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르셀로나: 도시는 성차별주의적인가? 바르셀로나의 친여성 도시 계획

바르셀로나 Image copyright Getty Images

모두를 위해 지어진 도시라고 해도 모두에 의해 만들어진 것은 아니다. 세계의 모든 도시는 남성 세대에 의해 설계됐다. 만약 인구의 나머지 절반인 여성이 도시를 설계했다면 어땠을까?

어쩌면 그 해답을 바르셀로나에서 찾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4년 전부터 바르셀로나에는 여성의 권익증진을 위해 힘쓰는 여성 시장이 있다.

우리는 도시 계획 전문가로 일하는 여성운동가들과의 대화를 통해 여성이 살기 좋은 도시를 만들어가는 방법을 모색해 봤다.

자동차 없애기

바르셀로나의 도시계획 담당자 자넷 산즈(Janet Sanz)는 이 도시 계획 프로젝트를 주도하고 있는 인물이다.

다채로운 색으로 칠해진 거리를 걸어 내려오며 자넷이 말했다.

"바르셀로나 공용 공간의 60%가 자동차를 위한 공간입니다. 이 공간을 재분배한다면, 지금까지 이 공간에 들어올 수 없었던 다른 그룹을 도울 수 있어요. 우리는 가장 큰 권력을 가진 집단이 가장 많은 공간을 차지하는 걸 막아야 합니다. 지금은 자동차가 가장 큰 권력 집단이죠."

카탈루냐에서 이른바 '슈퍼 블록(Superilles)'으로 불리는 계획은 보행자나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을 위해 거리를 되찾는 것이다. 슈퍼 블록은 바르셀로나의 독특한 격자 모양 거리에서 9개의 블록을 골라 하나의 큰 블록으로 묶은 것이다. 이 슈퍼 블록 안으로는 접근이 필요한 자동차의 통행만 허용되고, 속도도 시간당 10km로 제한된다. 주차는 지하에서만 가능하다.

불법 행위에'NO'라고 말하기

바르셀로나 사람들은 파티를 즐기고, 바르셀로나 시의회는 모든 시민들이 낮과 밤에 상관없이 공공장소에서 즐길 수 있는 권리를 갖는다고 밝혔다. 따라서 축제나 파티가 있을 때 사람들은 "펀트 라일라 (punt lila)"나 "퍼플스팟(purple spot)"이라는 이름의 안내센터를 통해 성희롱이나 과격 행동 예방에 관한 조언을 얻을 수 있다.

안내센터 직원들은 밤의 축제를 즐기는 젊은이들의 주위를 살피며 그들에게 문제가 생길 경우 언제든 도움을 요청하라고 말해준다.

또, 바르셀로나 시의회는 "No es No ('안돼'는 없어)"라는 이름으로 애플리케이션을 만들어 사람들이 직접 경험했거나 목격한 성적 피해를 익명으로 제보하도록 돕는다.

더 많은 화장실

전 세계의 모든 여성이 화장실을 사용하기 위해 남성보다 더 긴 줄을 기다려야 한다는 점은 불편한 진실이다. 남성들은 서서 소변을 보지만 여성은 변기에 앉아야 하기 때문에 여성은 화장실 사용에 3배 정도 더 긴 시간이 필요하다. 또한 여성은 생리나 임신 등의 이유로 남성보다 화장실을 더 자주 이용한다. 또, 대부분 사회에서 간병인은 여성이기 때문에 그들은 화장실에 갈 때 사람을 동반한다.

'콜렉티브 포인트6 (Collective Point6)'의 블랑카 발디비아는 대다수의 엄마들이 유모차 때문에 공중 화장실을 사용하지 못한다고 말한다.

뿐만 아니라 화장실 칸막이는 소변기에 비해 2배 혹은 3배의 공간을 차지한다. 따라서 이론상으로 여성의 화장실은 적어도 3배 이상 그 크기를 확장해야 하며 더 많이 지어져야 한다. 하지만 건물 디자인은 이러한 것들을 거의 고려하지 않는다.

놀이터

우리가 인식하든 그렇지 않든, 아주 오래전부터 우리가 사용하는 공간들은 -심지어 놀이터조차- 분리돼 지어졌다.

공정한 놀이터를 만들기 원하는 도시 디자이너들의 모임 '이퀄사리(Equal Saree)'의 건축가 다픈 살다나는 이렇게 말했다.

"놀이터의 디자인에 대해 깊이 생각하지 않는다면, 대개의 경우 하나의 큰 공간을 떠올릴 겁니다. 그리고 그 공간은 보통 '축구'라는 하나의 활동에만 지배되죠. 축구가 모든 공간을 차지해 버리는 겁니다."

이 단체는 최근 바르셀로나 근교의 폐허가 된 어두운 공간을 놀이터로 변화시켰다. 그들은 물감과 나무, 야외의 가구들을 이용해 공간들을 나누었다. 공원 여기저기에 통로를 내고, 야외에 다양한 공간을 만들어 보다 많은 활동이 가능하도록 했다. 놀이터는 더 이상 하나의 그룹이나 하나의 게임으로만 점령되지 않는다.

여성주의자들에게 또 다른 중요한 원칙은 바로 '경청'이다. 그들은 젊은이와 노인, 여성과 남성 등 모든 사람들에게 공간을 통해 얻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물어보았다.

그중 가장 놀라웠던 대답.

벤치

'컬렉티브 포인트 6(Collective Point6)'의 블랑카 발디비아는 "이는 단순히 사회적인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벤치는 아픈 사람이나 장애를 가진 사람들, 간병인들 또는 아이들을 돌보는 사람들을 위해 꼭 필요한 사회 시설이죠. 사람들은 벤치가 부족해 공공장소를 제대로 사용하지 못합니다."

바르셀로나 당국은 한 동네에만 500개의 새 벤치를 추가로 만들었다.

거리 이름

더 공정한 도시를 만드는 일은 여성이 안전하다고 느끼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들이 더 눈에 띌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다. 역사 책 내용을 떠올려 본다면, 과거의 도시는 대부분 남성의 성과를 축하하기 위한 이미지들로 가득 채워져 있을 것이다.

세계 대도시 7곳을 연구한 최근 결과에 따르면, 거리 이름의 27.5%만이 여성의 이름에서 유래했다. 바르셀로나 시의회는 바르셀로나 거리의 60%가 여성의 이름이 되도록 추진했다.

여성에 의해 도시를 만들어가는 것은 여전히 불가능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바르셀로나의 사례를 통해 미래의 도시 모습이 어떠할지 짐작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추가 취재: 카멜리아 사데크자데, 에바 온티베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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