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봉쇄로 트랜스젠더 취약성 더 커져 

  • 메그하 모한
  • BBC 젠더 담당
코로나19로 전 세계 성전환 수술이 연기되고 있다

사진 출처, SOMSARA RIELLY/BBC

국제 트랜스젠더 인권단체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제한 조치로 트랜스젠더들이 치료를 거부당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성전환 수술이 지연되거나 호르몬 치료나 상담서비스를 받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코로나19로 전 세계 성전환 수술이 연기되고 있다. 팬데믹으로 집중 치료에 모든 자원이 동원되면서 긴급하지 않다고 판단된 치료를 중단했기 때문이다. 

서구 국가들에서 호르몬 치료는 여전히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아프리카 동부의 트랜스젠더 인권단체들은 다른 대륙들의 상황은 전혀 다르다고 경고한다. 

동아프리카 트랜스젠더 건강과 옹호 네트워크(EATHAN)의 바브라 왕가레 대표는 "트랜스젠더는 이미 극도로 취약한 계층"이라면서 "이들 지원은 역사적으로 한 번도 우선순위였던 적이 없다"고 말했다."

"심지어 LGBT 커뮤니티 내에서도 그랬습니다. 코로나19는 이들을 더 취약하게 만들고 있어요."

그는 "의료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어 성전환 과정이 역행해 두려워하는 사람들이 많다"며 "이들은 극도로 취약한 감정 상태에 빠져들고 있다"고 말했다.

2017년 랭캐스터대학 '트랜스젠더 자살'연구에 따르면 트랜스젠더는 다른 LGBT 사람들보다 자살할 확률이 두 배 높다. 수차례 동료 검토 연구들을 살펴본 결과 트랜스젠더는 의료 서비스에 대한 접근성이 낮아 더 큰 부담을 느낀다고 이 연구는 주장한다. 

BBC는 코로나19로 봉쇄가 계속되는 가운데 케냐와 미국에서 성전환 과정에 있는 두 남성과 이야기를 나눠봤다. 

마우리치오 오치엥(30) 케냐 키수무주 거주

오치엥은 테스토스테론 주사제를 사러 나이로비까지 7시간 버스를 타고 간다. 벌써 1년 넘게 해온 여정이지만, 그럴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주사를 맞고 제 몸은 바뀌기 시작했어요. 덜 여성스러워보이고, 목소리도 굵어졌죠. 수염도 나고 있어요." 그는 "이제서야 나 자신이 되고 있다. 나는 남자다. 한 번도 여자였던 적이 없다"고 말했다. 

수도 나이로비에서 약 350km떨어진 케냐 시골에서 자란 그는 어릴 때부터 자신이 다른 사람들과는 좀 다르다는 것을 알았다. 그는 150명의 사촌이 있지만 누구와도 비슷하지 않았다. 

사진 출처, SOMSARA RIELLY/B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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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치엥은 호르몬 대체약을 구하기 위해 7시간 장거리 여행을 한다

"저는 가족들의 골칫덩어리였어요."

오치엥은 여성의 몸을 가졌지만 여자가 아니었다. 부모님은 그가 레즈비언일거라 생각했다. 그들은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불행하지만 이해할 수 있다고 말해줬다. 하지만 자신이 여성의 몸을 가진 남성이라고 이야기했을 때, 부모는 그를 집에서 쫓아냈다. 

당시 열여섯 살이던 오치엥은 노숙인 신세가 됐다. 성폭력에 수없이 노출됐고, 1년 뒤 원치않는 임신까지 했다. 사람들은 그를 길거리 거지를 속되게 이르는 '초코라(chokora)'라고 불렀다. 

집에 돌아간 그는 어머니에게 "제발 거리에서 개처럼 아이를 낳게 하지 말아달라"고 애원했다. 

그렇게 다시 집에 돌아와 2007년 딸을 낳았다. 이후 지역 시장에서 신발을 사고 파는 일을 했다. 

2018년 그는 성전환을 하기로 결심했다. 테스토스테론 주사 비용은 어림잡아 한방에 1200실링(약 1만3000원)으로, 하루 일당과 맞먹었다. 

호르몬제를 사기 위해 매달 왕복 14시간 동안 오가는 것도 충분히 그럴만한 가치가 있었다. 오치엥은 또 가슴 제거 수술을 위해 돈을 모았다. 

그러던 중 코로나19가 터졌다. 케냐는 곧 봉쇄 조치에 들어갔다. 

그는 당장 다음 번 테스토스테론제도 없다.

"매일 밤 잠을 잘 수가 없어요. 우울해요." 그는 "호르몬제를 구하지 못하면 어떻게 되는 걸까, 이 모든 고통은 무엇을 위한 걸까" 자문했다.

"저는 트랜스젠더를 혐오하는 나라에 살고 있는 트랜스젠더입니다. 만약 약을 구하지 못하면 제 몸에는 무슨 일이 일어날까요. 제 몸은 이미 변하고 있어요. 그럼 저는 비성장처럼 보이게 되나요? 누가 이런 혼란 속에 우리를 위해 싸워줄까요?"

리암 팹워스(30) 미국 시카고 거주

리암 팹워스는 미군에 공개 입대한 최초의 트랜스젠더다. 

2020년 팹워스는 성기를 갖고 신체적으로도 완전히 남성이 되기로 돼 있었다. 

그는 "음경성형술은 여성이 남성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성기를 갖게 되는 수술"이라고 설명하며 그가 얼마나 이날을 손꼽아 기다렸는지 모른다고 강조했다. 

팹워스의 수술은 그러나 코로나19 때문에 빠르면 2021년 말로 미뤄졌다. 의료진에게 그의 수술은 더이상 우선순위가 아니었다.

"저는 이 수술을 평생 기다렸어요. 큰 충격이죠. 수술을 받으려고 학교로 다시 돌아가는 것도 포기했는걸요."

이 수술은 팹워스가 열아홉살부터 시작한 지난한 성전환 과정의 마지막 관문이었다. 

사진 출처, SOMSARA RIELLY/B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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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암 팹워스는 11년동안 호르몬 치료를 받았다

어린시절 팹워스는 자신이 소녀라고 느끼지 않았다. 그는 아버지의 장례식장에서 숙모와 벌인 논쟁을 기억하고 있다. 당시 그는 남들이 골라준 옷이 아니라 '소년의 옷'을 입겠다고 우겼다. 

세 번의 심리 치료를 받은 뒤 열아홉살이 된 팹워스는 테스토스테론 주사를 처방 받았다. 생리가 멈췄고, 그제서야 자신의 몸이 집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행정적으로 거쳐야 할 산들이 많았다.

미국에서 성전환 문제는 주마다 다른 입장을 갖고 있다. 의사는 환자의 개인의료보험 조건에 따라 환자를 거부할 수 있다. 

2016년, 스물다섯의 팹워스는 유방 절제술을 받았다. 하루 만에 끝나는 수술이었다. 12시간 만에 그는 두 가슴을 제거한 채로 병원을 나섰다. 

인생이 바뀌었다. 리암은 마침내 셔츠를 벗고 트렁크 차림으로 수영장에 갈 수 있었다. 철인3종 경기에 출전해 15km를 달리기도 했다. 해방이었다. 

2017년 미국 정부의 트랜스젠더 군복무 금지 정책에도 불구하고 각 항소법원은 이를 위헌으로 규정했다. 이로써 2018년 2월 23일, 그는 미군에 공개적으로 입대한 최초의 트랜스젠더가 됐다. 

당시 팹워스의 이름은 언론에 공개되지 않았다. 같은 해 그는 심각한 부상을 입은 뒤 퇴원했다. 

2019년 미국 연방 대법원은 트랜스젠더의 군입대 금지 지침 허용을 결정했다. 그러자 미군은 '트랜스젠더 복무 제한 정책'을 시행하기 시작했고, 현재 호르몬 치료나 성전환 수술이 필요한 트랜스젠더의 군복무를 제한하고 있다. 

그는 다시 군대로 돌아가기 어렵다는 판단을 내렸다. 이어 성전환 다음 단계를 밟아 나갔다.2019년 10월 복강경 자궁 절제술을 받아 두 난소를 모두 제거했다. 

몇 주 전부터 테스토스테론 주사를 중단해야 했다. 앞선 수술로 에스트로겐 분비가 멈췄다. 그는 인생 계획이 보류됐다는 생각에 우울해졌다. 

그래도 희망은 있었다. 그는 마지막 단계인 음경성형술을 불과 몇 개월 남겨두고 있었다. 

"그 수술은 제 전부였어요. 이 모든 것을 뒤로하고 새 삶을 살 수 있었어요."

하지만 행정상의 문제가 줄줄이 뒤따랐다. 병원은 그의 보험이 음경성형술을 보장하지 않는다고 했다. 일리노이 그렉 해리스 주하원의원은 그가 수술을 진행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했다. 하지만 이제 보험사들은 코로나19로 인한 팬데믹 때문에 수술 날짜를 다시 잡고 보험을 다시 신청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팹워스는 "트랜스젠더의 권리는 의료계에서 한 번도 우선시 된 적이 없다"며 "정말이지 절망적이다"라고 말했다. 

"네. 코로나바이러스는 국제 보건 위기입니다. 하지만 트랜스젠더들의 정신건강도 마찬가지예요. 의료계가 이 어려운 시기에 우선순위를 정해야 한다는 것도 잘 알아요. 그 우선순위에 든다면 좋겠어요. 단 한 번이라도."