적인 경우였다.

북한은 2010년 월드컵에서 44년만에 본선에 진출했는데, 1966년 8강에 진출한 이후 처음 있는 일이었다.

축구 강국 브라질을 상대로 한 골을 뽑아내며 자신감을 얻은 북한은, 이례적으로 다음 경기를 생중계하기로 했다.

그러나 포르투갈과의 경기에선 7대0으로 참패를 당하는 모습을 북한 관중들이 생중계로 보게 되며 오히려 역효과를 낳았다.

이후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은 평양으로 귀국한 북한 대표팀 선수들이 400여 명의 사람들 앞에서 6시간에 걸친 사상비판 회의에 회부됐다는 보도를 전하기도 했다.

남북 양측은 이번 경기에 대해 어떻게 말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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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캡션 북한은 2010남아공월드컵 조별리그 2차전 포르투갈과 경기에서 0-7로 패하며 16강 진출에 실패했다

북한 매체가 이번 경기와 관련해 아직 별다른 보도를 내놓지 않으면서, 북한과 함께 경기를 꾸려 가려는 한국 측의 희망에도 빨간 불이 켜졌다.

한국의 연합뉴스는 일각에서 경색된 남북 관계 속에서 이번 경기가 "서로 간 소통을 강화할 기회"가 될 거란 전망도 나오지만, 북한의 침묵이 이러한 관측에 의문을 던지고 있다고 전했다.

평양이 경기 장소로 확정되기 전까지, 해당 경기가 다른 나라에서 열리게 될 것이라는 예측도 나왔다.

통일부 대변인은 지난 7일, "월드컵 평양 원정 응원단을 보내는 것이 물리적으로 쉽지 않다"는 입장을 밝혔다.

북한은 한국 취재진과 관중들의 방문 허가 문제와 관련해 논의하자는 한국 측의 요구에 무응답으로 일관해 오고 있다. 북한전문매체 NK뉴스는 지난 11일, 북한이 경기 관람객들의 입국을 금지하는 내용을 담은 입국 금지 조치를 계획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통일부 대변인은 같은 날인 11일, "그동안 북측에 문제에 관련해서 의사를 다각도 타진했지만, 현재까지 아무런 회신을 받지 못했다"면서 "이에 대해 아쉽게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에서 축구는 매우 인기있는 스포츠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은 한국이 37위로 북한(113위)보다 76계단이나 높다. 그리고 북한이 자국 선수단의 상대적 약점을 드러낼 가능성은 희박하다.

조선중앙방송은 아마도 이번 경기를 생중계하지 않겠지만, 일부 주민들은 경기장에 가서 직접 관람을 가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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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캡션 한국 대표팀의 손흥민은 "평양 원정도 긴 예선전 가운데 한 경기로 보고 있다"며 특별히 부담을 갖지 않는다고 밝혔다

일부 북한 주민들은 손흥민 선수처럼 한국의 유명 축구 선수들의 이름을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들을 가까이서 보게 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일 것이다.

손흥민은 "평양 원정 경기도 긴 예선전 가운데 한 경기로 보고 있다"며 경기에만 집중할 뜻을 밝혔다.

지난 7일, 대표팀의 북한 여정과 관련한 질문에 손흥민 선수는 "오로지 경기에만 집중하고 있다"면서 "우리는 놀러 가는 게 아니고, 대표선수는 경기만 생각한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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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북한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 욘 안데르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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