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종차별: 세리에A는 왜 원숭이 그림을 사용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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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캡션 루이지 데 시에르보 세리에A 회장(왼쪽)과 원숭이 포스터를 그린 시모네 푸가조토 작가(오른쪽)

이탈리아 프로축구 세리에A(1부리그)가 인종차별 반대 캠페인의 일환으로 만든 포스터에 원숭이 그림을 사용해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

이탈리아 프로축구에서의 인종차별을 감시하는 단체 파레(FARE)는 이 포스터가 "역겨운 농담"이라고 비난했다. 노르웨이 국가대표 공격수 출신 얀 에이지 조르토프는 "세리에A에 제정신인 사람은 없는가"라며 충격을 감추지 못했다.

이탈리아 예술가 시모네 푸가조토가 제작한 포스터에는 서로 다른 3개 팀의 대표색을 얼굴에 칠하고 있는 원숭이 3마리가 등장한다.

푸가조토는 작품의 의도가 인종차별주의자들을 향해 "우리는 원래 모두 원숭이였다"는 것을 상기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미 인종차별 논란에 시달리고 있는 이탈리아 축구계에서 그의 설명은 곱게 받아 들여질 리 없었다.

인종차별적 응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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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캡션 이달 초 이탈리아 매체 코리에레 델로 스포르트는 로멜로 루카쿠와 크리스 스몰링의 사진 위에 '블랙 프라이데이(검은 금요일)'라는 제목을 달기도 했다

많은 이들이 이 포스터에 분노하는 이유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추가 배경 설명이 필요하다.

1970년대, 흑인 선수들이 유럽 축구 리그들에 자주 등장하기 시작하면서, 이 선수들을 향해 인종차별을 드러내는 구호를 외치는 행위가 유럽 프로 축구계에서는 항상 문제가 돼왔다. 이런 문제는 가장 많은 사람들이 시청하는 영국 프리미어리그를 포함한 유럽 전역에서 여전히 발생하고 있지만, 이탈리아 축구는 그중에서도 특히 인종차별이 두드러지는 것으로 악명이 높다.

단순히 몇몇 개인의 일탈적인 행동으로서가 아닌 관중 전체가 인종차별적 구호를 공공연히 외쳐대는 모습은 이탈리아 축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일이었다.

일부 팬들은 흑인 선수들을 향한 인종차별적 괴롭힘이 선수들의 헤어스타일이나 몸매 등을 놀리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주장한다. 그저 매너없는 관중일 뿐 인종차별주의자인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9월 칼리아리의 팬들이 인터 밀란 공격수 로멜루 루카쿠를 향해 "원숭이 안녕"이라는 노래를 불렀을 때도 이 노골적인 인종차별 표현을 옹호한 인터 밀란 팬들도 있었다. 그들은 "이탈리아에서는 상대팀을 심리적으로 망가뜨리게 하기 위해 이런 방법을 사용하는 것일 뿐 인종차별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흑인 선수가 표적이 될 때 그 '방법'들은 대체로 원숭이 소리로 표현된다. 흑인 선수들이 '원숭이'를 닮았으며, 그들이 인간보다 열등한 존재라는 인식을 내포하고 있다.

이런 배경을 알고 본다면 원숭이 그림을 인종차별 반대 포스터에 사용한 것이 왜 분노를 일으키게 할 만한 일인지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에버튼과 맨체스터 시티의 수비수였던 실뱅 디스틴은 BBC와의 인터뷰에서 "도대체 인종차별적 그림이 어떻게 인종차별 반대 메시지를 전달하겠다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며 "아무리 생각을 해보고, 그 포스터를 만든 작가의 인터뷰를 아무리 많이 찾아봐도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작가는 지난 5~6년간 쭉 원숭이를 그려왔고, 우리는 모두 원숭이에서 출발했다는 이야기를 하려고 했다고 하는데 별로 설득력 있게 들리지가 않는다"고 덧붙였다.

도대체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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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캡션 나폴리 팬들은 지난해 12월 원숭이 소리와 각종 차별 단어를 주심에게 항의했다가 경고 누적으로 퇴장당한 쿨리발리를 지지했다

디스틴이 지적했듯이 푸가조토는 계속해서 원숭이를 주제로 작업을 해왔고, 그렇기 때문에 그의 작품을 너무 심하게 비난하는 것은 옳지 못한 일일지도 모른다.

또 작품이 논란이 되자 푸가조토가 지난 시즌 축구 경기를 직관하던 중 관중들의 행동에 영감을 받아 작업을 진행하게 되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는 "원숭이를 인간에 대한 은유로 사용해 인종차별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며 "작년에 인터 밀란 대 나폴리 경기를 보던 중 관중이 내가 좋아하는 선수인 쿨리발리에게 '원숭이'라고 외치는 모습을 보고 수치심을 느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푸가조토는 또 "5~6년간 원숭이들을 그려왔고, 이번 작품을 통해서 '우린 어차피 다 똑같은 유인원이다'라고 말하고 싶었다. 파란 눈의 서양 원숭이, 아몬드 모양의 눈을 가진 아시아 원숭이, 그리고 검은 피부를 가진 원숭이를 모든 것의 근원인 가운데에 배치함으로써, 결국 '우린 다 같다. 우린 다 원숭이다'라는 것을 표현했다"고 말했다.

작가의 의도가 그랬다 하더라도 리그 차원에서 원숭이를 그려온 푸가조토에게 그림을 사용했는지는 의문이다.

당초 루이지 데 시에르보 시리에A 회장은 "진짜 예술은 도발"이라며 "시모네의 작품은 페어플레이와 관용이라는 가치를 잘 드러내고 있고, 이 작품을 본부에 영구 전시할 계획"이라며 비판을 일축해 오히려 논란에 기름을 부었다.

그는 이어 "시리에 A는 어떤 종류의 차별에도 반대한다. 우리는 만연한 인종차별 문제가 아주 복잡한 문제임을 인지하고 있으며, 이 문제를 시모네의 작품과 같은 문화 예술적 측면, 선수와 클럽들이 스포츠를 대하는 태도, 또 경찰과의 협조를 통한 잘못된 행동 탄압 등 크게 3가지 측면에서 해결해 나가고자 한다"고 밝혔다.

지난 18일 비난이 더욱 거세지자 그는 결국 "부적절했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진심으로 사과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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