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 근무 중 낮잠시간을 허용해야 할까

Bader Ginsberg grabs some shut eye during Obama's State of the Union in 2015 Image copyright Getty Images

미국 연방정부가 근무시간 중 조는 직원에 강경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예전에도 사무실에서 조는 행위는 비난을 받아왔지만, 이를 명백히 금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달 초, 미 연방조달청 (GSA-General Services Administration)은 "직접적인 허가를 받았을 경우를 제외하고, 연방건물 내에서 수면을 취하는 것을 금지한다"는 지침을 내렸다.

조달청은 이같은 결정의 배경에 대해서는 침묵했다. 미국에서 정부기관이 업무시간 중 조는 직원을 단속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8년 캘리포니아 주 감사국은 하루 근로시간 중, 많을 때는 3시간씩이나 낮잠을 잔 차량국 직원에 대한 근태 보고를 발표했다. 이 직원의 불량한 근태로 발생한 해당 기관의 생산성 손실은 지난 4년간 약 4만 달러 (약 한화 4680만원)에 달했다. 업무 처리가 늦어지는 만큼 동료들이 대신 일을 처리해야 한 것도 물론이다.

다만 이 직원은 그의 건강을 우려한 직장상사 덕분에 징계를 면했다.

근무 중 수면시간으로 부족한 잠을 보충한다는 발상은 다소 황당하지만, 이를 찬성하는 이들은 낮잠으로 생산성 향상을 기대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하버드 의대 부속 브리그햄 여성병원 수면의학 책임자이자 미국수면의학회(AASM) 회장을 지낸 로렌스 엡스타인 교수는 약 7천만명의 미국인이 수면장애를 앓고 있다고 추정했다.

인디애나 주에 위치한 볼 주립대 연구팀은 15만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평균 수면시간을 '7시간 이하'라고 답한 응답자 비율이 2010년 30.9%에서 2018년 35.6%로 증가했다고 밝혔다. 그 중 경찰·의료보건에 종사하는 응답자 중 절반이 수면 부족에 시달리고 있었다.

앱스타인은 BBC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전했다.

"문제에 대한 인식이 커지면서 일부 기업에서는 대책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다만 안타깝게도 아직 정부기관이 주도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습니다. 충분이 조치를 취할 수 있고, 또 그래야 하지만 아무런 대처가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수면 부족은 과체중, 당뇨, 심장질환, 뇌졸중 및 우울증·불안장애와 같은 정신질환과 연관된다. 랜드연구소(RAND Corporation)가 2016년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수면 부족이 초래하는 생산성 손실 등으로 미 경제가 입는 피해는 매년 4100억 달러 (한화 약 480조)에 달한다.

이러한 이유로 앱스타인을 포함한 여러 전문가들은 근무 중 낮잠시간 도입을 찬성한다.

"수면 부족에 시달리는 직원들은 업무에 최선을 다해 임하지 않기 때문에 산재 사고에 휘말릴 가능성이 높으며 비교적으로 질병에 취약하기 때문에 회사에게는 더 큰 부담이 될 수 있습니다."

일부 국가에서는 사무실 내 낮잠에 대해 관용적이다. 일본에는 장시간 근무하는 직원들이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방음이 되는 부스를 설치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영국에서도 근로자들에게 낮잠을 허용하자는 주장이 점차 주목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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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 앤 제리스 같은 회사들은 이미 직원들을 위해 휴게실을 운영 중이다. 약 30평 남짓한 '다빈치 룸'은 소파 겸 침대 하나와 얇은 담요로 간소하게 꾸며졌다.

휴게소를 이용하려는 직원들은 원칙적으로 신발을 벗어야 하며 최대 사용시간은 20분이다. 컨디션이 안 좋아 그 이상의 휴식이 필요한 직원은 병가를 내고 퇴근하도록 조치한다.

벤 앤 제리스 대변인 로라 피터슨은 이러한 시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근무 중 낮잠"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사라지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휴게실 신청 양식에 '도날드 덕'과 같은 가명을 쓰는 직원들이 늘어나자 결국 신청서 자체가 폐기되기도 했다.

올해 입사 3년이 된 피터슨은 자신도 네 번이나 수면실을 사용했지만 "많은 직원들이 수면실 사용에 대해 여전히 떳떳하지 못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가끔 실제 잠이 들기도 하고, 사용 시간을 넘지 않도록 알람까지 맞춰둔 적도 있는 걸요. 재충전엔 그만입니다. 휴식 후에는 생산성이 더 높아지는 걸 스스로도 느끼고요."

다른 직원들도 이에 동의한다.

또 다른 직원인 롭 미캘락은 "처음 이용했을 땐 조금 이상하게 느껴지긴 했지만 효과가 어마어마해 곧 그런 생각은 지워버렸어요. 두 번째로 다빈치 룸을 찾았을 때는 확신이 있었습니다. 여기를 나설 땐 다시 모니터 앞에 앉아 제 기력을 갉아먹었던 문서와 재충전된 상태로 마주할 수 있다는 확신이요."

Image copyright MetroNaps

이런 가운데 '낮잠'을 사업 아이템으로 내세운 기업들도 등장했다.

캐나다 최초의 수면카페 "냅 잇 업(Nap It Up)"의 창립자인 메자빈 라만은 은행 근무 시절, 긴 노동시간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밝혔다.

토론토에서도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에 위치한 이 스튜디오는 캐나다 10달러(한화 약 8,800원)를 지불하고 25분동안 트윈 베드를 이용할 수 있다. 각 휴식공간은 두꺼운 커튼으로 분리되어 프라이버시를 보장하며, 내부에는 은은한 라벤더 향이 맴돈다.

메트로냅스(MetroNaps)는 한 발 더 나아가 초현대식 디자인의 '에너지 포드(Energy Pod)'를 생산 중이다. 인체 공학적으로 설계되었기 때문에 비스듬하게 누워도 편히 쉴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에너지 포드는 24시간 운영하는 병원·공장·공항 주변에서 인기를 끌고 있으며 최고경영자(CEO) 크리스토퍼 린드홀스트는 추후 헬스장이나 대학 등에도 공급할 계획이 있음을 시사했다.

"처음 사업을 시작했을 때, 근무시간 중 낮잠을 장려하다니 다들 미친 짓이라고 생각했죠. 하지만 직원들이 최상 컨디션으로 출근하는 것을 여태까지 기업들이 너무 당연시 여긴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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