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이란: 핵합의 탈퇴 배경은?

이란 정부는 5일 성명을 내고 그들이 2015년 핵 합의에서 정한 핵 동결 제한 규정을 지키지 않겠다고 말했다 Image copyright EPA
이미지 캡션 이란 정부는 5일 성명을 내고 그들이 2015년 핵 합의에서 정한 핵 동결 제한 규정을 지키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란이 사실상 핵합의 탈퇴를 선언했다.

이란 정부는 지난 5일 성명을 내고 다른 나라들이 2015년 핵 합의에서 정한 핵 동결 제한 규정을 지키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번 선언은 이란의 최고위 장성 거셈 솔레이마니가 무인기 폭격으로 사망한 뒤 나왔다.

핵 합의(JCPOA, 포괄적공동행동계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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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캡션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에게 미국인과 미국 자산을 공격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이란은 2015년 7월 주요 6개국(유엔 안전보장이사회 5개 상임이사국과 독일)과 핵 프로그램 동결에 합의했다.

이들은 당시 합의를 통해 이란 내 우라늄 농축용 원심분리기 수량과 성능을 제한했다.

핵무기 제조에 필요한 우라늄 생산을 막거나 보유에 걸리는 시간을 늘리려는 의도였다.

하지만 핵 합의는 2018년 5월 미국이 일방적으로 탈퇴하며 위기를 맞았다.

당시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영구적으로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 개발을 중단하는 새로운 합의를 도출해내기 위함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란은 이에 반발해 점진적으로 핵 합의 이행 수준을 줄였다.

결국 이란은 이번에 공식 성명을 통해 마지막 핵심 부분이었던 원심분리기 수량 제한까지 지키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핵 합의 불이행 선언으로 이어진 '군부 실세의 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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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캡션 거셈 솔레이마니

2019년 3일, 이란혁명수비대 정예군의 거셈 솔레이마니 총사령관이 이라크에서 미군 공습에 사망했다.

미국 국방부는 공습이 "대통령의 지휘 아래" 진행됐다고 밝혔다.

공습으로 사망한 솔레이마니는 이란 군부의 최고 실세 중 한 명이자, 이란의 역내 전략 설계에 깊이 가담하고 있는 인물이다.

이란의 자바드 자리프 외무장관은 이번 공습을 "굉장히 위험하고 어리석은 도발"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란 정부는 그의 죽음에 강력한 보복을 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미국이 이란의 52개 장소를 목표물로 삼고 있으며, 만약 이란이 미국인이나 미국의 자산을 공격할 경우 이를 "매우 빠르고 매우 강력하게" 타격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과 이란 간 긴장이 고조됐고, 국제 유가는 한때 4% 넘게 급등했다.

독일 앙겔라 메르켈 총리, 프랑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 영국 보리스 존슨 총리는 중동 지역 긴장 완화를 위해 함께 노력하기로 합의했다고 AFP 통신이 보도했다.

하지만 존슨 총리는 동시에 솔레이마니의 사망을 "애도하지 않겠다"며 그가 영국에 "위협"이었다고 말했다.

분석

조나단 마커스, BBC 군사 전문 기자

2015년 핵 합의는 2018년 미국 트럼프 정부가 탈퇴를 선언한 이후 사실상 위태로운 상태에 놓여 있었다. 이번 선언으로 마침표가 찍힐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핵 합의를 가리켜 당선 전후로 꾸준히 전임자 오바마가 이란과 "나쁜 협상"을 했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핵 합의에 참여한 영국, 프랑스, 중국, 러시아, 독일 등 다른 국가들은 일제히 의미 있는 합의라고 믿어왔다.

JCPOA로 알려진 2015년 핵 합의는 증명 가능한 방식으로 핵 프로그램 개발을 제한했다는 의미도 있지만, 일촉즉발의 상황에서 전쟁을 막아냈다는 상징성이 더 컸다.

그 당시 합의가 이뤄지기 전, 이란의 핵 개발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이스라엘 (혹은 이스라엘과 미국)이 이란의 핵 시설을 공격할 가능성이 매우 높았기 때문이다.

미국이 핵 합의에서 탈퇴하면서, 이란은 JCPOA의 핵심 규정을 배제하는 데 성공했다.

그리고 이란은 이제 남은 규정까지 모두 벗어던질 모양새다.

이제 중요한 건 이란의 선택이다. 정확히 우라늄 농축 수량을 어디로 제한할까?

핵폭탄을 만드는 데 필요한 재료를 구하는 시간이 많이 줄어들까? 그래도 국제 사회의 핵 시설 사찰 기준을 따를까?

어쨌거나 트럼프 정권은 2018년 5월 자신들이 원했던 목적지에 도달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주요 국가들은 미국이 핵 합의를 끝내버린 것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의 군부 실세를 죽이기로 한 결정에 충격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 이란이 다시 한번 전쟁 일촉즉발의 상황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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