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인공지능 프로그램이 막은 중국 학생의 자살시도

People on computers graphic

난징에 사는 중국 대학생 21살 리판은 밸런타인데이 다음 날 웨이보에 다음과 같은 짧은 글을 남기고 자살을 시도했다.

"더 이상 계속할 수 없다. 포기하겠다"

그는 곧 의식을 잃었다.

빚을 지고 있었던 리판은 어머니와 사이가 틀어진 상태였고, 심한 우울증에 시달리고 있었다.

그런데 8,000 km 떨어진 암스테르담 한 컴퓨터 프로그램이 리 판의 글을 탐지했다.

중국 전역의 자원 봉사자에게 '자살 위험' 신호를 주는 프로그램이었다.

사람들은 지역 경찰에 신고했고 결국 리판를 구할 수 있었다.

특별 사례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이는 트리 홀 구조팀 성공 사례 중 하나에 불과하다.

이 이니셔티브를 시작한 사람은 암스테르담 자유대학교 인공지능(AI) 선임연구원인 황지솅이다.

이미지 캡션 트리 홀 구조팀을 만든 황지솅

지난 18개월 동안 그가 고안한 이 프로그램은 중국 전역의 자원봉사자 600여명이 사용했다. 자원봉사자들은 700여명에 달하는 사람들을 구조했다고 밝혔다.

황 연구원은 BBC에 "잠깐 머뭇거리다간 많은 이들의 생명이 사라지게 될 것"이라며 "매주 10명의 목숨을 구할 수 있다"고 했다.

첫 구조 작전은 2018년 4월 29일 시작됐다.

중국 북부 산둥성에 사는 대학생인 타위예(22)는 이틀 후에 자살 하겠다는 글을 웨이보에 올렸다.

중국과학원 소속 자원봉사자 펑링 등이 이 글에 반응했다.

펑링은 BBC뉴스에 이전 게시물을 통해 그의 친구 중 한 명의 전화번호를 찾았고, 그 정보를 대학에 전달했다고 말했다.

그는 "그가 잠들기 전에 메시지를 전하려고 애썼고, 데리러 갈 수 있다고 이야기 했다"며 "타위예는 [중국 앱] 위챗에 나를 친구로 추가하고 점차 마음을 진정했다"고 회고했다.

이어 "그 이후로 그 친구가 음식은 잘 챙겨 먹곤 있는지 계속 체크하고 있다. 우리는 또 일주일에 한번 인터넷을 통해 꽃다발도 사준다"고 했다.

그 외에도 이 팀은 다리에서 뛰어내리려 했던 남성을 구조하고, 성폭행을 당한 뒤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했던 여성도 구해냈다.

1년여간 여기에 참여해 온 베이징 심리학자 리홍은 "자살 구조는 운과 경험, 모두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미지 캡션 심리학자 리홍은 자살을 기도한 30명을 구조했다

그는 자살을 마음 먹은 여성이 시내에서 방을 예약했다는 사실을 알아내고, 해당 여성을 찾으려고 동료들과 청두에 있는 호텔 여덟 곳을 방문했던 일을 떠올렸다.

리홍은 "호텔 리셉션에서는 죄다 그 여성을 모른다고 했다"며 "하지만 잠시 망설이는 듯한 호텔 안내원이 있었는데 분명 이곳이라고 직감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이들을 움직이게 한 컴퓨터 시스템은 어떻게 작동할까?

자바에 기반을 둔 이 프로그램은 웨이보에 있는 여러 개의 이른 바 '나무 구멍(tree hole)'을 감시하고 거기에 게재된 메시지를 분석한다.

'나무 구멍'은 다른 사람들도 읽을 수 있는 비밀글 인터넷 공간 '수동(树洞 나무 구멍)'을 뜻한다.

나무에 난 구멍에 비밀을 털어놓은 한 남자에 대한 아일랜드 이야기에서 영감을 얻었다.

2012년 웨이보에 글을 남기고 자살한 주판(23)의 글이 대표적이다.

이미지 캡션 이 소프트웨어는 웨이보에서 자살 관련 특정 키워드를 능동적으로 검색한다

그가 죽은 후, 수만 명의 사람들이 자신의 문제를 댓글로 털어놓으며 주판의 원 게시물은 '나무 구멍'처럼 됐다.

프로그램 작동 원리를 보면 AI가 자동으로 1점에서 10점까지 순위를 매긴다.

곧 자살 시도가 있을 것으로 보이는 글에는 9점, 이미 자살이 진행되고 있을 가능성이 높은 글에는 10점이 매겨진다.

이 경우 자원봉사자들은 경찰에 직접 신고하거나 관련자의 친척과 친구들에게 연락을 취한다.

그러나 부정적인 단어가 탐지되는 정도의 6점 이하는 보통 개입하진 않는다.

이 팀이 흔히 마주치는 문제 중 하나는 나이 든 가족들 사이에서 우울증이 큰 문제가 아니라고 여기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리판은 BBC에 "고등학교 때 우울증에 걸렸다는 걸 알았지만, 엄마는 말도 안 된다며 더 이상 생각하지 말라고 했다"고 말했다.

AI 프로그램은 한번은 "새해가 되면 자살하겠다"는 젊은 여성의 글을 탐지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자원봉사자들이 그 여성의 어머니에게 연락했을 때 돌아온 반응은 "내 딸은 지금 매우 행복하다. 어떻게 감히 내 딸이 자살을 계획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냐'하는 조소였다.

자원봉사자들이 딸의 우울증 증거를 보여줬지만 그 어머니는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한다.

결국 경찰이 옥상에서 뛰어내리려던 딸을 제지한 사건이 있었던 후에야 어머니가 마음을 바꿨다.

긴 여정

그간 이룬 성과에도 황지솅 연구원은 이 프로젝트에 한계점을 인정했다.

그는 "웨이보는 웹 크롤러 사용을 제한하기 때문에 매일 3000여 개 정도만 수집할 수 있다"며 " 평균 한 두 건밖에 구할 수 없고 가장 시급한 건에만 집중하는 쪽을 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구조 이후 문제도 있다. 장기적 보살핌이 필요한 사람도 있기 때문이다.

이미지 캡션 자원봉사자들은 구조된 사람들과 수주 혹은 수개월에 걸쳐 연락을 하며 상태를 체크한다

리홍은 "지금 내 삶의 대부분은 구조된 사람들로 가득 차 있다"며 "때론 아주 피곤하기도 하다"고 했다.

그는 현재 구조됐던 8명의 사람들과 연락을 취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구조팀의 노력에도 다시 자살 결심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

펑링은 구조된 후 매일 회복세를 보였지만 자살한 한 청년의 사례를 들었다.

이틀 전까지만 해도 본인의 사진 관련해서 이야기했지만 결국 목숨을 끊었다는 것이다.

펑링은 "오랜시간 어울렸던 사람이 갑자기 사라졌다는 것이 내겐 큰 충격이었다"고 했다.

다행히도 리판의 경우 건강하게 지내고 있으며 현재 호텔에서 일하고 있다.

그는 "많은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기 때문에 이 직업을 좋아한다"고 했다.

리판는 구조팀 노력에 매우 감사했지만, 결국 장기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개인에게 달려있다며 이 말을 남겼다.

"인간의 애환은 잘 통하지 않는 것이 많다. 그러니 스스로 만회해야 한다"

취재원의 요청의 따라 구조된 사람들의 이름은 가명을 사용했습니다.

일러스트레이션 디자인: 데이비스 수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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