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왜 일부 인종이 더 취약하게 나타날까?

  • 크리스틴 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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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군 중사가 뉴욕 한 지역병원에서 코로나19환자를 살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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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러스에는 국경이 없다. 바이러스에 대한 취약함도 저마다 다르다. 지금까지의 상황을 보면 인종은 큰 차이를 낳는 요인으로 꼽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초기 자료를 인종으로 분류해 살펴보면 놀라운 결과가 나온다.

2020년 4월 초 기준, 미국 시카고 지역 코로나19 사망자의 72%가 흑인이었다. 시카고 인구에서 흑인 비중은 전체 대비 1/3이다.

4월 17일까지 조지아주에서 확인된 코로나19 확진자의 40%는 백인이었다. 조지아주는 백인이 전체 인구의 58%를 차지한다.

영국에서 처음 나온 코로나19 확진자 2249명 중 35%가 유색인종이었다.

영국과 웨일스에서 유색인종이 차지하는 비율은 14%라는 최근 통계를 감안하면 이는 매우 높은 수치다.

건강의 불평등함은 역사적으로 오래된 일이기에 지금의 상황이 그리 놀라운 일은 아니다.

그럼에도 최근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은 인종적 역학이 작동하는 방식을 일정 부분 설명해준다.

소득 불평등

미국처럼 백인이 다수를 점하는 국가들(남아프리카공화국와 같이 백인이 소수인 일부 국가들도 포함)에서 백인이 아닌 다른 인종은 경제적 자원에 대한 접근성이 떨어진다.

소득이 많은 직업이나 충분히 먹고 살만한 형편을 갖추기 어렵다는 뜻이다. 이 같은 경제적 취약성은 종종 더 열악한 건강 상태로 이어진다.

식량 안정성을 예로 들어 보자. 팬데믹 이전에도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굶주림 위기에 놓인 가정의 91.1%는 흑인 가장을 둔 가정이었다. (백인은 전체 인구의 7.9%를 차지하는데) 백인이 가장인 가정중에 이같은 처지에 놓인 가정은 1.3%였다.

캐나다에선 코로나19 전부터 원주민 가정 48%가 식량 위기를 겪었고, 이번 사태로 인해 생업인 어업에 어려움이 가중됐다.

2018년 기준 미국에서도 흑인 가정중 식량위기를 겪는 비율이 전체 평균의 두 배에 달했다. 이번 위기 전에도 실업과 푸드뱅크 축소로 다섯 가구중 한 가구가 식량 부족 상태였다.

식량 부족은 많은 결과를 낳는다. 기저 건강 상태가 악화되는 것도 그중 하나다.

예를 들면, 미국에서는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이 백인들보다 당뇨병과 심장질환, 폐와 면역체계를 약화시키는 고혈압에 걸릴 가능성이 더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기저 질환이 있는 사람들은 코로나19에 걸렸을 때 더욱 심각한 증상을 경험할 수 있다.

물론 이것은 단지 특정 집단이 코로나19에 취약하다는 의미는 아니다. 경제적 상황과 결부되었을 때 트정 집단이 더 취약해질 수 있다는 뜻이다.

비트바테르스란트 대학교의 개발경제학자인 임라안 발로디아는 폐쇄로 인해 소득 최하위 10%에 있는 가정에서 소득이 45% 줄어들 것으로 예측했다.

그가 폐쇄(대안으로는 통행 금지가 있다) 중단을 요구하는 이유다.

발로디아는 "지속적인 소득이 있고 자산이 있는 상류층은 폐쇄를 버틸 수 있지만, 경제적 하층은 그렇지 못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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캘리포니아주 푸드뱅크에서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인종적 불균형

BAME(Black, Asian and Minority Ethnic - 흑인, 아시아계, 소수 민족)에게 더 가혹한 문제는 경제적 불평등만이 아니다.

거주 환경 문제도 있다. 예를 들어 북아메리카와 유럽에서는 많은 소수 인종 가정이 소각장이나 매립지 근처에서 살고 있다.

고속도로나 산업지대 인근에 있는 학교를 다니는 비율도 소수 인종에서 특히 높게 나타난다.

여기에는 경제적인 이유와 비경제적인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그런데 이런 환경은 사람을 천식이나 코로나19 같은 폐 관련 질환에 더욱 취약하게 만든다.

폐 보건 기구인 '더 유니온(The Union)에서 결핵 관련 부서를 맡고 있는 그라니아 브리지든은 "공기의 질은 호흡기 건강의 위험요인이자, 코로나19 초기 자료에서 잠재적 위험 요인으로 강조된 바 있다"고 말했다.

건강보험도 균형을 상실했다. 미국의 경우 원주민, 히스패닉, 아프리카계는 백인이나 아시아계보다 건강보험 가입률이 더 낮다.

인종적 편견도 한 몫 한다. 미국에서 나온 조사를 보면, 백인 의료진들은 유색인종을 대할 때 소통도 적고 보다 불확실한 태도를 취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6년 백인 의대생들을 조사한 연구에서는 '흑인 환자는 백인 환자보다 고통을 덜 느낀다'는 생각을 가진 백인 의대생들이 많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이러한 사고는 아무리 부자이든 교육을 잘 받았든 상관없이, 흑인 환자의 열악한 의료 경험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인종주의도 문제다. 인종주의나 인종과 관련된 불이익으로 인해 알로스타틱 부하(Allostatic load, 스트레스 등으로 인한 신체의 마모 또는 손상)가 생겨날 수 있다.

알로스타틱 부하는 보통 사회경제적 지위가 낮은 사람들에게 더 심각하지만, 고소득 아프리카계 미국인들과 그들의 신생아에게도 건강악화와 사망률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의료진들도 그 영향에서 자유롭지 못할 수 있다. 영국에서는 처음 코로나19로 사망한 의사 10명이 왜 모두 BAME였는지에 대한 조사가 진행중이다.

직업적 요인

특정 인종 집단이 위험한 직업에 더 몰려 있는 것은 전 세계적 현상이다.

예를 들어 런던에서 수송 업계 종사자의 26.4%는 BAME 출신이다. (잉글랜드와 웨일스는 14%다.) 유색인종은 실업과 불완전 고용, 불안정한 고용에 처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이로 인해 음식배달 같은 일시적인 경제활동에 종사하는 경우가 많아진다.

미국에서는 라틴 아메리카에서 온 불법 이주노동자들이 안전한 노동조건을 보장받지 못한 채로 농장에서 일을 하는 경우가 있다.

현장에서 안전 거리도 확보하지 못하고, 숙소에서는 고립되는 것. 게다가 의료 시설과도 멀리 떨어진 채 살아야 한다.

미국의 농장 노동자들은 당뇨병과 살충제에 대한 노출 비율이 높아, 면역체계가 약해지고 감염병 취약하다.

두바이 킹스 칼리지 병원의 의료 미생물학자인 와엘 엘라민은 이주 노동력에 의존하는 많은 중동 국가에서도 이주노동자들이 과밀 환경에 놓여있다고 지적했다.

불법체류자들은 보통 신고당할 것이 두려워, 공식 의료 서비스를 기피하는 경향이 있다.

포트투갈이 망명 신청자 및 거주권이 발급되지 않은 이주민들에게 임시 거주권을 주기로 한 것은 이 때문이다. 이들의 공포를 줄이는 것이 대중의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판단이었다.

주거 차이

인구 과밀은 아메리카 원주민 가정에서 로힝야족 난민에 이르기까지 지역을 막론하고 저소득층의 건강에 영향을 미친다.

코로나19처럼 전염성이 높은 질병이 창궐한 상황에서, 이로 인한 결과를 예측하기는 어렵지 않다.

NGO 인구위원회가 나이로비에 있는 임시 거주지 5곳에 전화 조사를 해본 결과, 응답자의 85%가 집에 환자를 격리할 곳이 없다고 답했다. 82%는 (소득 손실 등으로 인해) 2주간 재택이 불가능하다고 말했고, 37%는 물이 부족해 손을 씻기 어렵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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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우데자네이루에서 한 노숙자가 제공받은 음식을 먹고 있다

영국에서는 방글라데시 출신 가정의 26%와 아프리카 출신 흑인 가정의 21%가 사람수에 비해 침실이 적다고 답했다. 반면 영국의 백인 가정에서 이런 상황은 2%였다.

집이 없거나 취약한 주거 상태인 사람들은 사회적 거리두기나 자가 격리를 하기 어렵기에, 주거의 취약함은 오늘날 큰 문제가 된다.

영국에서 지원이 시급한 노숙 가정의 31% 이상이 유색인종이다.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에서는 공중 보건의 위기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판잣집을 철거중이다.

중국 광저우에선 나이지리아인들이 집에서 쫓겨 나고 있다. 밀워키를 비롯한 미국 여러 도시에서도 집을 소유하지 못해 임대할 가능성은 백인보다는 흑인 여성에게서 더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주거 상황의 차이는 단순히 소득 불평등의 부산물이 아니다. 인종과 계급 등 정체성에 근거한 체계적이고 광범위한 주거 차별의 결과물이기도 하다.

문화적 요인

위기는 특정 집단에 대한 거짓 정보나 편견도 증폭시키고 있다.

인도에서는 무슬림들이 의도적으로 기침을 한다는 "코로나 지하드"라는 소문이 소셜 미디어에 떠돌며, 이슬람 혐오가 터져나왔다. 미국에서는 팬데믹 초기에 흑인들의 바이러스 면역력이 좋다는 소문이 떠돌기도 했다.

편견은 일부 사람들로 하여금 마스크 착용 같은 예방적 행동을 덜 하게 만들기도 한다.

미국의 흑인 남성들중 많은 수가 공공장소에서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을 불편해 한다는 조사가 있다. 자신의 건강을 보호하려고 한 조치가 인종적 편견 때문에 범죄자로 몰리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것.

아시아인과 아시아계 미국인들에게 미치는 영향도 있다.

신시아 최는 중국계 소수계 우대정책(Chinese for Affirmative Action)의 책임자 중 한 명이다.

이 단체는 2020년 3월 19일 아시아 태평양 정책 위원회(the Asian Pacific Policy and Planning Council)와 함께 '아시아 태평양계 주민들에 대한 증오를 중단하라(Stop AAPI Hate)'는 사이트를 만들었다.

이 사이트는 아시아 태평양계 미국인들을 대상으로 벌어진 물리적 폭력을 가하거나 침을 뱉는 등의 학대 행위 사례를 수집한다. 지금까지 보고된 사건의 피해자 대다수는 여성이었다.

신시아는 사이트를 통해 수집된 사례를 바탕으로 "아시아 태평양계 주민들은 직장이나 이웃, 공공장소에서 괴롭힘이나 공격을 당할까봐 점점 더 두려워하고 있다"고 말했다.

언어 장벽

언어조차도 특정 집단을 주변부로 내몰고 있다. 영국 이슬람 의학 협회 소속 살만 와카르는 "코로나19를 둘러싼 초기 보건 가이드 상당수가 주류 언어로 돼 있었다"고 지적하며, "그렇게 하면 보건 가이드의 내용이 사회 곳곳에 전달될 수 없다는 것을 팬데믹 초기에 인지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사실 "사회적 거리"나 안전 대책과 관련된 메시지는 많은 언어로 번역되기 쉽지 않았다.

국경없는 번역가회 위기 대응 책임자인 엘리 켐프는 2018년 콩고민주공화국에서 시작한 에볼라 사태만 봐도 이러한 언어 장벽의 결과를 알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당시 각국의 보건 관련 부처나 세계 보건 기구의 공식 소통은 영어나 불어로 시작됐다. 그리고 나서 토착어가 아닌 스와힐리어로 번였됐는데, 주요 단어는 불어로 돼 있었다.

켐프는 "그래서 나타난 결과중 하나가 사람들이 정보를 신뢰하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여성과 저학력자들은 "의료진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고, 의료진도 이들을 이해시킬 수 없다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진료를 거부하는 이들과 오진 사례가 늘어났다.

그는 "접촉자 추적(contact tracing)"을 둘러싸고 벌어진 혼란을 예로 들었다. 당시 사람들은 "접촉자(contact)"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했다.

전화번호부에 있는 사람을 말하는 건가? 성 관계를 한 사람을 말하는 건가? 시간이 흐른 뒤에 겨우 이 단어는 "환자와 가까이 지낸 사람들"이라는 뜻을 가진 스와힐리어로 번역되었다.

간극 좁히기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는 불균형 해소를 위해 모든 사람, 특히 유색인종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건물 관리인이나 위생사 등 필수 노동자를 위한 보호 장비 지급, 의료 서비스에 대한 접근성 높이기, 질병에 걸린 이들을 위한 안전한 주거 제공, 개인과 비영리 기관에 대한 재정지원 확대, 임시 주거지나 난민 캠프 등을 포함해 자원이 부족한 곳에 비누나 손세척대 지급 등이 그 예다.

피부가 검은 이들을 포함해 취약 집단에게 비타민 D 보충제를 제공하는 것도 면역 반응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인구통계학적으로 분류된 데이터도 더 많이 필요하다. 조치가 필요한 집단을 찾아내기 위해서다.

하지만 이것이 정치적으로 막혀있는 국가도 있고, 자원이 불충분한 국가도 있다. 2020년 4월 14일 기준으로 미국 코로나19 확진자의 22%만이 인종적으로 분류됐다.

미생물학자 엘라민은 수단에서 2019년 12월과 2020년 1월 사이에 호흡기 질환자가 코로나19인지 아닌지를 확인할 데이터를 모으는 것은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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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관련해 아시아계 미국인 커뮤니티에 대한 인종차별을 규탄하는 아시아계 미국인 위원회(AAC) 회원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가장 영향을 많이 받은 집단에 대한 구체적인 자료를 수집하는 일은 민감하고 어려운 일이다.

중장기적인 관심도 필요하다. 팬데믹은 건강의 불평등을 부각시키지만, 그것이 건강의 불평등을 만들어낸 것은 아니다. 또한 팬데믹이 이 불평등을 종식시키지도 않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전문가들은 사회적 보호와 보편적 건강관리에 대한 정책적 논의가 그 어느때보다 중요하다고 말한다.

폐 건강 전문가인 브리지든은 팬데믹은 "심지어 소득 수준이 높은 국가에서도 강력하고 재원을 잘 갖춘 보건 시스템이 중요하다는 것을 확인시켜줬다"고 말했다.

또한 대기 오염(이것은 특히 사회적 약자 집단의 호흡기 건강을 약화시키는 요인이 된다)을 줄이기 위한 환경 규제 가속화에 세계가 나서야 한다. 그런데 미국은 현재 이러한 규제를 거꾸로 없애고 있다.

이와 함께 경제적 여파가 BAME 집단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주의깊게 살펴야 한다. 예를 들어 2007~2008년 금융 위기 당시 영국의 소수 인종들은 실업, 저임금, 주거 비용 상승에 시달렸다.

엘라민은 "우리를 죽음으로 더 크게 몰아넣는 것이 병원체일까? 아니면 그것과 관련된 가난일까?"라고 물었다.

현재로서는 대답이 쉽지 않다. 분명한 것은 "그 여파가 확산되는 양상이 평등하지 않다는 것"이다.

하지만 최선의 시나리오가 있다.

팬데믹을 경험하는 양상을 다르게 만들어내는 사회적, 정치적, 경제적 구조에 대한 관심을 확장하는 것이다.

또한 향후 인종과 같은 요인들이 생명을 위협하는 원인이 되지 않게끔 행동에 나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