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주 모델: 소주는 왜 '여자 톱 연예인'을 모델로 쓰게 됐을까

1980년대 소주 광고와 2019년 소주 광고 Image copyright 하이트진로/롯데주류
이미지 캡션 1980년대 소주 광고와 2019년 소주 광고

소주 광고 모델을 보면 대세 여자 톱스타가 누구인지 알 수 있다. 소주 모델은 대체적으로 호감도가 높고, 깨끗하고 청순하면서도 섹시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간판 모델이 바뀌면 기사화가 될 정도로 소주 광고 모델은 관심의 대상이었다. 하지만 앞으로 이런 풍토도 앞으로 바뀌게 될 가능성이 높다.

보건복지부는 4일 술병 등 주류 용기에 연예인 등 유명인의 사진을 붙이지 못하도록 국민건강증진법 시행령을 개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담배와 술 모두 1급 발암물질이지만 정부가 금연 정책에 비해 절주 정책에는 미온적이라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국민건강증진법 시행령 제10조는 '음주행위를 지나치게 미화하는 표현'을 금지하고 있으나, 술병 광고 등의 '구체적인 사항'을 금지하지는 않고 있다.

앞서 지난달 15일 국정감사에서도 정부가 음주폐해를 예방하는 데 소극적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남인순 의원은 "실제로 연예인 같은 유명인들은 아이들과 청소년에게 큰 영향을 주며, 소비를 조장할 수 있기에 최소한 술병 용기 자체에는 연예인을 기용한 홍보를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한 바 있다.

원래 과거 소주 모델은거의 남성...도수 변화로 마케팅도 변화

소주 업계는 1990년대 후반부터 대부분 젊고 아름다운 여성 연예인을 모델로 기용하고 있다.

하이트진로 '참이슬'의 경우 1대 모델 이영애를 필두로 김태희, 김태희, 아이유, 아이린 등을 내세웠고, 롯데주류 '처음처럼'은 이효리, 유이, 수지 등을 모델로 삼았다. 중간 중간 남성 모델이 있긴 했지만 젊은 여성 모델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렇다면 어쩌다 소주에는 젊은 여성들이 대표 모델이 됐을까.

원래 소주가 1924년 처음 상업 출시됐을때에는 35도로 매우 독한 술이었다. 광복 후 1965년에도 30도 정도였으며 80년대에는 25도까지 도수가 점점 내려갔다.

소주는 원래 남자의 술이라는 이미지가 강했다. 소주병은 투명했는데 투명한 유리병은 독하다는 뜻을 내포하고 있었다.

이때 모델들은 거의 남성들이었고, 광고 메시지는 힘든 노동 뒤에 마시는 술이 소주라는 식이었다. '땀 흘린 보람 뒤엔 언제나 진로' 등의 문구가 대표적이다.

광고 모델도 노주현, 백일섭, 권해효 등 남성들이 주류였다.

Image copyright 하이트진로

그러다 98년 진로는 23도짜리 소주 '참이슬'을 출시하게 된다. 이후 2006년에는 두산(이후 롯데에 인수합병)이 21도짜리 '처음처럼'을 출시하며 '순한 소주' 경쟁이 시작된다.

이후 '참이슬 후레쉬'는 19.8도, 롯데의 처음처럼 19.5도 등 소주의 도수는 10도 중반대까지 점점 낮아진다. 병도 초록색으로 바뀌며 친환경, 자연주의 이미지를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소주 도수가 낮아지게 된 것이 여성 모델이 나타나게 된 배경이라고 보기도 한다.

성균관대 <소주광고 포스터 이미지에 따른 소비자의 태도> 논문에 따르면, '소주=순한 술'이라는 이미지가 마케팅과 이어지게 되자 부드럽고 마시기 편한 술로 포지셔닝 되면서 그런 컨셉에 맞는 여성 모델들을 기용하게 된 것으로, 거친 이미지의 거친 이미지의 남성보다는 부드러운 이미지의 여성을 선호'하게 됐다.

'처음처럼'의 롯데주류 홍보실 김남윤 대리는 BBC 코리아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딱히 성별을 정해놓고 선정한 것은 아니다"라며 "소주 업계에서 내세우고 있는 속성이 부드러움이나 깨끗함 등이다보니, 거기에 부합하는 이미지 맞는 모델을 선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2015년 떠올랐던 '아이유 법'

주류 광고 모델에 대한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는 지난 2012년 전 피겨스케이트 선수 김연아가 만 21세였을 당시 맥주 '하이트' 모델이 되면서 시작됐다.

그러다 이후 2015년 가수 아이유가 당시 만 21세에 참이슬 모델로 발탁되자 논란에 불을 붙었다.

십대부터 활동해온 친근한 이미지의 유명인이 주류 모델을 할 경우, 청소년 음주 문화를 조장할 수 있다는 게 그 배경이었다.

이 때문에 국회 보건복지위원회가 당시 만 24세(청소년 기본법상 청소년 나이) 이하 연예인·운동선수 등 유명인이 주류광고를 못하게 하는 이른바 '아이유 법안'을 통과시켰지만, 결국 본회의를 통과하지 못했다.

외국의 선례도 없고 직업 선택의 자유를 해한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Image copyright 뉴스1

복지부 후속 조치 어떻게 되나?

복지부는 우선 국내외 현황을 파악하고 시행령 개정을 위한 첫 단계로 조사 작업에 들어갈 방침이다.

담배의 경우 금연사업 전담 정부 부서가 있지만 음주는 음주 폐해 전담 부서조차 없는 상황이다.

복지부는 시행령을 개정하면 '음주행위를 지나치게 미화하거나' 라고 되어있는 부분을 '유명인, 연예인 등'의 단어를 넣어 구체화할 예정이다. 이렇게 되면 현 소주 광고 등에 나오는 연예인 모델을 찾아보기 어렵게 된다.

롯데주류 측은 "아직 시행령이 개정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내부에서 논의는 하고 있지만 정해진 것은 없다"며 "(정부 방침이) 정해지면 거의 맞춰서 바꿔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관련 토픽

관련 기사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