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데미상: '춘향뎐'에서 '기생충'까지... 한국 영화는 어떻게 세계의 인정을 받았나

기생충 제작진과 출연진 Image copyright Getty Images

한 전직 영화기자는 '기생충'이 미국 아카데미상을 수상하던 순간이 "월드컵 결승전 보는 기분"같았다고 BBC 코리아에 말했다.

축구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도 한국이 월드컵 예선을 통과하느냐에 대해서는 지대한 관심을 기울인다. '기생충'이 아카데미상을 타느냐의 여부에 대한 관심도 비슷했다.

봉준호 감독 본인도 이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다. '기생충'이 받은 4개의 아카데미상 중 첫 번째였던 각본상을 받았을 때 그는 이렇게 말했다.

"사실 국가를 대표해서 (시나리오를) 쓰는 건 아닌데 이 상은 한국이 받은 최초의 오스카상입니다."

그러나 한국 영화는 이전부터 40년 가까이 국제적 시상식에 꾸준히 도전해왔다. 이번 아카데미상 수상은 그중 가장 최근의 결실일 따름이다.

앞서 국제 시상식에 도전했던 한국 영화들은 무엇이 있나?

한국 영화가 국제 무대 시상식의 문을 처음 두드린 것은 1961년이었다. 강대진 감독의 '마부'가 베를린 영화제에서 특별은곰상을 받았다.

같은해 발표된 신상옥 감독의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는 1962년 미국 아카데미외국어영화상에 도전했지만 최종 후보에는 오르지 못했다.

소위 말하는 '3대 국제영화제' 중 가장 영향력이 크다고 알려진 칸 영화제에 처음 입성한 것은 1984년. 이두용 감독의 '여인잔혹사 물레야 물레야'가 '주목할 만한 시선'에 초청됐다.

한국 영화가 국제영화제의 경쟁 부문에서 본격적으로 뛰기 시작한 것은 2000년대부터다. 한국 영화가 본격적으로 양적, 질적 성장을 시작한 시기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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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캡션 임권택 감독은 한국 영화계에 처음으로 국제 영화제 경쟁 부문에서 상을 안겼다

임권택 감독의 '춘향뎐'이 2000년 처음으로 칸 영화제 경쟁 부문에 출품됐고 임 감독은 2002년 '취화선'으로 마침내 같은 영화제에서 감독상을 받았다.

'취화선'의 감독상 수상은 한국 영화가 국제 영화제 경쟁 부문에서 처음으로 상을 받은 것이어서 그 의미가 컸다.

이후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가 2004년 칸 영화제 심사위원대상을 탔고 이창동 감독의 '밀양'으로 배우 전도연이 2004년 칸 영화제 여우주연상을 받는다.

3대 국제영화제에서 처음으로 최고상을 받은 이는 김기덕 감독이다. '피에타'로 2012년 베니스 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받았다.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은 이후의 역사를 화려하게 장식했다. 작년 5월 칸 영화제의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수상했고 이번에 아카데미 작품·감독·각본상을 휩쓸었다.

한국 영화가 봉준호 이전에는 썩 훌륭하지 않았나?

한국 영화는 오래 전부터 세계 영화계에서 널리 받아들여졌음에도 불구하고 국제적인 영화상을 받는 데는 시간이 오래 걸렸다고 한 영화 전문가는 말했다.

"한국 영화는 15년도 전부터 (세계의) 영화업계와 영화 매니아들 사이에서 매우 높은 평가를 받아왔습니다." 숭실사이버대학교의 영화 과목 교수인 제이슨 베셔베이스는 BBC에 말했다.

"하지만 미국의 시상식에서 인정을 받기까지는 시간이 좀 걸렸죠. 칸 영화제 같은 곳에서도 한국 영화에 황금종려상을 주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렸어요."

그는 이창동 감독의 '버닝'이 작년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현 '국제영화상') 최종 후보에 거의 근접했던 것과 박찬욱 감독의 '아가씨'가 2018년 영국 아카데미(BAFTA)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했던 것을 예로 들면서 미국 아카데미에서 한국 영화가 수상하는 것이 "시간 문제처럼 여겨졌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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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캡션 박찬욱 감독(왼쪽)은 2018년 BBC 드라마 시리즈 '리틀 드러머 걸'을 연출하기도 했다

'기생충'이 아카데미상을 휩쓸 수 있었던 까닭은 무엇일까?

작품 자체의 완성도는 물론이고 한국적 배경을 두고서도 세계적으로 공감을 얻을 수 있는 소재를 사용한 것이 '기생충'의 성공에 주효했다고 베셔베이스 교수는 말했다.

"그는 영화 하나에서 관객을 여러 방향으로 데려가는데 이는 극소수의 영화감독만이 할 수 있는 거에요. 아무런 위화감도 느껴지지 않게 해학적인 순간을 즉각 공포의 순간으로 전환시킬 수 있죠."

"'기생충'은 한국적인 뉘앙스를 갖고 있지만 주된 테마인 사회 계층의 분열은 보편적인 겁니다." 그는 덧붙였다. "영화는 관객들을 우리가 속해 있고 빠져나갈 곳이 보이지 않는 체제 안에서 현실적인 절망을 느끼게 하죠."

'적절한 시점'도 큰 요인

한편 '기생충'의 성공에는 영화 외적인 요소도 작용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미국 아카데미가 '백인 위주'라는 비판에 대해 아카데미가 대응해 온 것이 그 중 하나다.

"최근 아카데미의 작품상 선정 경향 자체가, 완성도도 중요하지만 영화가 가진 메시지를 중요하게 여기는 쪽으로 가고 있어요." 영화 전문기자 나원정 씨는 BBC 코리아에 말했다.

"(작년 작품상 수상작인) '그린 북'도 당시에 작품상을 받으리란 생각은 (전문가들이) 별로 안했는데 흑인과 백인의 인종 화합에 대한 메시지를 담고 있었죠."

"5년 전부터 '오스카 소 화이트(#OscarSoWhite, 아카데미상이 백인 위주라는 비판을 담은 해시태그)' 때문에 아카데미 회원을 인종적, 국가적으로 다양하게 하려는 시도가 계속 돼 왔고, 아카데미 회원들의 투표로 수상작을 선정하기 때문에 그런 것들이 절묘하게 맞아떨어진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나 기자는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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